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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25일

 

강풍에, 고압전류에…쌍용차 노조 고공농성 '사투'
    기사등록 일시 [2012-11-25 09:24:37]
 
 
 
【평택=뉴시스】김도란 기자 = "곧 비가 온다는데 큰일입니다. 합판이 휘어지거나 고압전류가 빗물을 타고 흐르기라도 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24일 오후 8시께 경기 평택 송탄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 송전탑 부근. 양형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회 조직실장은 이같이 말하며 동료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송전탑을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한상균 전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성부지회장 등 쌍용자동차 노조원 3명이 추위와 감전 위험 속에서 위태로운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강풍이 불 때마다 송전탑에 설치된 간이 바람막이는 날아갈듯 펄럭였고, 철탑 사이로 '윙윙'거리는 전기소리와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섞여 들렸다.

송전탑 주위에는 지난 5일간 농성현장을 다녀간 야권 정당과 각종 사회단체가 걸어놓고 간 국정조사 요구 현수막 20여 개가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고공농성 5일째. 송전탑 아래에 있는 노조원들의 걱정은 송전탑에 올라가 있는 한 전 지부장 등의 건강과 안전문제였다.

한 전 지부장등은 땅에서 30여m 떨어진 송전탑 중간지점에 넓이 약 2㎡, 두께 2㎝의 합판 2장을 겹쳐놓고 있다. 이들이 있는 송전탑에는 15만4000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있다.

양 조직실장은 "비소식이 예보됐는데 고압전류가 흐르는 곳에 있는 동지들이 걱정스럽다"며 "안전점검 문제를 두고 한전과 논의 중에 있지만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조는 안전을 위해 한 전 지부장 등이 있는 지점에 합판을 몇 장 더 올리고 전기가 흐르지 않는 소재의 깔개를 설치하겠다고 한전에 알렸지만 한전이 '송전탑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의 한계가 있어 물건을 더 올리는 것은 어렵다'고 알려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 추워지고 있는 날씨도 문제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를 영하 10도 아래로 낮추고 있지만 전기사용이 제한된 3명에게는 난방장치가 없다.

한 전 지부장 등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간이 바람막이 속에서 저녁 10시 올라오는 뜨거운 물 담긴 페트병 6개에 의지해 추위를 버티고 있다.

송전탑 위에서 농성 중인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은 "스며들어오는 냉기에 추운 건 사실이지만, 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의식을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며 "비록 이번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안건이 통과되지 않아 농성이 조금 더 길어지긴 하겠지만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로 이뤄진 민주노총 쌍용자동자동차지회의 노조 간부3명은 지난 20일부터 공장 앞 송전탑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는 당초 여야 원내대표의 공동합의로 지난 22~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doran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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