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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과 10월은 대북 근교 산 위에 있는 별장 같은 집에서 지냈다. 석사 시절 지도교수 부부가 해외 여행으로 2달간 집을 비우게 되어서, 자격고사 준비도 하고 같이 사는 고양이 네 마리를 봐줄 겸 해서 입주했다. 잘 지내고 11월 초에 본래 거처로 돌아왔다. 그러다 문득 블로그로 돌아와보니 10월이 공백으로 남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이 급하다고 일이 되는 건 아님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급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제 박사도 벌써 5년차에 접어들었고, 6년차 중에 졸업을 하려는 계획에 맞추려면 적어도 이번 학기에 자격고사와 논문계획서가 통과되어야 하기 때문에, 조급해 하지 않으려 해도 그러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자격고사 구상은 대강 끝나간다. 남한, 대만, 중국, 일본의 당대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사상적 사유의 고리들을 연결 짓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첫 과목을 준비하고 있고, "진영진의 문학과 당대사"를 주제로 전공 주제과목을 준비하고 있다. 덕분에 진영진 소설을 우선 일독하게 되었는데, 6권 중 마지막 두 권을 읽는 중이다. 이번 주 안에 자격고사 주제설명과 독서목록을 마무리 짓고 지도교수에게 점검을 받을 예정이다. 내년 1월 말쯤에 시험을 보고, 2월에는 논문계획서도 제출할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한다.
미래는 늘 열려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배수진이나 막다른 길은 사실 과장된 것인 지도 모른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볼 때, 현실에 충실할 경우 결과의 좋고 나쁨과 관계 없이 살 길은 최소한 열린다.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아마 내년 봄에는 귀국 일정이 잡힐 것 같다.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어 논문을 마무리 짓고 가게 되면 좀 늦어서 내년 말이나 후년 초에 귀국(또는 또 다른 체류)가 결정될 것이테고, 그럴 여건이 안되면 좀 일찍 귀국해서 논문을 마무리를 짓고 길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일과 논문을 병행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전자가 '이상'적이지만 미래는 역시나 '열려' 있다.
중국어로 번역한 책은 결국 해를 넘겨서 내년 1월에 출간될 계획이다. 2월에 대북 국제도서전에 출품될 것이고, 관련해서 저자 초청 행사도 열 예정이다. <전리군 초청 집담회>를 주 내용으로 하고, 내 논문의 한국어판도 포함되어서, 편저자로 들어가게 된 책은 초고를 넘겨줬고, 출판사에서 편집 중인데, 좀 더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조정로 선생님의 <민주 수업>의 한국어판 출판 및 번역 계약이 잘 마무리 되었고, 아마 내년에 논문계획서가 통과됨과 동시에 논문과 병행하면서 첫 번째 문학 작품 번역을 하게 된다. 빠르면 내년 연말이나 후년 초에 한국어판이 나올 것이다.
9월에 대북에서 열린 홍성담 5월판화전과 왕묵림 선생의 <안티고네> 작품과의 인연으로 글을 한편 쓰게 되었다. <인간사상> 5기에 실릴 예정으로, 12월에 출간된다. <2.28, 5.18 그리고 6.4: 냉전과 실어>라는 제목의 글인데, 동아시아적 역사의 맥락에서 '광주 기원론'이 갖는 탈역사화에 대한 성찰의 메세지를 담고자 했다. 이는 박현채 연구의 가치를 제시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차원에서, 나에게는 박사논문에서 진행할 연구에 대한 다짐이자 선언과 같은 글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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