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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후기

http://www.saeul.org/main/BrenchPage.php?ref=main0403&year=2014&season=1&mode=view&PHPSESSID=fb8ed5a6b1431b9405a959b8457614b1

'역사를 감당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백영서 선생님의 신간 <핵심현장에서 동아시아를 다시 묻다>(창비, 2013)에 대한 서평을 썼는데, <황해문화> 2014년 봄호에 실렸다. 아마 다음 주부터 배포가 될 모양이다.

본래부터 서평을 써야겠다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아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쓰게 되었는데, 마침 현재 정리하고 있는 동아시아 당대 사상 담론과 관련이 되어 조금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측면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평이라는 형식이긴 하지만, 진행중인 나의 공부의 단계적 성과에 기반한 저작과의 대화의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 만큼 다소 정제되지 않은 개념이나 분석들이 동원되기도 한 것 같다. 앞으로 채워갈 내용으로서 문제제기의 차원으로 이해되면 고마울 것 같다.

그럼에도 비평이라는 것이 일정하게 '비판'을 포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유효성을 담보하는 적절한 선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결과물이 이런 정도로 표현되었다 볼 수 있겠다. 창비의 동아시아론은 사실 그 뿌리라 할 수 있는 분단체제론, 나아가 민족문학론의 역사화를 바탕으로 해야 심도 있는 비평이 가능한데, 현재 상황에서 이 과제는 후일에 다른 형식과 공간을 통해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지면에 발표하는 서평은 처음인데, 아무쪼록 관련한 논의를 풍부히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결어 부분의 내용을 옮겨 본다.

‘역사를 감당한다는 것’

 

‘한국전쟁’ 이후 1992년 국교수립까지의 한국과 중국 사이의 단절이 긴 역사에서 보면 막간극일수도 있다는 저자의 견해(190쪽)가 일리가 있지만, 앞서 제시한 역사-지식-주체라는 사상적 차원에서 보면, ‘냉전’에 해당하는 이 기간 동안 사상사적 흐름의 급격한 단절을 경험했다는 점은 지식과 주체의 측면에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변화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지식작업에 우선적으로 ‘탈냉전’의 문제의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동아시아론’의 의미 및 용도 또한 다시 사고해 보고, 방법적 전환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기존의 지식의 틀에서 현재적 구도를 형성한 역사적 원인을 연역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기존의 지식 체계에서 억압되고 주변화된 사상적 실천을 새롭게 발굴하여 그 계보를 재구성하고, 나아가 역사적 전환기의 사상적 형상을 풍부화하면서, 최종적으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20세기 우리가 걸어온 역사와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을 해석할 수 있는 대안적 관점을 제출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서구적 현대성의 역사해석과도 다르고, 그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결국 제국주의에 역사적 능동성을 부여하고 제3세계는 늘 수동적인 피해자로 서술되는 비주체적 역사해석과도 다르다. 이는 역사로 진입하여 역사의 가능성과 개방성을 열어제낌을 통해, 주체적인 역사해석의 시간과 계보를 장악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능동적인 역사/현실 인식을 획득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역사’를 감당하여 ‘자기 역사화’하는 지식작업일 것이다.

 

우리의 ‘동아시아론’이 기존의 것을 ‘외부’로 확장하여 적용하기 보다는, 우리 내부의 ‘억압된 것’을 사상적 자원으로 길어올려 자기 혁신하지 못하는 ‘언어’와 ‘담론’의 부재, 나아가 ‘주체성’의 부재를 극복하는 상호참조의 장으로서 우선적인 의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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