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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이데올로기적 기구?

 『탈정치시대의 정치』(汪暉 지음, 성근제. 김진공. 이현정 옮김, 돌베개)는 기본적으로 충실한 번역이라는 전제 하에서 약간의 사족을 붙인다.

 

134쪽 각주를 보면 옮긴이는 기존에 중국어에서 "意識形態國家機器"로 옮기던 Appareil idéologique d'État 또는 Ideological state apparatuses를 于治中 선생의 의견에 따라 "國家的意識形態機器"로 옮긴 왕휘 선생의 방식을 따라서 우리말의 번역어도 '국가의 이데올로기적 기구'로 바꾸었다.

 

대단한 이론적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번역에 있어서 주의할 지점을 하나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于 선생의 지적은 옳고, 왕휘 선생이 이를 수용한 것도 옳은데, 옮긴이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한 가지 지적될 수 있겠다. 이는 영어의 어법과 중국어의 어법의 차이에 따라서 수정된 번역어가 제시된 것인데, 그 이유인 즉, 중국어에서는 소유 주체가 소유 대상에 대한 수식어 보다 앞에 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구'의 소유 주체는 '국가'이고, '이데올로기'는 수식어인데, 이런 경우 중국어에서는 '국가'의 '이데올로기'적 '기구'라는 식으로 번역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 번역된 '이데올로기-국가-기구'라는 방식은 중국어 어법에 맞지 않고,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현실의 한국어 어법은 적어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 영어식 어법과 유사하다. 사실 큰 차이는 아닌데,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라고 하든, 아니면 국가의 이데올로기적 기구라고 하든, 우리말에서는 '국가'가 소유주체라는 부분은 변화가 없고, 다소 뉘앙스에서 강조점의 차이를 줄뿐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가 더욱 자연스럽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나의 조국'이라는 표현과 '나의 아름다운 조국'이라는 표현은 의미 상 차이가 없고 일반적으로 가능한 표현이지만, 우리에게는 기본적으로 전자가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사실 이 지점은 나 또한 중국어 문헌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종종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의견으로는 중국어에서 중국어 어법에 맞게 번역어를 고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더라도, 그것이 우리말의 번역어를 수정할 만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생각할 때 문제적인 것은 '기구'라는 번역어인데, 이에 대해서 나는 이미 '장치'로 일정한 합의가 있는 줄 알고 있었던 상황에서 다소 의아했다. 게다가 중국어에서도 장치와 가까운 의미인 "機器"로 번역하고 있다. 기존의 알튀세르의 수용의 맥락에서는 쟁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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