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나날들

사실 요즘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독서를 경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치철학 수업을 통해 접하는 마키아벨리로부터 시작하는 일련의 정치철학의 흐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의 정치라는 테마를 가지고 시작한 슈티르너, 니체, 하이데거, 바타이유, 데리다, 알튀세르, 낭시 등을 다루는 수업이 있다. 거기에다, '정치적 스피노자'를 주제로 교수 한 명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들뢰즈, 네그리, 발리바르, 마슈레 등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번 박사 3학기를 마치면 이제 본격적으로 내 공부에 들어갈텐데 이런 '대책없는 공부'는 이번 학기가 아마도 마지막일 듯 싶다. 사실 석사에서 '명목상' 사회학 전공을 하였고, 박사논문 주제 역시 중국정치사상연구로 잡고 있는 이에게 이런 공부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역사이론'이라는 큰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은데, 이러한 학습을 통해 최근 두 가지 흐름, 즉 헤겔, 마르크스, [알튀세르] 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인식론(횡적 구조, 공시성)의 흐름과 니체, 들뢰즈, 푸코 등으로 이어지는 '계보학'적 인식론(종적 구조, 통시성)의 흐름에 대한 초벌적인 이해를 통해서 양자를 일정하게 상대화할 수 있는 위치에 다다른 것 같다. 아마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선결되어야겠지만, 잠정적으로 그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중국의 문제,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로 돌아와야겠지만, 화려하진 못하더라도 나중에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투박한 그릇(지금은 비어있더라도)이라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가끔은 정말 내가 뭘하고 있는지 모를 이런 공부를 하고 있다. 여기는 프랑스도 아니고, 독일도 아닌데 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