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간디의 헌법, 마을공화국

지금의 조직을 비폭력적 마을공화국으로 만들고, 이것이 국가 대신에 창립될 수 없다면, 국가의 내부에 세우자는 간디의 주장. 

국가에서 폭력을 배제한다면, 그것만으로 국가는 완전히 다른 조직이 될 것이다. 군대가 없는 국가, 영토가 아주 작거나, 영토를 배타적으로 소유하지 않는 국가.

그러한 공화국이 지금 현존하는 국가와 동시에, 국가 내부에, 국가와 나란히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만 할까? 

이러한 권력과 국가 개념이라면, 간디가 헌법과 조직의 회칙을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간디가 기반으로 생각했던 마을공동체가 현대 한국에서는 거의 소멸되었다고 하더라도, 회칙(constitution, 헌법)에 기반한 마을공동체, 비국가를 생성하는것이 불가능하기만할까?

저자는 레닌과 간디를 비교하지만, 레닌이 <국가와 혁명>에서 얘기했던 국가관(결국 실현되지는 못한)은 오히려 간디와 거의 유사했던 것이 아닐까? 

레닌과 간디의 현실이 달랐던 것처럼, 현재 한국의 현실은 또 무지하게 달라서 아주 구체적이고 전술적인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다른 국가 다른 질서를 지금부터 작게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는 것이 아닐까?

 

===============================

더글러스 러미스, <<간디의 '위험한' 평화헌법>> 중

(따옴표는 간디의 말과 글)

 

"나와 같이 비폭력을 극단적으로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군대를 완전히 해산할 것이다. "

 

"만일 나에게 정부가 맡겨진다면 나는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 밑에서는 군대도, 경찰도 설치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영국이 인도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도를 바친 것이다. 영국인들이 자력으로 인도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우리가 영국인들이 살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 영국인들에게는 왕국을 건설할 마음은 없었다. 그 회사(동인도회사) 사람들을 도운 것은 누구였던가? 회사 사람들의 돈을 보고 유혹을 당한 것은 누구였던가? 회사의 상품을 누가 사주었던가?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바로 우리가 그 모든 것을 했던 것이다. ... 우리가 영국인들에게 인도를 바치고, 영국인들에게 인도를 지배해달라고 한 것이다. 영국인들 중에는 인도를 칼로 손에 넣었다고, 칼로 지배하고 있다고 말하는 자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류이다. 인도를 지배하는 데에 칼은 쓸모가 없다. 우리 자신이 영국인들을 인도속으로 끌어당겼다."

 

간디가 말하는 '헌법 constitution'의 6가지 의미

   : 체질, 조직의 구성, 영국헌법, 신의 뜻, 조직의 회칙, 혁명전략

 

1920년, 간디는 인도 국민회의의 회칙을 수정했다. 그렇게 해서 'constitution'이라는 말의 의미는 전혀 새로운 것으로 변모하였다. 수정된 회칙은 12월의 국민회의 총회에서 정식으로 가결되었다. 그 결과, 국민회의는 종래와 같은 상당히 느슨한 집단으로부터 좀 더 합리적인, 농촌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조직이 되었다. 그 이전에는 누가 회원인지 모호했지만, 이번에는 소액의 회비를 내고 회칙을 지킨다고 선서한 사람이 회원이 된다는 규칙이 정해졌다. 그리고 국민회의는 회원모집 캠페인을 개시하였다. 이 캠페인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간디의 '권력' 분석에 기초한 것이었다. 

영국의 식민지 권력이 기본적으로 인도인들에 의해 발생한 것인 이상, 그 권력을 무력화하는 힘도 당연히 인도인들의 손에 있었다. 영국의 인도지배가 인도인의 협력에 기초해 있는 것이라면 그 지배를 끝낼 무기도 확실히 있었다. 그것은 비폭력이었다. 

 

구체적으로 국민회의의 회원은, 

- 영국정부가 설치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는다. 

- 영국정부가 설치한 재판제도를 보이콧한다. (변호사인 경우엔 그 일을 하지 않는다.)

- 영국정부가 설치한 마을의회, 시의회, 국회 등과 협력하지 않는다. (의원이라면 그 직위에서 사임한다.)

- 나아가 영국산 수입품(주로 옷감)을 보이콧하고 손으로 짠 인도의 전통 옷감(카디)을 모두 노력하려 부활시킨다.


"이 새로운 회칙 constitution 밑에서 우리의 정책을 전국적으로, 또 세세히 실현하기 위해서 1년 사이에 국민 전원을 조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거대한 인도 민족은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우리의 정당한 자립의 소망을 저지당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학교를 국영화하고 재판소를 보이콧하고 그리고 필요한 옷감을 전부 스스로 생산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자치권을 주장하는 일이 되며, 세계의 어떤 군대라도 우리의 결심을 깨뜨리지 못할 것이다."

"이 국민회의의 회칙이 가진 의의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회칙은 우리가 조속히 스와라지를 쟁취하도록 작성된 것이다. 만일 그 회칙에 따라서 모든 마을에 모든 국민회의위원회를 설치하고, 21세 이상의 남녀 전원의 이름을 우리 명부에올리는 데 성공한다면, 정부의 권위가 존경을 받는 것과 동시에 국민회의의 권위도 온갖 것에 관련하여 존경받을 것이다. 정부의 권위는 강제력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만일 같은 장소에또 하나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존경받는 권위가 나타난다면 ... 한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 회칙이 전국적인 규모로 기능하기 시작하면 그날부터 스와라지가 실현되다고 말할 수 있다. "

" 이 회칙은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성인 참정권을 실현해준다. 선서문에 서명하고, 명목뿐인 4안나의돈을 낸다는 2개의 조건만이 있다. 이 회칙은 모든 세력을 공동체가 대표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만일 이 회칙을 정직하게 운영하여 인민의 신뢰와 존경을 얻을 수 있게된다면 현재의 정부를 추방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민의 협력(자유의지에 의한 것인가 강제에 의한 것인가는 논외로 하고) 없이는 정부에 권력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강제력의 거의 전부가 우리나라 사람들을 통해야만 한다. 우리 협력 없이는 10만명의 유럽인들이 한 사람씩 마을을 점거하더라도 그것은 우리 마을의 7분의 1도 안된다. 인도의 마을의 평균인구가 400명이라고 한다면 유럽인 한 사람이 물리적으로 마을에 거주하더라도 그가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것은 지난할 것이다."

 

레닌은 전위당인 볼셰비키의 활동에 의해 정권을 탈취하고 혁명을 추진하려고 했다. 간디는 국민회의 세력으로 하려고 했지만 국가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는 식민지정부를 자신의 것으로 하려고도, 변화시키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것과 다른 원리에 기초한 조직을 발전시켜 식민지 정부의 권위를 무력화시키고자 했다.

레닌은 국가권력을 장악, 그 권력을 사용하여 다른 형태의 사회, 즉 사회주의사회를 형성하는 것을 생각했지만, 간디는 식민지 정부를 전복하는 과정과 새로운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은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와라지(자립)를 실현한 인도 국민회의가 인도사회 그것이 되는 단계 그 자체가 혁명 후의 새로운 사회였다. 다른 말로 하면, 스와라지는 식민지 정부를 무너뜨리는 힘인 동시에 새로운 사회의 원리였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구조'가 간디의 신헌법안의 근간을 이루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독립은 밑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각 마을이 모든 권한을 가진 공화국, 즉 판차야트가 되는 것이다."

간디는 '공화국'이라고 말했다. 간디가 이 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고의적으로 썼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공화국이라는 것은 '공동체'가 아니라 주권재민의 국가이다.

서양의 주류 국가론은 주권재민, 즉 주권은 인민에게 있다는 논리를 펴지만, 실제로는 이것은 어쩌다 행하는 선거에 참여하는 권리 이외에 구체적인 의미는 없다. 간디의 헌법은 주권재민에 대하여 다른 구조를 부여한 것이다. 주권은 '인민'이라는 막연한 존재에게 있는 게 아니라 보다 확실한 조직, 즉 각각의 마을에 있다. 여기에서 주권재민은 국가권력을 정당화하는 신화가 아니라 정치사회의 구조에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원리이다. 주권은 인민의 손으로부터 벗어나 도회지에서 재현되는 게 아니라 인민 각자가 살고 있는 곳, 즉 마을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히 손에서 놓아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을이 장악하고 있는 주권은 이론상의 존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의 힘이기도 하다. 

 

"나의 마을 스와라지의 이미지는 전면적인 공화국이다. ... 각 마을의 최초의 중대사는 먹을 것을 위한 작물과 옷감을 위한 면을 재배하는 일이다. 소를 위한 보호구역이나 어른을 위한 공원과 아이들을 위한 유희장을 설치해야 한다.그리고 만일 토지의 여분이 있다면 거기에 쓸모있는 환금작물을 심는다. 따라서 마, 담배, 아편 등이 배제된다. 마을에는 극장도, 학교도 공민관도 있다. 급수시설도 정비되어 있다. 급수시설은 잘 관리된 우물과 탱크로 되어 있다. 기본교육은 의무교육이 된다. 모든 활동은 가급적 협동을 통해 행해진다. 불가촉민을 포함하여 오늘날과 같은 카스트제도는 없다. 사티야그라하와 비협력이라는 테크닉을 포함한 비폭력이 마을공동체에서의 제재수단이 된다. 마을의 경비원은 마을 주민들의 투표에 의하여 순번을 정하여 선출되고, 그 활동은 의무적인 것이 된다. "

 

------- 

아르가왈의 <자유인도를 위한 간디의 헌법안> 중에서

자유인도의 행정의 기본단위는 자급자족 및 자치의 마을이 된다.그것은 인도의 예로부터의 전통에 부합하는 방식이다. 마을의 규모가 작거나 혹은 인접해 있는 경우 몇 개의 마을이 하나의 행정 단위가 될 수도 있다. 

판차야트

각 마을은 성인 전원의 선거로 판차야트를 선출한다. 마을이 큰 경우, 5명에서 11명까지 선출할수도 있다. 판차야트는 만장일치로 사르판치(의장)를 선출한다. 판차야트의 임기는 통상 3년으로 한다. 파차야트 멤버는 3회까지 선출된다. 그러나 판차야트 멤버 중 1명은 임기중에 마을의 신임을 잃은 경우 마을사람들의 75퍼센트의 투표로 소환된다. 마을의 판차야트만이 세금징수회계기록관, 야경, 경찰관 등의공직자를 임명할 수 있다. 특히 소수파의 권리가 관계된 경우 판차야트의 결정은 가급적 만장일치로 한다. 

판차야트의 기능

마을은 최대의 자치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판차야트의 기능은 마을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생활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하여 광범하고 종합적인 것이 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1. 교육 : 생산적 기술을 배우는 기초학교 운영, 도서관과 독서실, 어른을 위한 야간학교

2. 레크리에이션 : 체육관, 유희장, 전통게임, 미술공예전람회, 제사, 연중행사, 찬가모임, 민요, 민속극

3. 치안 : 경비원, 모든 시민은 비폭력저항과 방위에 대한 정기적 훈련. 

4. 농산업 : 농업시설 사용료 산정 및 수금, 공동 농업, 관개, 공동 구매점, 식용곡류, 이자율관리, 개간

5. 산업 : 전통 옷감의 생산, 공동산업방식, 우유 유제품 제조공장, 무두질 공장ㅇ

6. 무역과 상업 : 농공산물 공동판매, 소비생활협동조합 조직, 생산물의 잉여분 수출, 마을에서 생산할 수 없는 필요품 수입, 공동 저장시설, 저가격의 신용기관 설치

7. 위생과 의료제도 : 하수시설, 마을 위생, 공해와 전염병 방지, 건강한 음료수 시설, 병원 및 산부인과 센터 운영, 의료는 무료. 전통 요법과 자연 요법 장려. 

8. 사법 : 편안하고 신속한 사법제도, 무료의 법률 부조, 판차야트가 폭넓은 권한을 갖는다.

9. 재무 및 과세 : 특별한 목적이 있을 경우 과세. 현물급부나 공동노동을 추진, 개인 기부, 출입금 회계는 공적감시나 감사를 위해 공개된다. 

마을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활동을 조정하기 위해서 타르카(마을복합) 및 지역 판차야트를 조직한다. 이 상위조직의 기능은 강제를 하는게 아니라 '조언'을 하는 것이다. 하위 판차야트를 지도하고, 상담하며, 감시를 하지만, 명령은 하지 않는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