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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오물통과 마주하기

사랑의 열정은 처음부터 서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하거나
그 사람에 대해 진정으로 공감하게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차라리 우리 자신 속으로 가장 깊숙히 파고들어가는 것이며,
천번, 만번 접힌 외로움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우리 자신의 외로움으로 하여금
만물을 포옹하는 세계로 뻗어나가 나래를 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천개의 빛나는 거울에 둘러싸인 듯이.

나는 가정이 성소(聖召), 즉 재미와 즐거움만이 넘쳐나는 장소라고
보지 않는다 -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가장 야만스러운 피조물인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비폭력적이고 비파괴적인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함께 사는 사람에게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고
동시에 한 사람이 그(그녀)의 개성, 인간사, 희망과 공포를 알아감으로써
그가 만들어 내었던 이미지를 수천 개의 조각들로 깨버리는 일은 오래 걸리고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이런 의미에서 결혼과 가족생활은 삶의 오물통과 마주하기에 훌륭한 장소이다.
 
그래서 나는 26년 6개월 동안의 결혼 생활을 하고 나서
결혼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결혼은 훌륭한 면을 많이 갖고 있다.
그것은 성별과 가치관과 관점과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결혼은 증오심을 극복할 뿐 아니라 증오를 할 수 있는 곳,
웃고 사랑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 울리히 벡 / 엘리자베트 벡-게른샤임,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첫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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