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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의 목적지

라마단 기간을 마무리하는 최대의 명절 하리라야로 쿠알라룸푸르는 한산합니다.
친구들도 고향으로 많이 내려가서 늦게 올라오는 친구들은 얼굴도 못보고 이곳을 떠나겠군요.

17일 오전에 출발해서 쿠알라룸푸르 공항까지 약 70km의 고속도로!를 달려야 합니다.
18일 새벽 1시경에 비행기를 탑니다.
그리고 오전 8시 40분에는 다음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바로... 대한민국 서울이지요.

근 1년동안을 돌아다녔지만... 어딘가 한동안 머물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떠나려고만 하면...
언제나 새로 여행을 시작하는 흥분에 잠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은 괜찮을까... 너무 힘든 고개에서 지쳐버리지는 않을까... 아찔하게 달리는 차들에 지레 겁을 먹지는 않을까...
새로 만나게 될 땅과 도시는 어떤 곳일까... 몸뚱아리 누일 곳은 있을까... 뭘 먹을 수 있고 뭘 먹어야 할까...
어느 구석을 돌아다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을 하고 싶고 또 무엇을 해야 할까...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서로의 말을 배우고 가르치고 그렇게 서로 소통할 수 있을까?

지도 한장 달랑 들고 맞닥뜨렸던 여느 도시들처럼, 서울도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아직 잠자리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고맙게도 그냥 재워주신다는 사람들 집을 전전하는 와중에, 바쁘게 집이든 절이든 장기간 머물 곳을 알아봐야죠.
무엇을 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책도 읽고, 인터넷도 쓰면서 정보를 모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며 계획을 잡아봐야죠.

우리의 여행이 여행이라기보다는 조금 색다른 또 하나의 삶이었던 것처럼...
새로 시작하는 삶 또한 조금 색다른 여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삶같은 여행, 여행같은 삶.

대한민국 서울.
우리같은 자전거 여행자에게 결코 만만한 도시는 아닙니다.
인구 천만이 넘는 공룡같은 도시.
집 임대료는 살인적으로 높고, 텐트 칠 빈 땅 하나 없는 도시.
자전거를 타고 몇시간을 달려도 빌딩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밭 한뙈기 찾아 보기 힘든 도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저렴한 먹거리,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채식 식당 하나 없는 도시.
자전거 메신저는 커녕 자전거 타고 시내를 돌아다느는 데만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도시.
그저 생활!하기 위해서 세계 최장 시간의 노동을 해야 하는 도시.

하지만 그동안의 여행/삶에서 쌓은 경험으로 잘 헤쳐나가 볼랍니다.
사는 데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아무리 힘든 길에도 숨돌릴 곳은 있고, 오르막 뒤에는 내리막이, 내리막 뒤엔 오르막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
끝이 없어 보이는 먼 길도 그저 다음 한 번의 페달을 밟다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다는 것.
목적지보다는 길을 즐겨야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쑥 나타나 도와줄 구세주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
보고 싶고 보려고 애쓰면 보인다는 것...
이것들이 우리의 삶/여행에서 배운 것들(의 일부)입니다.

대한민국 서울.
기대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말과 말 이상의 무엇이 통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거든요.
벌써부터 만나자는 사람들, 재워준다는 사람들이 넘쳐서 아주 행복합니다.

그리고 시간은 넉넉합니다.
이번 여행지에서는 좀 오~래 머물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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