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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운동2.0을 향하여

진보진영의 진지구축

모뎀과 BBS만이 있었던 시절, 진보적인 개인들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의 사설 BBS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들 중 일부는 이 새로운 통신 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자신의 활동에 활용했다. 이는 대단히 효율적인 것으로 몇몇 사례들을 통해 증명되었고, 그에 따라 여러 사회단체들이 속속 네트워크 상에 자신의 자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과점한 채 지배하고 있던 기업들의 BBS는 당연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였다. 또한 기업들의 BBS는 각각의 사회운동 커뮤니티들을 비상시에서 국가의 검열과 감시로부터 조금도 보호해주지 못했다. 또한 여러 사회운동 커뮤니티들의 보다 원할한 소통과 긴밀한 연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편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네트워크의 구축이 요구되었고, 정파와 주제를 넘어선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지기에 이르렀다. 진보네트워크, 노동네트워크, 여성마당, 학생네트워크 등이 만들어졌다.

무너진 독립네트워크의 꿈


그러나 진보진영의 진지를, 그것도 전 진보진영의 통일된 진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폐쇄된 BBS 환경에서 열린 인터넷 환경으로 이동하자마자 커뮤니티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나의 공간에 성격과 위상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조직들이 함께 모여 있다? 그건 오로지 폐쇄된 환경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환경이 허락하는 순간 각각의 커뮤니티들이 갈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독립네트워크는 고립네트워크였다. 독립네트워크에는 아군만이 존재했을 뿐 대중이 없었다. 운동단체들이 대중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독립네트워크를 지키던 사람들의 역할은 본래 품안에 커뮤니티를 건강하게 키우고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다. 이때의 핵심사업들은 회원 확대, 서비스 안정화, 정보화 교육, 그리고 당국의 검열에 저항하는 표현의 자유 투쟁이었다.
그런데 품안에 있던 커뮤니티들이 독립한 상황에서 독립네트워크를 지키던 사람들에게 남은 일은 무엇이었나. 어디로 떠나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커뮤니티/홈페이지들을 인터넷의 망망대해에서 찾는 것, 찾을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포털 전략이었다.
정보화 정책의 문제는 이제 구체적인 독립네트워크 속의 사람들이 어떤 질서를 가져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추상적인 전 인터넷의 무차별적 네티즌 모두의 문제가 된다.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정보운동은 대중을 상실한다.
 
실패한 포털전략,  의회로 간 정보운동

광활한 인터넷, 전혀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인터넷에서 운동의 포털은 자본의 포털들과 맨 몸으로 맞부딪혔다. 그 공간에서 우리의 무기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불특정 다수 개인들의 단순한 집합, 그것은 민주주의보다는 파시즘과 더 어울린다. 그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가능하기라도 했을까? 게다가 경쟁은 서로를 닮게 만들기도 했다. 자본의 포털은 압승한 것은 물론, 관문 차원을 넘어서 자기 안에 폐쇄된 거대한 공간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어떻게 효과적인 서비스를 할 것인가, 어떻게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인가, 효율적인 소통을 일으킬 것인가, 어떻게 사람들을 교육할 것인가, 어떻게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 어떻게 자료를 축적할 것인가에 관한 모든 정책들이 상실되었다. 어떻게 자신(들)만의 공간(사적인 공간, 프라이버시!)을 만들고, 어떻게 우리들의 공간(공적인 공간, 정보 공유!)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실천을,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에 관한 의회 활동이 대신했다.

각개격파당하고 있는 커뮤니티들


그렇다면 흩어진 커뮤니티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독자적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네티즌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무관심했다. 자본의 포털은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반면 운동의 포털은 힘을 잃었다. 운동의 포털은 더 이상 그들을 교육하지 않는다/못한다.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생산할지, 어떻게 대중을 만나야 할지, 어떻게 다른 커뮤니티를 만나고, 어떻게 자료를 공유할지고, 그들은 모른다. 광활한 인터넷 공간에 그들은 외로운 섬으로 남았다. 그들의 홈페이지는 과거에 비해 성장했을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는 퇴보했다. 그들은 각개격파당하고 있다.

정보운동2.0을 향하여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인가? 자본의 포털, 그 권력을 뺏을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폐쇄된 독립네트워크를 재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 지금도 여전히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둘러싼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터넷은 광활하며, 그것이야말로 인터넷의 가능성의 핵심이다. 아무리 자본과 권력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은 항상 그 외부에 공간을 남겨두고 있다.

웹 2.0이라는 이름으로 새삼스럽게 다시 제기 되고 있는 가능성들은 바로 그러한 외부에서 발견된 오래된 미래들이 아닐까? 자본은 이를 끊임없이 다시 자신의 질서 아래 복속시키려고 하고 있고 또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한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다시 시작하는 그 싸움을 우리는 정보운동 2.0이라 부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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