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문학 텍스트 속에 빛에 의해 감광건판 위에 새겨지는 상에 비유될 수 있는 이미지들을 남긴다. 미래만이 그러한 음화(cliché)를 완벽하게 드러내는 효력을 가진 현상액을 갖고 있다." (앙드레 몽글롱)
- 발터 벤야민, <파사젠베르크> 묶음 N("인식론에 관해, 진보이론") 15a, 1
"폭격기를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비행하는 사람에게 기대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가 하늘로 올라간 이유는 ‘산꼭대기에 쌓인 눈을 구해 도시에 돌아와서는 한여름 무더위에 시달리는 거리에 눈을 뿌리기 위해서’였다." (피에르-막심 슐)
- 발터 벤야민, <파사젠베르크> 묶음 N18a, 2
과거가 기입해 넣은 것을 부활시키는 미래라는 현상액이라.
어떻게 이런 비유를 만들어들 내는 것일까.
폭격기가 세상을 파괴할 때
비행기를 만든 사람들의 꿈을 저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벤야민은 그 순간에 오히려,
세계의 파괴로 이어진 한 계열의 시간을 반성하면서
그 계열로 환원되지 않는, 그 동안은 압도되어 숨죽이고 있던,
그러나 우리를 새로운 계열의 시간, 말 그대로 '미래'로 안내할 수 있는
위대한 꿈을 발견했다.
때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그 말의 뜻에 값하는 '미래'를 여는 것이라는
역설을 눈부신 진리로 만들면서.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