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제도

"군중의 열정적 운동.분노.연민은 한 사람의 특정한 개인의식으로부터 유래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 각자의 외부로부터 오며, 우리 자신과 상관없이 우리를 몰고 갈 수 있다. (...) 우리가 공통의 감정을 생산하는 데 자발적으로 기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받은 인상은 만일 우리가 혼자였더라면 경험했었을 것과 매우 다르다. 또한 일단 군중이 흩어지면, 즉 이러한 사회적 영향력이 우리에게 작동하는 것이 그치고 다시 혼자 있게 되면, 우리의 마음을 통해 지나갔던 감정들이 낯설게 나타나고 또한 더 이상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 에밀 뒤르켐,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윤병철.박창호 옮김, 새물결, 2001, 56~57쪽.

 

조직 없이 보낸 노동자대회는, 철이 든 후엔 거의 처음이지 싶다.

뒤르켐이 말한 것처럼, 감정도 제도다.

다른 제도에 들어가면, 감정도 달라진다.

생각해 보면, 한때 나를 괴롭혔던, 그때 그 선배들은 왜 저렇게 바뀌었을까 하는 질문만큼,

답하기 쉬운 것도 없었다.

선배들은 나와 다른 제도에 들어갔고, 서로를 이어줄

또 다른 제도를 그들과 내가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제도에 들어가서, 전처럼 생각하고 느낀다는 건

거짓말이거나 관념론, 어느 쪽도 아니라면 정말 대단한 거다.

안타깝게도 그리 대단치 않은 나는,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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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포리아

2010/11/08 19:20 2010/11/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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