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하에서 사고'한다는 것 1

"J'admire que Matheron, ici, n'ait eu recours ni aux facilités de l'expilcation analogique (Althusser aurait cherché à penser la philosophie ≪sur le modèle de la politique≫, et occasionnellement aussi la politique ≪sur le modèle de la philosophie≫, ou d'une certaine philsophie), ni au formalisme très en vogue d'une théorie du ≪performatif≫ (qui pourrait sans doute être une façon de développer l'idée du ≪concept pratique≫ en tant que discours produisant des effets, ou trouvant sa réalité dans les effets qu'il produit, mais ne rejoindrait jamais l'idée althussérienne d'une ≪pensée sous la conjoncture≫, toujours déjà commandée dans ses contenus, ou ses problèmes, par les conditions d'un ≪fait à accomplir≫, et donc aussi d'une dissolution du fait accompli)."

- Etienne Balibar, "Une rencontre en Romagne", Louis Althusser, Machiavel et nous, Tallandier, 2009, p.27.

 

'정세 하에서 사고'한다는 것.

그것은 우선 정세가 제기하는 문제, '달성해야 할 사실'(fait à accomplir)의 가능성/조건을

사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히 마키아벨리의 사례에서 보듯,

이는 '기성의 사실'(fait accompli) 또는 세력관계 안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정세가 제기하는 문제가 대개 '불가능성의 가능성'인 까닭이다.

 

그렇다면 '정세 하에서 사고'하는 것은

한편으로 '기성의 사실' 또는 세력관계를 해체(dissolution)한다

는 의미에서의 '이상주의'와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해서 '기성의 사실'에서 풀려난 요소들이,

'달성해야 할 사실'의 가능성/조건을 이루게끔 연접(conjonction)시킨다

는 의미에서의 '현실주의'라는

'대립물의 통일'이 된다.

(물론 이런 의미에서의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는 매우 독특한 것이고

기성의 이상주의/현실주의와 많은 점에서 충돌할 것이다.)

이상주의를 통해서만 열리는 현실주의,

현실주의를 통해서만 실현되는 이상주의

라는 눈부신 역설.

 

알튀세르가 즐겨 쓰는 심상, '아무 데서 와서 아무 데로 가는 기차'를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항상-아직 기차는 도착하며,

새로운 시작 또는 차라리 '돌발'(surgissement)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성'일 뿐이고,

더욱이 '달성해야 할 사실'에 호의적이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우리는 닥쳐오는 정세를 우리의 구미에 맞게 선택할 수 없고,

좋든 싫든 이 주어진 조건을 재료로 작업해야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이 여건의 요소들이 호의적으로 마주치고 연접할 수 있는

'공백'(vide)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 행위,

마키아벨리 식으로 말하자면 '(변)덕'(virtù)을 발휘할 때에만

기차/정세/여건은 우리를 '달성해야 할 사실' 쪽으로 조금이나마 가까이 이끌 것이다.

 

더 정교히 할 문제들이 있을 텐데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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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포리아

2011/02/13 15:11 2011/02/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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