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연말연시라는 말이 무색한 요즘이다.
문득 작년에 몇 가지 계획을 세웠던 게 떠올라 뒤져봤더니
기억조차 못하는 것들도 있고 잘한 것도 있다.
아침에 유도 배우러 다니는 건 꽤 잘했고
주거권운동에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보자던 것도 잘했다.
이렇게 모호한 계획은 어떻게든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거다. 하하.
그렇지만 나누리+의 장기적 전망을 예비하자는 건
잘 못했다. 늘 미안함을 달고 살았으니, 고민 안하고 미뤄둔 티가 날 수밖에.
동생 없이 혼자 살다보니 청소랑 설거지, 빨래 등은 자연스럽게 내가 챙기게 됐고
읽은 책 적어놓는 것도 얼추 했다만 아주 잘한 일 같지는 않다.
사무실에서 비폭력대화 참고하자거나 엽서를 애용해보자는 계획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계획이었고
뉴스를 그날그날 보자는 것도 못했지만 다시 계획의 자리에 오르지는 않을 듯하다.
여전히 이어져야 할 것들은
집에서 요가하는 것과
내가 먹고 마시는 거 조금더 찬찬히 살펴보자는 것인데
작년을 돌아보면 정말 쉽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기타항목의 지출을 줄일 것!!!
2007년에 내가 쓴 돈을 계산해보고는 경악했다.
절대긴축해야 한다.
그런데도 막상 무엇을 어떻게 줄여야 할 지
분명하게 감이 오지 않아 두려운 상태다.
일요일에 늦잠자기, 늦잠자다가 일어나서 음악듣기, 음악들으면서 책읽기, 책읽다가 잠자기, 밖에 나가 놀더라도 혼자 놀기
도 꾸준히 이어질 욕심인데 얼마나 잘할 지는 모를 일이다.
이런 계획을 세울 때 예상하지 못했던 큰 일을 치루기도 했고
이때 흔들리고 있었던 마음이 내내 흔들려 어렵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설레임과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오가기도 했고
나를 자꾸 묻곤 했던 한 해였다.
산다는 게 그렇지, 대체로 평범무난한 한 해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년 계획은, 대체로
후회할 일들을 후회없이 벌여보자는 테마로 세워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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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르 2008/01/01 17:3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2008년 계획을 세워야 겠다는 생각이 급 드는군요..^^
미류 2008/01/01 22:5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계획의 제일 큰 쓸모는 질근질근 씹게 되는 것인 듯해요. 오래 씹을 수 있는 계획 세우시고 계획보다 멋진 한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