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마을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 버스가 언제 올까 설렐 수도 없이 그냥 기다렸다 자전거를 탄 두 아이가 지나가다 잠시 멈춘다 초등학교 6학년이거나 중학교 1학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로 나가려고? 한 아이가 물었다 앞에 선 아이는 차도에 차가 오는지 오지 않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안돼 아는 사람한테 걸리면 나 혼나 앞에 선 아이는 아쉬운 듯 인도로 다시 방향을 잡는다 경찰차 한 대가 지나간다 에이 짭새다 재수없어 뒤에 선 아이가 뜬금없이 말을 내뱉으며 뒤쫓아간다 앞에 선 아이는 멈춰있다 길 한편에서 폐지를 챙기느라 앉아있는 할머니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굳이 지나가려면 좁지도 않은 길에서 아이는 할머니가 돌아볼 때까지 말없이 기다린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할머니가 뒤돌아본다 앳된 아이들의 얼굴을 본 할머니의 주름진 세월에 작은 웃음이 깃든다 벽으로 살짝 비켜준 할머니에게 고개를 까딱 하고 두 아이는 다시 자전거를 굴린다 마을버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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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1 22:02 2013/02/2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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