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두 편의 영화를 봤다. 메모.

 

# <카마가사키 권리찾기> 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다큐였지만 다큐가 기록하려고 했던 카마가사키 노숙인들의 싸움은 되새겨볼 의미가 충분하다.

나는 특히, 투표하러 가자는 활동가들의 선동과, 투표 따위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충분히 아는 노숙인들 사이의 다툼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과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다를 듯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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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가사키의 많은 노숙인들이 후쿠시마로 갔다. 덤프트럭을 운전할 사람을 모집한다길래 쫓아간 그들이 해야 했던 일은 핵발전 사고 현장에 물을 뿌리는 일. 그들에게 주어진 장소. 

 

# <군대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 은

피곤에 절어 있던 나를 촉촉하게 만든 후 보송보송하게 말려주는 효과까지, 심지어 고마운 다큐였다.

주인공의 병역거부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한계인 것처럼 지적되기도 했으나, 나는 그것이야말로 이 다큐의 가장 큰 장점 혹은 운동적 의미라고 생각한다. 왜 명확함이 우리에게 요구되는지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병역법은 군대에 가야 한다는 명징함을 자신의 것으로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군대를 두고 여러 가지 다양한 고민을 하는데, 가는 선택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와 담론은 충분히 많고 익숙하다. 간다는 결론이라면 그 이유가 얼마나 명확한지 아무도 따져묻지 않는다. 그러나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면, 가지 않겠다는 결론이라면 그 이유는 명확해야만 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명확함에 대한 요구는 너는 명확할 수 없다는 단정이다. 그러나 정말로 명확하지 않은가?

아무리 모호하고 흔들리는 듯 보여도,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닿은 자리는 더 단단하고 명확한 자리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군대를 가게 되는,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말들은,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덜 구체적이고 덜 명확하다. 자신에게로 덜 내려가도, 타인에게 더 이해되므로.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법은 왜 그렇게 저가 먼저 명확하냐고, 그래서 정작 제 스스로에게 명확한 사람들을 왜 흔들리게 만드냐고. 사람이 흔들리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 흔들림이 삶을 휘청거리게 하지 않을 정도로 진동을 나눠 감당하는 것이 사회의 존재의의라면, 도대체 이 사회는 왜 저 혼자 꼿꼿하냐고. 

여러 면에서 부족함 없는 인권영화라는 생각. 이 영화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제기하는 것은 운동의 어떤 계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관객과의 대화에서, 자막 등을 통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공감. '영웅주의적이라는 느낌'은 오히려 이 다큐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관객의 첫 마디를 들으며, 또 다른 의미의 영웅주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막연히 들었다. 그가 '심리적 가해자의 딜레마'라고 표현했던 것 역시 이 다큐를 통해 다르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게 아쉽다는 평가가 있다는 건, 내가 영화를 보고 싶은 대로만 봤다는 얘기일지도.

감독이, 촬영이 끝날 때까지도 "왜"라는 질문을 주인공에게 던졌고,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자신이 던진 질문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는 얘기는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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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는 2008년 이길준 의경의 병역거부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임재성은 병역거부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가능했던, 이전까지와의 병역거부 운동에서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병역거부가 어떻게 대중적인 지지를 얻으며 국가주의와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힘으로 모일 수 있을지는 늘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현민의 병역거부와 연관지어 보면, 병역을 거부하는 이유의 명확함의 차이보다는, 그 이유를 명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또는 대중의 인식 변화가 더 중요한 차이라는 점을 짚어볼 수 있을 듯하다. 그것은 병역거부 자체에 대한 동의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다른 생각'을 서로 이해 가능한 것의 영역으로 당겨올 수 있는 변화. 서로 다른 운돌들이 어떻게 만나야 할까, 에 대한 고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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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01:27 2013/03/2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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