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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에게도, 미안할 때가 있더라.

색종이를 곱게 오려 줄기에 단단하게 묶어놓은 듯한 다른 꽃들과 달리, 코스모스는 어디에 서있어도 제 멋에 한들거리는 것처럼 보였어. 인간들이 보기 좋으라고 사열식하듯 늘어세운 꽃들이 안스러울 때도 코스모스는 일렬로 세울 수도 없는 꽃이라 보기가 좋았고 별 미안함도 없었지.

어제는 한강변에 나갈 일이 있어서 다녀왔어. 코스모스가 보이더군. 처음에는 무슨 풀무더기인 줄만 알았지. 지저분하게 버려져있는. 드문드문 코스모스 꽃잎들이 보이고 나서야 코스모스인가 했지. 꽃을 직사각형의 땅에 가득 심어놓았더군. 둘레를 줄로 막아놓았던데, 사람더러 들어가지 말란 것인지, 꽃 보고 나오지 말란 것인지, 참 알 수 없는 노릇. 너른 땅떼기에 옮겨심은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사람이 보기에도 전혀 곱지가 않은 모습이었어. 바람에 흔들릴 여유도 없이 빽빽이 들어선 줄기들 사이로 보이는 꽃들이 쓰레기처럼만 보이는 거야.

그래서.

미안하더라. 인간들 하는 짓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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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1 13:18 2004/10/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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