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marishin님의 [의견을 주세요.]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관련포스트가 많아서 어디에 트랙백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글이 의견을 주는 글은 아닐 듯한데, 아, 난감하다.

 

#1. 트랙백을 못 걸다

웹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처음에는 아예 포스트를 읽지 않았다. 모르기도 하는 데다가 구체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모든 트랙백을 오가며 읽은 것은 대견하기까지 하다. 짝짝짝 ^^;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역시 아는 것이 없으니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나로서는 구글애드센스를 직접 보고싶은 욕심까지 미치려면 한참 멀었으니까.

예를 들면, 스킨에 대한 이야기들도 참 난감한 것 중의 하나였다. 가끔 이글루나 다른 블로그 사이트들을 다니면서 개성적이다, 라고 호감을 가진 적은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런 욕심이 없었다. 물론, 욕심이 전혀 없다기보다는 능력이 없어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래서 진보넷 블로그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막막했다. 욕심을 부려본 적이 없으니 무엇이 안되는 것인지도 모르고 무엇을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그런데 그 이야기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가 된 듯도 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더욱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웹세상에 이런 공간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 고맙기만 한데, 고맙다는 말도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트랙백을 걸다

 

시간적으로도 뒷북일 뿐더러 아마 내용도 뒷북치는 것일 듯한 글을 굳이 트랙백건 것은 오가는 포스트들 속에서 내가 잘 몰랐던 것들을 좀더 고민해볼 수 있는 단서가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비물질적 노동 혹은 정보, 라는 것.

비물질적 노동이라는 것이 대개는 웹세상의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는 그 무엇을 염두에 두는 것일 듯하다는, 같은 텍스트라도 인쇄물의 형식을 빌린 텍스트와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펼쳐지는 웹세상의 텍스트는 다른 점이 있을 듯하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으로 고민을 시작할 만한 지점에 한번도 서있지 못했다. 아니, 항상 서있으면서도 분위기 파악을 못한 겐지도.

 

오가는 트랙백들은 구글애드센스로 인해 촉발되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블로그에 다는 기업광고' 정도로 이해했다. 첫글은 '독립정신이 강한 블로그에 구글애드센스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는 것으로 읽었다. 이 부분, 에 좀더 주목.

 

진보넷이든, 어디든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은 일종의 텍스트다. 그리고 그 텍스트/정보의 생산을 비물질적 노동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나부터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 글을 쓰는 것은 '노동'이다. 그러나 노동력의 대가로 누군가로부터 임금을 받는다거나, 이 결과물을 시장에 내어놓고 팔거나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자본에 의해 조직된 노동은 아닐 수 있다. 네그리가 비물질적 노동에 주목했던 것은 이런 방식을 통해 직접적으로 사회화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에 포섭될 수 있는 공간, 아니 언제든 자본은 이러한 노동들을 포섭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그것들을 '가치'로 만든다.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네그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어설프게 동의할 생각도 없지만 나는 '가치의 착취'가 아니라 '가치화' 자체가 자본주의생산양식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는 편-무성의한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다. 기회가 된다면 저항의 전략을 좀더 본격적으로 고민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현실에서의 투쟁들을 쫓아가는 데에도 헉헉거리다가 생을 마감할 듯하지만 ㅡ.ㅡ)

 

구글애드센스는 블로거들의 노동을 '가치화'한다.

가치의 착취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잉여가치는 가치 전체와 구분되지 않는 상태로 생산되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본의 노동력 구매(좀더 정확하게는 생산수단의 독점으로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자본은 노동력을 구매하여 사용함으로써 노동에서 비롯되는 모든 가치들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다. 잉여가치를 착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구글애드센스는 블로거들의 노동력을 구매한 것도 아니고 블로거들이 구글애드센스에 노동력을 팔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아주 정중한/세련된 방식으로 그/녀들의 노동을 '가치화'또는 포섭하고 있다. 신청을 받는 자발적인 외양을 띠며 간단히 배너를 달아주는 조작에 대해 비용까지 지불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블로거들에 의해 생산된 텍스트를 통해 광고'효과'를 기대하고 그것에서 '가치'를 뜯어간다. 얼마나 뜯어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셈해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블로그의 텍스트들은 '가치'로서 생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구글의 '뜯어감'으로 인해 텍스트 자체가 '가치화'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나, 정보의 공유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것은 매우 불쾌한 일일 수도 있다. 정보공유는 자본에 의한 정보독점에 반대하는 것일 게다. 또한 정보를 통해 이윤이 창출되는 것에 대한 반대일 것이다. 이윤이 아닌 인간을 위한 정보, 또는 노동의 소외로부터 자유로운 정보, 자본에 포섭되지 않는 '관계'를 통한 생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정보의 가능성을 찾는다면 구글애드센스는 반갑지 않은 손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구글애드센스는 텍스트/정보를 직접 소유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정보를 이용(또는 전유?)하여 이윤을 창출한다. 구글애드센스의 방식이 매우 세련되다는 것, 소유하려 들지 않고 이용(또는 전유?)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자본에 의한 포섭을 은폐하는 효과를 가진다. 예를 들면, 싸이의 페이퍼에 담긴 컨텐츠에 대한 권리가 회사에 있다는 약관 때문에 많은 싸이인들이 분노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3. 어쨌든 트랙백이다

 

다시 돌아오면...

구글애드센스는 '상업성'이나 '사적 영역에의 침투'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심화, '우리'의 생산의 공간에의 침투-더 나아가면 저항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침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동시에 구글애드센스를 유치하는 행위가 자본주의를 심화시키려는 의도를 띤 것이거나 적에게 문을 열어주는 스파이거나, 인 것은 아니므로 구글애드센스를 유치하는 블로거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음, ...하다못해, 구글이 챙겨먹는 만큼 나에게 지불하라는 것일지라도.(이건 좀 아닌 듯하지만 손을 못 대게 하는 방법일 수도...아, 허접... 그래도 일단 써놓음... 이진경이 자본을 넘어선 자본에서 비슷한 논리를 전개한 적 있는데 다시 한 번 비판해볼 것...) 나이키 상표가 그려진 신발을 신고 다닌다고 그/녀에게 아쉬움을 표하기가 쉽지 않듯이(개인적으로는 부끄러운 것 중 하나지만) 구글애드센스를 유치하는 것 역시, 블로거들이 자본의 편에 선 것처럼만 이야기하기는 힘들 듯하다.

다시 ...

구글애드센스를 유치하느냐, 아니냐는 단순히 취향이나 삶의 자세를 넘어선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인식되어야 할 듯하고 그에 대한 저항이 구글애드센스를 유치하는 블로거들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쉽다.

역시...

구글이 유행이라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나는...

 

* 짧은 메모. 블로그 운영에 드는 돈을 충당하는 데에(정도와 무관하게) 구글이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유치와 지불'의 형식을 빌어 블로그 운영에 드는 '돈'까지 구글이 가져가는 것일 수도.

 

* 의자는 잘못없다, 라는 연극이 있다. '한 남자가 의자를 보고 반했다'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이 연극에는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 남자가 보고 반한 의자는 가구점 주인의 딸이 직접 만든 것으로, 팔려고 내놓았던 것이 아니라, 어쩌다 가구점에 진열된 것이었다. 남자는 어떻게든 그 의자를 '사려고' 하고 가구점 주인은 '팔려고' 하는데 딸은 '팔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팔려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연극은 이러한 상황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들을 모두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연출의도가 무엇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이 상황이 참고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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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5 13:14 2004/10/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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