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장애, 여성으로 살아가기 - 대옹

장애, 여성으로 살아가기

-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김상희씨 인터뷰

대옹

 

 

“제 소원이요? 초원이가 저보다 하루 일찍 죽는 것에요”

영화 “말아톤”에서 주인공 엄마의 대사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과연 장애를,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볼까? 불구, 불구를 가진 사람, 불행, 불행한 사람, 혼자선 살 수 없는, 그리고 그런 사람?!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면 ‘장애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있나’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 사회에서 비장애인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지도, 의사소통에 힘겨워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들’이 장애를 겪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만’을 위한 이동시설이 잘 갖추어지고, ‘그들’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이유가 과연 장애 그 자체 때문이라 할 수 있을지 여성장애문제를 고민하는 장애여성 공감의 김상희 활동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애인의 문제가 대두된 것은 오래 되었는데 과거와 비교해 우리 사회가 오늘날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가요? 예전에는 장애를 멀리하고 꺼려하기만 했었던 것에 비해 요즘은 좀 더 가깝게 느끼고는 있지만 실제적으로 장애문제가 나의 문제로 고민이 되고 있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여기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려서부터 뇌성마비가 있는데, 제가 어렸을 땐 (장애를) 아이처럼 생각하고, 거부감을 느끼고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로 인식을 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과거와 같은 생각도 남아 있긴 하지만 언론 매체에 많이 드러나고 후천적인 장애들도 많아서 서로 다른 세계로 인식하는 생각은 좀 없어진 것 같아요. (그런데도) 불쌍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시선들을 많이 접해오긴 했죠. 장애가 주는 이미지가 워낙 부정적이라 장애를 가진 것만으로도 불행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시선이 아직 많아요.

 

혹시 직접 겪는 차별이나 피해 같은 것들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뇌성마비 장애도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보시다시피 저는 언어장애가 있고 휠체어도 타기 때문에 생활에 보조가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혼자 지하철을 타거나 어딘가를 갈 때 바닥에 물건을 떨어뜨리면 주워달라고 말을 하기가 어려워요. 힘들게 말을 해도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요. 다소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제 말이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귀 기울여 주지 않아요. 언어장애를 낯설게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또, 사람들이 뇌성마비에 대한 편견이 많거든요, 제가 안면근육 마비 장애가 있는데, 사람들은 지적장애로 여기고 처음 만났는데도 (말을 걸때) 마음대로 반말을 하고 그럴 때가 많죠.

 

낯설게만 생각하고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말에 반성도 하게 되고 공감도 하게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런 식의 생각들이 또 장애와 비장애를 나눠버리고 서로 다른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같은데요. 이런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이분법화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주체적이지 못하고 , 대상으로서만 규정되는 것을 경험 하시나요? 특히, 장애단체이면서 여성단체인 공감은 결혼, 출산, 육아와 같은 문제들이 주체성의 문제에서 더욱 고민스러울 것 같은데요.

 

주변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저와 같은 장애를 가진 여성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자꾸 저와 닮았다고 이야기를 해요. 제가 볼 때는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 많이들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건 그 사람의 생김새나 모습은 보지 않고 장애만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공감에서는 장애여성의 출산 육아 등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저희가 왜 ‘장애여성들만 고민을 해야 되는가’를 문제로 제기하고 싶어요. 그 문제는 지금의 결혼제도가 많은 문제점이 있다 생각하고, 그런 이의를 드러내지 않고서는 (장애여성이) 원하는 결혼이라든가 출산을 얘기하기는 참 어렵거든요.

저에겐 결혼이 굉장히 억압적인 제도로 다가오거든요. 결혼이 파트너하고만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파트너의 가족과도 연결되는 일이잖아요. 그 파트너가 가족이 없을 수도 있지만 역시 주변 사람들과 복잡한 연관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저한테는 억압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 같아요.

 

‘장애’라는 것으로 규정짓고서 확실하게 분리시키는 문제가 특히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여성으로서의 역할까지 강요받고 장애 여성에게는 더더욱 고민이 되는 문제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제는 좀 다른 이야길 해볼까하는 데요? 요즘 장애운동 단체들이 4월20일 장애인의 날까지 대정부투쟁을 선언하고 농성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감도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공감은 어떤 활동에 주로 주목하고 있나요?

 

저희도 4.20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장애여성에 관련된 요구안은 많이 부족해서 아쉽습니다. 여성장애인이 요구하는 목소리를 하나하나 담아내지 못했어요. 일상적으로 하는 고민들인데도, 언어로 정리되지 못한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예를 들어 주거권 문제에서도 장애인의 주거권을 보장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장애여성에게는 단순히 주거권 보장 문제와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독립생활 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많은 중증장애 여성이 독립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분들이 외부로부터 위협받는 경우가 많아요. 밤에 문을 두들겨 본다든가 문을 열어본다든가 하는 위협 말이에요. 또 장애여성문제가 꼭 당사자끼리만 고민을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싶은데 장애여성 문제는 장애여성들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좀 아쉽다는 느낌을 받죠.

 

언어로 장애 여성의 문제를 정리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문제를 장애 여성만 고민하지 않고 비장애인이나 장애남성도 더 많은 고민들이 공유되는 것이 이런 여성장애의 문제의 언어를 만들고 목소리를 내는데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장애문제해결에 대해 정부적인 차원 외에 바라는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장애인 콜택시 아세요? 노란색 봉고차. 저는 혼자 타고 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활동보조인이 콜택시를 불러주면 혼자타고 가는데 기사님들이 되게 활동보조를 해주시는 분이 같이 타지 않은 것에 대해 굉장히 불편해 하세요. 왜 같이 가지 않냐고 계속 꼬치꼬치 물어보는 분이 많은데 제가 꼭 누군가 옆에 있어야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간주되고, 제가 언어장애가 있어서 목적지 설명을 잘 못할 수도 있다는 거에 대한 걱정도 하시더라고요. 장애에 대한 두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러한 것들을 바꾸어야 될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말을 많이 했는데, 가령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인데 그때라고 사람들이 갑자기 관심을 갖고, 인식이 하루 만에 바뀌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건 장애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갖고 있어야 인식이 바뀐다고 생각을 해요. 일상적으로 소통을 하고 같이 고민하는 노력이 서로에게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많은 장애인분들이 시설이나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있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소통을 더 쉽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도 장애여성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장애여성을 만나보고 싶은데, 장애여성분들이 다 어디 숨어 계신지(웃음) 만나 뵙기가 굉장히 쉽지 않아요. 시설에 갇혀 계신 분들도 있을 거고 집에 갇혀 사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뭐 언론에서는 그런 장애인들의 모습을 많이 비추어주고 있잖아요. (동정적이거나 극복만을 강요하는)그런 모습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노력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단체 같은 경우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으면 좋겠다.(웃음)

 

그럼 공감에 대해서 좀 더 소개 해주세요.

 

공감에서는 지금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여성 성폭력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베이커리도 하고 장애여성 독립생활 센터도 운영되고 있어요. 그런 활동을 통해서 장애여성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성폭력문제 중에 지적 장애가 있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많은데 그에 대한 아직 대안이 없어 어떤 대안을 만들지 고민하고 있어요. 또 독립생활 센터에서는 장애여성을 독립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올해엔 장애여성 주거권에 대해 주제를 잡고 활동할 계획입니다.

부모가 자식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자신 보다 먼저 죽기를 바라는?! 바랄 수밖에 없는 영화 “말아톤”의 장면은 우리사회의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로 만드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장애인은 불행하고 우린 동정과 시혜만을 주거나, 혹은 초원이처럼 드라마틱한 극복만을 요구한다. 본인도 장애인이기에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던 김양원 목사가 인권위 비상임위원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그런 김 목사의 임신한 장애여성의 낙태 강요와 같은 반인권적 모습에서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더욱 겹쳐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