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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6/ 9.1(목)

 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6/ 9.1

1/ 개요

9시에 시모노세키항으로 입국하여 1시간여를 이동하여 우사신궁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하였다. 식사후 벳부로 이동하는 길에 유휴인 민예촌을 구경하고, 벳부 유황재배지를 거쳐 숙소로 이동하였다.

 

2/ 시모노세키항

어제 밤의 배는 큰 흔들림없이 평온했다. 배에서 아침 식사는 다들 입맛이 없다니 나만 배불리 먹는다. 그래도 아침 햇살에 바다를 보면서 커피도 마시며 분위기는 한껏 내보았다.

우리가 탑승한 광양비츠호는 시모노세키항에 먼저 도착했지만 부관훼리의 입국수속이 끝난 후, 입국할 수 있었다. 일제의 조선 침략의 첨단기지 역할을 하였던 시모노세키항은 해방이후 뱃길이 폐쇄되었다가 한일협정 이후 다시 뱃길을 열었다. 이 항구를 통해 입국하는 이들은 아마 한국인이 대부분일 것이다. 입국심사장 곳곳에는 한국말로 안내문이 붙어 있고, 최지우의 관광홍보판이 걸려있다.

몇 군데 가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을 출국심사장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출입국관리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웃는 것을 보지 못했다. ‘친절한 일본’ 역시도 출입국장의 풍경은 같았다.

단체 이동을 하기위해 대기하면서 자판기를 살펴보았다. 담배를 피다보니 담배자판기를 살펴보니 410엔 한다. 우리 돈으로 5700원 정도이다. 배에서 듣보잡 브랜드지만 면세담배를 14000원에 한 보루 사논 게 다행이다 싶다.

여행사상 처음으로 깃발을 따라 버스에 오르니 잘 생긴 기사님이 가방을 받아주며 연신 인사를 하신다. 인상이 좋아서 안전운전을 하실 것 같아 다행이다. 버스로 40분 정도 이동하면서 가이드께서는 여행일정과 일본과 규슈지방에 대해 설명을 하신다. 가이드라는 직업이 아는 것도 많아야 되지만 적절히 설명해야하고, 많은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직업인 듯하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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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사신궁

버스는 화장실을 들릴 겸 지역 휴게소로 향한다. 뭘 사먹을 생각은 없지만 처음 보는 일본 음식이 궁금해 가게에 들어갔다. 메밀도시락 등 간단한 도시락이 380엔(5400원)이다. 비싸다!

우사신궁으로 향하는 길은 일본의 전통가옥과 개량된 형태의 가옥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한마디로 깔끔한 이층 가옥이다. 가이드는 가옥의 기와가 급한 것은 자기 집의 빗물 등이 이웃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한다는 일본인의 정서와 맞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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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신궁은 일본 천황을 신으로 모시는 신궁 중 총 본산이라고 한다. 일반인을 모시는 곳을 신사라 하고, 신을 모시는 곳을 신궁이라고 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우사신궁의 첫인상은 밝은 주황색의 색감이었다. 정문에서부터 건물을 휘감는 주황색은 신궁의 이미지에는 너무 밝은 느낌이어서 색달랐지만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신궁에 기도하러 오는 일본인외에 관광객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오늘 내린 배에서 줄줄이 이곳으로 왔을 터이다. 아쉬운 점은 우리가 이해못하는 종교적 풍습이라도 일본인들이 마음으로 기도하는 곳인데 신궁 곳곳에서 소리쳐 일행을 부르고, 아무 곳이나 불쑥불쑥 들어가려하는 모습은 많이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와 달리 신궁에서 기도하는 일본인들은 상당히 경건한 모습이었고, 기념품과 소원지 등을 파는 판매점원도 전통의상을 입은 단아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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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인근 상가에서 하였다. 식당은 단체 관광객을 받는 전문점이어 식당 안은 부산했지만 나이 많은 일본 어르신들이 열심히 서빙하셨다. 도시락이라고 미리 설명을 들어 별 기대를 안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런 수준이었다. 식당 밑 상가에서 이런저런 일본 간식과 음식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쇼핑이 포함된다는데 이런 곳만 다니면 좋겠다 싶다.

 

 

4/ 유휴인 민예촌 거리

규슈지방은 일본의 고원지대인 듯 했다. 울창한 삼나무 숲이 우거져 장관을 이룬다. 숲이 어찌나 울창한지, 마치 산에 근육이 붙은 듯 울퉁불퉁하다. 수령을 미루어 짐작해도 일본 제국주의 전쟁 이전부터 보존된 것으로 보여 식민지 조선의 헐벗은 산림과 비교되어 마음이 아픈데, 이런 제길! 자위대 장갑차가 눈에 보인다. 자위대 훈련장이 근방에 있다고 한다.

유휴인은 긴린코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민예촌 거리이다. 햇살을 받으면 금비늘처럼 반짝거린다고 해서 이름붙어진 긴린코 호수는 자그만한 호수이지만, 지역 주민이 관광산업의 유치를 위해 마을 전체를 이쁜 집과 기념품점으로 채워서 일본 내에서도 가보고 싶어하는 곳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물론 한국 관광객들도 좋아하고. 마치 우리의 인사동 거리같은 느낌이지만 일본 전통 민예를 재현하기 보다는 이쁜 거리를 만들은 듯 하다.

길을 산책하면서 아내가 나와 닮았다고 하는 도라이에몽 옆에서 촬영도 하고, 일본 고로케 대상을 받았다는 가게에 들러 군것질도 하였다. 역시 고로케는 따뜻할 때 먹는게 갑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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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벳부 유황재배지, 호텔

다시 차에 올라 벳부로 향한다. 벳부는 마치 우리의 온양온천 같은 곳이다. 온양온천이 쇠락하다가 전철이 연장되면서 방문객이 늘어났듯이 뱃부도 이제는 한국인들로 인해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유황재배지는 전통 방식으로 유황을 재배하고 있었다. 그냥 둘러보고 뱃부 하몬드호텔로 다시 향했다. 3인용 객실로 들어서니 일본 전통 복식 중 잠옷이나 목욕가운으로 쓰는 유카타가 놓여 있다. 가이드 말이 속옷은 꼭 입으란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아내와 난 뱃부 시내 구경을 나왔지만 어둡고, 사전 정보도 없고, 배는 불러서 사먹을 것도 없고 돌아오는 길에 마켓이 있어 구경을 하면서 녹차와 커피, 약간의 간식을 구매했다.

마침 대구 육상대회가 열리는 기간이라 말이 안통해도 볼 수 있으니 한참을 보다보니 일기예보가 나온다. 아나운서들이 100㎜라 써있는 박스를 올리더니 200㎜라 써있는 박스를 하나 더 올린다. 뭐라 뭐라 하더니 300~500㎜라 쓰인 박스를 하나 더 올리고 박스를 돌린다. 뒷면에는 태풍이라 써있고, 비와 번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하지만 뉴스에 재미를 더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어서 보다가 한참 웃었다.

그나저나 내일 비 많이 오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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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5/ 8.31(수)

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5/ 8.31

1/ 개요

이 날은 하동 관광을 하였다.

하동 관광은 섬진강을 접한 읍내 권역과 드라마 ‘토지’의 촬영지인 최참판댁이 있고 슬로우시티로 선정된 악양권역, 화개장터와 쌍계사, 벚꽃길이 있는 화개권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해야 하는 우리는 쌍계사와 하동차문화센터를 돌아보고 오후에 섬진강을 조망할 수 잇는 하동공원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다섯 시까지 광양항으로 가야하기에 한 시간 간격의 버스를 놓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2/ 쌍계사, 차문화센터

이른 아침식사는 읍내의 유명한 재첩국집에서 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배낭을 모텔 카운터에 맡기고 나니 8시에 출발하는 쌍계사행 버스에 간신히 닿을 수 있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쌍계사 앞 맛집 전화번호도 하나 준비했기에 이동 후에 아침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였다.

배낭에서 풀려난 어깨는 가벼웠고, 버스에서 만나는 풍경은 정겨웠다. 배달하는 떡을 맡아주기도 하고, 밤새 놀다 들어가는 젊은 청춘에게 ‘아르바이트 하나?’며 돌려 주의를 주기도 한다. 달리 별 관계는 없는 듯 하지만 청춘은 ‘죄송합니다’며 예의를 지킨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악양면을 돌아가는 완행버스는 50분가량을 달려 쌍계사에 도착하고 미리 찾아본 맛집에서 사찰국수를 먹을 생각에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물어물어 찾아가보니 점심 식사시간에 맞추어 가게 문을 연다고 한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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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는 진입로부터 멋진 수림이 우거져 있었다. 쌍계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따로 기록한 것이 없으므로 생략하더라도 사찰은 오랜 역사를 견디며 자리를 지켜온 것이 눈에 보인다. 많은 사찰을 가보지 못했지만 쌍계사는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길을 내어준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에 이르니 사대천왕의 나한상이 서있다. 나한상은 무서운 인상을 쓰고 있으나 귀여웠다. 대웅전과 쌍계사 박물관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 나와 차문화센터로 향했다. 쌍계사에서 0.6㎞ 정도 걸으면 된다.

하동은 차시배지가 있는 곳으로 녹차를 지역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어서인지 차문화센터는 작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었고, 직접 다도를 체험할 수 있는 다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2~300명은 수용가능한 다실에서 우리 세 식구만 개인교습을 통해 차를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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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동공원, 광양

다시 버스로 읍내로 돌아와서 하동공원으로 택시로 이동하였다. 가까운 거리지만 급한 경사가 있어서 걸어왔으면 힘이 들었을 터이다. 하동에는 송림공원이라는 방풍림 공원이 섬진강변에 있지만 섬진강을 조망하기에는 하동공원이 낫다고 한다. 물론 입장료는 없다.

공원은 산등성이 꼭대기에 위치하여 섬진강 굽이굽이를 잘 드러내준다. 산과 산이 강을 따라 흐르고, 물이 산을 굽이쳐 흐른다. 강은 땅을 동서로 나누었지만 그 강을 매개로 백성들은 모였다.

공원을 걸어 내려오니 하동읍내 구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마트에 들러 배에서 먹을 저녁거리를 준비하였다. 일본으로 가는 배에서 가는 길에 두 끼, 오는 길에 두 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지리산 길에 사갔던 과자와 닭가슴살, 햇반 등이 남아 두어가지 품목을 추가해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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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으로 가는 버스는 광양시를 여기저기 다 들러서 버스관광을 시켜주었다. 엉덩이가 배겨올 즈음 광양항에 도착하여 선착장으로 향했다. 99,000원 관광상품이라 선착장은 인산인해이다. 대여섯개 여행사가 각기 두어팀씩 모객을 하였으니 별별 사람들이 다 모인 듯 했다.

객실은 16인실로 한가족 8명과 노부부와 우리 가족, 이렇게 세 가족으로 채워졌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질렸지만, 다른 방의 음주, 도박 분위기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이제 배는 저녁 8시에 출발하여 내일 아침 7시에 시모노세키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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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4/ 8.30(화)

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4/ 8.30

1/ 개요

이 날 걸은 길은 궁항마을에서 삼화실까지 16.4㎞이다.

둘레길 10구간 절반과 11구간을 걸었으며 세부구간은 궁항마을-양이터마을(0.8km)-양이터재(1.4km)-본촌마을(2.8km)-하동호(2.1km)-청암체육공원(0.7km)-평촌마을(1.7km)-화월마을(0.8km)-관점마을(1.0km)-상존티마을회관(2.6km)-존티재(1.2km)-동촌마을(1km)-삼화초등학교(0.3km)이었다.

약 8시 반에 출발하여 화월마을에서 점심 겸 휴식을 한 시간 남짓 취했고, 삼화실에 오후 4시경에 도착하였다.

이 날의 숙박은 하동읍내 모텔에서 하였다.

 

2/ 오전 걸음

전 날, 궁항정의 잠자리는 조금 추웠다. 여름이라도 지리산에서는 별 보며 잠드는 것이 처음에나 낭만이었지 잠들 때는 벌레 때문에, 잠든 뒤에는 추위 때문에 별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 어귀를 카메라를 들고 돌았다. 궁항마을은 산들로 둘러싸여 포근한 느낌이었다. 숙소(궁항정)옆에는 깊지 않은 천이 흐르고 있는데, 물이 참 맑다. 주인장께서 돌로 물놀이할 수 있는 웅덩이도 만들어 났다. 그냥 여름날, 이삼일정도 그냥 놀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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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다 챙기고, 얼음 물통 3개를 넣으니 배낭이 또 한 짐이다. 아침 식사는 주인장 방에 차려놓았다고 식사하라고 부르신다. 상차림이 어제보다 성대하다. 이렇게 먹다가 살찌는 거 걱정하면서도 자연밥상이 주는 즐거움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왜 이리 많이 차리셨어요?”

“다 집에서 먹는 거 내어 논 거예요.”사모님께서는 우리가 밥 먹는 사이 장아찌와 밥을 싸시고, 매실 원액을 섞어 내놓으신다.

“날씨가 더워서 다른 건 상할까봐 못 싸겠네. 이 매실도 우리가 농사진 거예요.”하며 장모님이 둘레길 걸으시는 것을 대단하다고 추켜세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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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시작해 양이터마을에 이르렀다. 고개로 이어지는 마을에서는 고추가 빨갛게 마르고 있다. 굽이굽이 길을 걸어 고갯길을 넘어간다. 고갯길을 힘들어하시는 장모님도 아직은 괜찮다고 하시며 걸음을 이어가신다. 배낭마다 채 마르지 않은 빨랫감이 매달려 있고, 겉옷에는 땀이 다시 베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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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터재를 넘어서니 울창한 숲이 이어지고, 새로이 길을 낸 흔적은 있지만 사람이 지나가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호젓한 마음이 숲, 바위, 냇물과 어우러져 가고 있다. 냇물이 오롯이 고이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등목도 한 뒤, 조금 더 걸어가니 대숲이 나온다. 댓잎이 카페트처럼 깔리고, 대나무는 병풍처럼 드리워져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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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는 대나무가 많다. 외가가 하동이었던 나는 죽순나물을 좋아하였다. 결혼 전, 어머님이 된장찌개에 넣어주신 죽순은 쇠고기보다 쫄깃하고 맛났다. 해마다 이모님이 보내주시던 죽순은 이모부께서 편찮으시면서 맛볼 수 없었지만 2004년 말, 부산 APEC 반대투쟁을 마치고 사촌 집에서 이모는 저녁을 챙겨주시면서 못 챙겨주시는 것을 아쉬워하셨다. 석 달에 한번, 서울로 이모부의 약을 타러오시는이모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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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정도 더 걸어가니 하동호가 보인다. 넓은 호수는 청정호수로 수질이 잘 관리되는 것 같았다. 한 때, 댐 구경을 맞이하던 주차장과 기념품 판매소는 텅 비었고 대나무로 만든 평상은 삭아 있었다. 지역주민을 위한 운동공원은 잘 꾸며져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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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면 평촌마을로 들어서니 면소재지라 식당도 보이고, 농협도 보인다. 둘레길 구간중에 식사를 사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봉다리 밥이 있기에 적당한 휴식장소를 찾아 걸었고, 얼마가지 않아 좋은 정자를 만날 수 있었다. 화월마을의 벚나무 당산은 큰 벚나무 뒤로 정자를 지어놓은 곳인데 마침 아무도 없어서 우리는 깻잎과 절인 고추, 삶은 달걀로 점심을 먹고, 잠시 낮잠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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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후 걸음

관점마을을 거쳐 하존티, 상존티마을로 이어지는 오후 길은 다소 지루한 임도로 이어지는 길이다. 산으로 이어지는 마을은 멧돼지를 막기 위해 논에 전기철망을 쳐놓아서 괜한 걱정도 들었지만 당장은 뜨거운 퇴약볕이 가장 큰 근심이었다.

존티마을을 지나 존티재에 이르니 장모님의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하루에 고갯길을 공식적으로도 두 개를 넘으니 벌써 지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안주시겠다는 배낭을 뺏다시피 들쳐 메고, 아내가 어머니와 함께 올라왔다. 아직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올라가는 길이 좋지 않았고 모기들이 극성이라 계속 물파스를 바르며 걸었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지난 이틀 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지리산의 풍경이 멀리서, 또 가까이서 마음에 다가온다. 30㎞를 넘게 걸어 지리산을 품으신 장모님께 축하를 전하며 삼화실초등학교로 들어섰다. 내년에는 이 자리에 둘레길 방문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선다니 들러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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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의 숙소를 하동읍내로 나가기로 하였다. 삼화실 주변의 좋은 민박집이 있었지만, 내일 광양으로 이동하기 전에 하동 관광을 하기 위해서 이동시간을 미리 줄여야 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마을 주민들께 버스시간을 여쭙고 시간 맞추어 정류장으로 가니 초등학교에서 마주친 남자 등산객이 읍내까지 태워주시겠다고 한다.

감사히 얻어 타고 읍내로 나와서, 내일 이동할 경로에 대한 버스시간표를 재확인하였다. 인터넷의 정보와 다소 달랐다. 모텔로 숙박을 잡았는데 지방이라도 새 모텔이라 비싼 가격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만오천원 회정식이 모텔 바로 앞에 있어 저녁은 그리 가서 먹기로 하였다. 3일만에 반주를 곁들여 한 상 가득 채운 해물과 나물을 먹고 읍내를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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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3/ 8.29(월)

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3/ 8.29

 

1/ 개요

오늘 걸어갈 구간은 둘레길 덕산~위태 구간이다. 10Km 남짓 되는 길이다.

우리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두 가지 코스를 준비했다. 장모님의 상태에 따라 더 걸어갈 수 있다면 위태~하동호 구간중에 있는 궁항마을까지 더 걷는 것이 2안이었다. 이렇게 걸으면 약 18Km정도를 걷게 된다.

미리 말하자면 우리는 궁항마을 앞까지 걸었다. 사리마을에서 오율마을까지 약 16Km를 걸은 것이다.

이 날, 걸은 구간의 세부 정보는 사리-덕산-시천면사무소(1.7km)-천평교(0.6km)-중태(2.6km)-유점마을(2.1km)-중태재(갈치재)(2.3km)-위태(상촌)(1km)-지네재(1.8km)-오대사지(0.4km)-오율마을(0.4km)-궁항마을(픽업 이용)이었다.

 

<공지 : 아내의 신비주의를 위하여 얼굴은 비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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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출발

전 날, 일찍 잠을 잔 덕에 6시 정도에는 더 잠을 잘 수가 없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벌써 잠을 깨신 장모님과 오늘 걸을 구간 앞길을 거꾸로 걸어 산보를 하였다. 작고 아담한 덕산공소(성당 예배당)를 지나 마근담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으니 새로 공사하는 임도가 나오자, 길을 되돌아왔다.

짐을 다 꾸리니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다. 식사를 마치자 주인께서 옥수수를 쪄서 싸주신다. 날씨가 더워서 밥은 상할 듯 하여 옥수수로 준비하셨다고 미안하다고 하신다. 고마운 마음에 둘레길을 오기를 잘했구나싶다.

 

  사리에서 출발한 길은 시천면사무소를 못 미쳐 남명 조식의 덕산서원에 먼저 머물렀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남명 사후에 세운 서원보다는 남명이 예순이 넘어 강학하며 머물었던 산천재의 단순함이 그의 성품을 드러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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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다시 이어져서 천평교로 이어지고, 덕천강변을 따라 중태까지 이어진다.

아침임에도 햇볕이 따갑다. 다른 둘레길보다 늦게(2011.5) 개척된 길이라 걷는 사람이 아직 우리뿐이다. 길 왼편으로는 덕천강이, 오른편으로는 두방산이 따라 흐르고, 멀리 지리산이 겹쳐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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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점마을까지 약 7Km를 걸었지만 장모님께서 예상보다 잘 걸으신다.

이 정도면 오늘 16Km는 문제없겠다 싶었다. 중간 중간 휴식도 취하면서 미리 준비한 과자도 먹고, 가방 무게를 더하는 이온음료도 소비한다.

그런데, 갈치재에 이르니 장모님이 힘들어하신다. 짧은 휴식을 자주 가지면서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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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치재를 지나 위태마을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비상식량으로 햇반과 3분 카레를 준비해왔다. 크래커와 닭가슴살 통조림도 있다.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마을의 정자는 어르신들이 앉아 계시고, 우리는 길바닥 그늘로 찾아갔다.

그래도 좋다. 지나는 사람이 없으니 신경쓸 일도 없고, 배낭을 등받이삼아 잠시 누웠다가 길을 이어간다. 다시 이어지는 지네재를 넘어서니 시원한 대나무 숲이 귀와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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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동 외가

 

산청군에서 출발했지만 벌써 우리는 하동군으로 넘어와 있었다. 하동은 외가가 있는 곳이다. 어릴 적, 7시간 넘게 걸려 진주로 와서 한참을 덜컹거리며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한참을 걸어 옥종 외가에 오면 외할머니는 ‘우리 강아지 왔나’하시며 맞이해주셨다.

중학생 때 마지막으로 온 뒤, 고3 학력고사 직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다시 못 왔던 곳이다. 위태마을에서 4Km 남짓 되는 거리에 옥종이 있다는 표지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옥종에는 외삼촌 내외분이 살아계시지만 재작년 어머님의 장례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 많은 외사촌들조차도. 외삼촌은 어머님과의 직접적인 갈등은 없었지만, 다른 장조카와의 갈등에서 여동생들이 장조카 편을 든다고 여기셨다.

오랜 기간 서로 연락은 없었지만 어릴 적에, 그리고 서울에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 집에 들렀던 외사촌들에 대한 서운함은 형님과 나에게 오래 남아있었다.

“외숙모님! 저, 승권입니다.”

“호권이가? 승권이가? 내 엄마 때, 못 가봐서 미안하데이.”

“건강은 어떠세요? 외삼촌은 편찮으신 곳은 없으세요?

“외삼촌 맨날 골골해서 누워있다. 나도 아프고.”

전화를 드린 것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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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궁항정

 

지네재를 넘어서 오율마을에 이르렀다. 마을은 길의 경사가 가팔랐지만 깔끔하였다.

재를 넘기 전 오늘 묵을 궁항정에 예약을 하였고, 픽업을 요청드렸더니 백발노인이 무쏘를 끌고 오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궁항정(055-884-1660)은 작은 폐교를 개조하고, 펜션을 새로 올린 민박집이다. 집 주인께서는 김해중학교에서 평교사로 퇴직하시고 고향에 다시 돌아오셨다며 설명을 해주신다.

먼저 온 아가씨가 있어서 우리에게는 작지만, 황토로 마감된 방 하나를 내주시면서 나에게는 이층에 올라가서 별보면서 자라고 권하신다.

넘치는 저녁상을 받고, 따뜻하게 목욕을 하고나니 몸이 노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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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ji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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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2/ 8.28(일)

2011년 8월 지리산 둘레길-일본 여행이야기 2/ 8.28

  

1/ 출발

장모님의 예배 이후, 우리는 남부터미널에서 산청 원지터미널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일주일의 여행이다보니 55L 배낭이 가득 차서 어깨를 누르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원지터미널은 말이 터미널이지 정류소이었다. 주변에는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가려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들로 붐볐고, 우리는 사리방향의 버스가 언제 오나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은 눈치라 표파시는 분에게도 묻고,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듯 한 스님의 움직임도 쳐다보며 기다리니, 덕산행 버스는 건너편에 도착하여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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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동네에서 버스를 타면 가능한 앞자리에 앉는다.

동네 풍경을 보기에도 좋고, 내리는 지점을 가늠하기에도 좋다. 물론 국내라면 운전기사님에게 물어볼수도 있다는 점은 보너스이다.

둘레길 9구간이 시작되는 덕산마을은 작은 마을이었다. 깔끔하게 길은 정리되어 있었고 마근담 방향으로 새로 임도가 확장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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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숙소

우리가 오늘 머물 숙소는 '조미원' (010-5188-7316)이다.

여름 끝자락이라 단독 팬션을 1박 3만원이라는 파격적이라는 가격으로 제공해주셨다. 

 자연에서 나는 맛있는 저녁은 둘레길 공통 가격 5천원이어서 받아먹기에 황송한 생각마저 들었다. 멸치다시로 국물낸 된장국과 가지구이, 호박부침, 호박잎찜, 오이무침 등 둘레길을 시작하기 전부터 내 입은 호강을 하였다.

 

다행히(?) TV도 없는 방이라 우리는 앉아서, 또 누워서 이야기꽃으로 밤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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