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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천포인트의 단상

간만에 여의도에 가서 기름진 음식을 얻어 먹고, 세계사회 포럼에 갔다온 투기자본 감시센터 동지들의 보고 대회에 참석했다. 사진을 보고, 브라질 현지에서 구입했다는 그 동네 민중가요를 들으니 어찌나 부러웠다.

 

같이 밥 먹었던 동지가 하는 왈. "좋아 진게 없다" 였다. 증권쟁이들 오늘 1,000포인트도 찍었으니(잠시나마) 분위기도 좋은데 뭐 좀 떨어질 거 없냐는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사실 어제 개인적인 일이 있어 늦게 사무실에 나갔는데 TV에서 '1,000 포인트를 찍었다'고 아나운서가 목에 핏대 세워 말을 이었다. "그래 찍었어?" 하고 왠지 모르게 무진장 기다린 기대가 이뤄진 것 같은 반가운 맘이 들었다가(왜 반가웠을까 ^^;) 에이 이럴줄 알았으면 소소하게라도 몇주 사놓을 껄 아는 아쉬움 까지.. ㅡㅜ

 

개인의 주책스러운 흥분을 가라 앉히고 "근데, 그게 뭐? 그게 무슨 영향이 있다는 거지"라는 맘이 들면서 괜히 그 아나운서의 예쁜 얼굴과 목소리에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아나운서가 미워졌던 거다.



 

음.. 귀가 얇아서리.. 암튼.. 25일 개장 5분만에 주가는 1000포인트를 찍고, 1000.26 포인트까지 올랐다. 지난 2000년 1월 이후 5년 45일 만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득 내가 그리 1,000포이트가 반가웠던 이유는, 길들여진 여론에 의해 스스로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 하나와 주가 상승이 반영하는 '경제 활성' 그리고 그 혜택에 대한 환상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주가 거래도 늘고, 돌아 다니는 돈들도 늘고, 증권사 수입도 늘고, 개인 투자자의 주식도 오르니 증권업 종사자들에게 그나마 돈 굴러가는 소리에 나름대로 떨어진 떡고물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개인 투자자는 투자한 돈에 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렇게 굴러 다니는 돈은 내수 경기를 풀어주는 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데.. 그런데, 그게 별 영향이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허무하게 느껴 졌던 거다.

 

같이 저녁 먹던 동지 말이"예전 같으면 성과급 얘기도 나오고, 객장에 고객들 넘쳐나고 전화통에 불도 날만한데 1,000포인트가 되도 별로 달라지는게 없다"는 거다. 어차피 주가를 끄는 몇몇과 기관투자가들이나 돈을 챙기지 개미 전체가 주가 상승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거였다. 그리고 오히려 지금 같은 활성장의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합병, 명예퇴직을 계속하며 인위적인 그림그리기를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숨통이 트여지지 않는 다는 설명인거다.

 

그리보니 어제 또 하나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1월 경상수지 흑자 사상최대, 상품수지 흑자,여행수지 적자"라는 거다. 그들 계산법은 잘 몰라 뒤져보니 경상수지 [經常收支, balance on current account]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자본이전 수지로 국제간의 거래에서 자본거래를 제외한 경상적 거래에 관한 수지 라고 한다. 그들 계산법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경기는 수출을 많이 해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설명이겠지.

 

올 1월 중 경상수지가 월별 기준 역대 세 번째로 큰 38억 6620만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수출이 호조인 상황이고 상품수지도 사상 최대 규모를 달했다고 한다. 해외여행자가 늘어 여행수지 적자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데 그러면 수출이 잘되 돈은 많고, 있는 사람들은 연휴끼고, 뭐끼고 해서 해외여행 다녔다는 것으로 쉽게 공식화 하며 설명해댔다.

 

갑자기 상실감이 밀려 오는데, 해외여행 못가서도 아니고,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산업역군으로 일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최근 노무현 정권 2주기 맞이 경제 상황 정리하면서 소위 보수언론들을 쭉 훑으며 상황 봤더니 '수출은 수 내수 경제는 낙제'라는 것이 주요 논맥일 만큼 숫자와 수치가 대변하지 않아도 한국이라는 곳은 세계 4위의 외화보유고를 자랑하는 돈을 움켜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피델리티니 같은 운용사들이 광고 해대며 시장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겠지.. 그런데 과연 이 모든 것은 누구의 주머니, 어디로 가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것이다.

 

일상적 구조조정의 난무,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실업자가 넘치는 고용구조의 왜곡과 신자유주의 정권 그리고 아생주의에 매몰된 기업과 은행들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뭔가 깔끔하지 않다. 계속 민중은 이렇게 가난하게, 그리고 이렇게 수치와 자본 이익과 상관없이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아님, 내가 오바해서 생각하는 것이거나. 그래서 이런 수치들이 기록을 갱신할 때 마다 난 중간 문맥이 사라진 글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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