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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을 아끼는 사람들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또 왔다.

계절도 바뀌었으니 사진을 좀 바꿔야 겠다. 누구 말대로 더워 보이는 군..

 

가끔 입장이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셋 중의 하나를 택하게 되는 것 같다. 화제를 돌리거나, 열변을 토하며 썰을 풀며 갑론을박을 하거나, 아님 '어디 한번 질러 보시지'하며 한쪽 귀를 맘껏 열어 흘려 보내며 들어주는 '척'을 하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는 '어디 한번 해보시지'의 경우다. 푸는 썰이 아닌 왜 그러냐는 거니까..

 

최근 SK(주)의 주식을 모두 팔아버린 소버린의 사태를 보면서 도대체 내 생에 만져라도 볼까 싶은 거대한 액수에 놀라고, 그들의 노력과 작전에 놀란다. 2년 넘게 벌여온 그들의 치밀한 계획과, 시간외 매매등의 방식을 통해 거액을 챙겨 가는 그들 나름의 끈질김이나 지속성이라고 할까. 물론 그게 다 돈의 힘이겠지만...

 

1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는 소버린을 두고 '국부유출'에 격분하고 '세금 부과' 여부에 대해 초점을 모으고 있다. 물론 참세상의 기사도 세금부과에 초점이 됐다. 그리고 이들 이렇게 돈을 벌었더라면서 다른 언론들과 같은 내용이 있다. 그리고 소버린의 빽을 자청했던 참여연대 김상조 소장에 대한 얘기도 있다. * 민중언론 참세상[소버린은 세금 낼까?] 에 관련된 글.

 

기사의 라인은 그렇다. 일반적인 투기자본의 행태를 집고, 그들의 동조자들을 고발하고, 그들의 동상이몽을 드러내고 마지막으로 '착한' 자본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세금에 대한 부분은 현 체제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회적인 부가가치의 환원법이라는 것에 착목 해 강조했다.  



오늘 아침 진보넷의 브레인(?)인 규만옹이 잠들기 직전 내게 와서 말을 건다. "재밌는 글이 있다"고. 읽어보니 재밌다. 기사를 쓰면서 다수의 '소버린 옹호'의 글과 '자본은 원래 그런거야' '주식시장이 원래 투자해서 이익 남기는 거 아니냐'라는 식의 시장주의자들의 반론글을 봤지만 이건 좀 재밌어서 옮겨 본다.하하 ^^; 재밌으면 안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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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버린이 없었다면 세상이 더 좋았을까

[데일리서프]입력 :2005-07-19 17:01   장경순 경제부장 
 
디즈니 만화 ‘라이온 킹’을 보고 울고 웃던 애들이 커서 벌써 중학생이 됐다.

이 만화에서는 주인공 심바의 삼촌 스카가 가장 악한 캐릭터다. (나는 조카를 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만화가 삼촌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이유로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바다.)

 

스카 다음으로 나쁜 이미지로 굳어버린 것이 바로 하이에나다. 어쩌면 이 만화로 인한 피해는 실존하는 하이에나들이 가공 캐릭터인 스카보다도 더 막심하게 입고 있다.

이제 중학생이 된 애들은 스카를 기억 못할 지도 모르지만 하이에나에 대해서는 ‘더럽고 추하고 악한’ 동물이란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하이에나를 멸종시키면 초원이 좋아질까

 

위풍당당하고 근엄한 사자가 카리스마를 갖고 통치하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하이에나는 얼마나 추하고 더러운 동물인가.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을 보면 하이에나는 뛰는 것부터 울어대는 소리까지 하나도 시청자 기호에 맞는 것이 없다. 떼로 몰려다니는 것부터가 추악하다. 사자 종족의 우두머리인 숫사자가 없는 틈을 타서 암사자와 새끼들을 위협할 때는 비겁하기까지 하다. 이런 더럽고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하이에나를 초원에서 전부 없앤다면 초원은 얼마나 좋아질까. 그러나 만약 하이에나가 없어진다면 그 결과는 아프리카의 대재앙 자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오찬시간에 하이에나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는 치타의 부양능력이 대폭 증가한다. 한배에서 한 두 마리 정도가 생존하는 비율이 서너마리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초원 전체가 110km로 질주하는 치타들로 덮여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아프리카 초원이 치타의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육식 동물 전체의 기근을 초래할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것은 초원의 청소부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사자를 비롯해 각종 맹수들이 먹다 남은 고기가 뒤처리가 안되고 그대로 부패하게 된다. 인근의 초원도 오염될 것이고 생태계 전체의 위생상태가 급격히 저하될 것이다. 하이에나가 사라진 초원은 동물의 낙원이 아니라 박테리아의 낙원을 의미한다. 소버린이 없다면 세상은 좋아질까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들어온 외국 투기자본들은 심심치 않게 ‘하이에나’로 비유된다.

뉴브릿지캐피털이 제일은행을 헐값에 사들이고 공적자금을 냅죽 받아먹고는 1조원을 넘는 차익을 챙겨갔다. 소버린의 수법도 이와 비슷하다 해서 이들 자본들을 묶어 금융계의 하이에나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이 하이에나를 닮은 또 하나의 속성이 있다. 실적이 좋고 지배구조 또한 대주주 전횡이 불가능한 기업은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무리 하이에나가 무리를 지어 몰려 다니지만 초원을 차지한 숫사자를 공격하는 법은 없다.

 

하이에나는 피를 줄줄 흘리는 사냥감이 있으면 멀리서도 냄새를 맡고 삽시간에 몰려든다. 실적이 나빠 주가가 폭락하고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는 기업은 투기자본의 좋은 사냥감이다. 이런 기업을 거둬서 가차없이 인원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자산을 처분하면 그럭저럭 회사도 살리게 되고 또 살 때보다 몇 배나 비싼 값으로 다시 내다 팔 수 있다.

 

투기자본들은 시장의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마치 초원을 부패시킬 고기를 먹어 치우듯 경제에 주름살을 주고 주주들을 기만하는 부실 기업들을 가지고 ‘피의 잔치’를 벌이며 돈을 챙긴다.

관치에서 벗어나 시장에 의한 지배가 이뤄지는 오늘의 경제에서 투기자본은 시장 자체의 먹이사슬과 생태계를 완성하는 역할을 나름대로 수행한다는 사실을 유감스럽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언론들이 칭송해 마지않는 시장경제주의를 자처한다면 더욱 그렇다.

 

왜 하필 SK가 사냥감이 됐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번 소버린의 투자 과정에 안타깝기 그지 없는 것은 SK그룹과 같은 유력 재벌이 소버린의 공격 대상이 돼서 3년이나 시달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SK그룹의 속사정을 보면 소버린처럼 SK그룹을 공격해서 돈을 챙기는 수법을 왜 다른 하이에나들은 못했는가가 궁금해질 지경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일가가 갖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 승수가 무려 15배를 넘고 있다. 똑같은 주식이 정상적 주주보다 15배나 많다는 의미이니 이런 것은 시장경제라고 할 수도 없다. 자본주의의 근본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태기도 하다.

 

그나마 2004년 20배에서 2005년 15배로 낮아져 소버린으로부터 혹독한 교훈을 받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의결권 승수가 이처럼 높다는 것이 그룹 총수의 경영권을 지키는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재벌들은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세력이 이런 그룹의 계열사 하나만이라도 차지하게 된다면 이 세력 또한 최태원 회장 못지 않은 의결권 승수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경영권을 지키기는 커녕 그룹 전체를 뺏기기 딱 좋은 구조가 되는 것이다. 2003년 SK에서 분식회계 사건이 터져 주가가 폭락한 자체가 소버린에게는 훌륭한 만찬으로의 초청이었다. 더욱이 의결권 승수에서 보듯 SK의 한심한 지배구조를 놓고 본다면 소버린을 제외한 다른 투기자본이 달라붙지 않은 것을 기적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8000억원의 값비싼 수업료를 낸 대신 SK텔레콤과 옛날의 초 우량기업 유공을 국적기업으로 지켜내는 데는 성공한 결과가 됐다. 또 재벌 총수들이 SK와 소버린의 ‘3년대첩’을 교훈 삼아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일에 착수한 것도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소득이다.

문제는 이런 냉엄한 국제 경제의 현실에는 일고의 이해가 없는 언론인들이다. 정작 기업인들은 뭔가 잘못 됐다고 인식해 가려는 마당에 당사자도 아닌 아첨 언론들이 더 호들갑을 떨어대는 양상이다.

 

‘참여연대 때문에 8000억원을 뺏겼다’는 투의 인식으로는 앞으로 제2, 제3의 소버린이 튀어나와 한국 기업들의 경영권을 마구 농락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기업 총수들 입장에서는 “귀에는 듣기 좋은 말이 몸에는 독이 된다”는 관점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해 가는 게 마땅하다.

 

거듭 얘기하지만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얘기가 ‘당신네 회사를 뺏겠다’는 말이 아니란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룹 전체를 정말로 송두리째 뺏기고 싶으면 지배구조를 그대로 놔두라’는 뜻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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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사태를 보면서 그리고 기업들의 지배 구조가 개선 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니까. 

 

2003년 6월, 최태원 회장은 1조 2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 선고 받아 수감됐었다. SK에서는 투명경영위원회와 제도개선위원회 등 이사회내 위원회들의 신설하며 상황 개선의 의지를 밝혔으나 SK㈜의 주주들은 그룹 내에서 발생한 수조원대의 손실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2004년 SK㈜의 계열사인 SK해운의 손길승 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부실계열사인 아상에게 2,490억 원을 제공했다. 380억원에 이르는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도 있고, 이사회 승인 없이 무려 7,880억 원을 무단으로 인출하여 선물투자, 손실을 초래한 사태도 있다. 그리고 120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 등과 이런 각종 불법행위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도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다. (SK 노동자들 대단하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대고 있었으니..왜 벌기만 하나 찾아와야지..)

 

그러나 하이에나의 노력이 가상하다. 썩은 고기만 먹으려 하니..얼마나 괴롭겠는가.. SK 뿐만 아니라 국민은행, 포스코, 현대자동차, 삼성 전자 등 이미 외국자본들의 비중이 50%를 넘긴 굴지의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잘나간다는 기업들의 외국 자본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이는 기업들이 건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런 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익 내 주기 때문이다. 자본에 건전자본 불량 자본이 어떻게 나눌 수 있겠나. 하이에나 소버린이 썩은 SK를 먹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기업 조건과 IMF 이후 조건 변화를 고려할 때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그래도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참여연대도 위의 장 부장도 굉장히 순수한 '그들만 짝사랑'에 완전히 도취되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소버린이나 기타 많이들 언급되는 투기자본들, 헤르메스, 론스타나 뉴브릿지나, 칼라일 등 국내에도 사고 경험이 많은 이들 자본들은 기업구조 개선이나, 노동자 고용, 복지 등에 대해서는 일체 사고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언론의 포화를 받던 중 뉴브릿지가 사회공헌기금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건 언론의 집중포화와 국세청의 조세를 좀 피해보고자 하는 의도가 충분히 깔려있는 정치적 계산의 결과였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는가에 만 착목 한다. 어떻게 하면 초기 투자했던 돈을 더 불려서 주주들에게 나눠주고, 다시 또 돈을 벌 수 있게 돈을 모아 또 다른 수익을 낼까 등 오직 '돈'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배당을 챙겨가고, 주가를 띄우기 위한 액션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것이다.

 

소버린은 수시로 말을 바꿔 왔고, 경영참여를 운운하면서도 그럴 의도도 없었고, 그럴 전략도 아니었다.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이나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매각 등을 봐도 다 그런 자본의 공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기업구조 개선이나 선진 경영 기법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해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언론을 기회로 활용하고..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그들에게 무슨 '순진한' 짝사랑을 그리도 찐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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