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낙지와 옥수수

종로와 연결된 교보문고에는 유독 기억나는게 많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낄까 말까를 망설였던 곳이기도 하고..

행진하다가 막히면 뒷다마 까며 밥집으로 향하던 곳이기도 하도..

종종 정리집회하려 앉아있던 곳이기도 하고..

기자회견에 늦으면 늘 뛰는 곳이기도 하고,

종종 종로를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이기도 하고..

내가 가장 꺼려하는 정부기관들도 여러 있는 곳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교보문고와 종로부근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원래 좋은 사람인걸 알았던 사람과 처음만났지만 정말 좋았던 사람.. 




7.20 노동자대회를 마친 한 동지가 연락을 했다.. 요구사항 맥주 한쪼끼 어때?

청와대까지 행진하자던 양대노총 행진대오는 보기 좋게 교보문고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했단다.. 행진도 맥아리가 없었고, 내용도 맥 빠지고.. 이시기 김대환 퇴진 시키자고 이렇게 거리에 있어야 하는게 성에 안찬 모양이다.. 그럴것도 우두머리 괴수 꼴인 노무현 타도는 못외쳐도 너 정말 그러면 가만 안둬 라는 경고 조차도 날리지 않았다니 주요 타격 대상이 빗나갔다는 판단을 했던 것도 같다..그런 동지의 불만이 좋다..

 

한 동안 금주로 인해 지친 심신을 달레기 딱 좋은 대상을 만났다. 오케..

같이 간 곳은 근처에 있는 낙지 집이었다..그날 먹은 것을 사진을 한 방 남기고..


 

 

인사동까지 헤집으며 다시 내가 발딛고 선 곳의 희망을 얘기한다..

아니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다독인다.

우울증에 걸린 동지 소식을 듣고, 붕락거사의 어이없는 행태에 대한 얘기도 하고..

선거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동지의 아이들 얘기와 사진도 나눠 본다.

늘 내 기사가 어려워 대중성이 없다고 지적하던 동지는

그날따라 참세상 이꽃맘 기자의 기사가 맘에 든다고 칭찬을 늘어 놓는다..쳇!!

 

---

 

다른 동지를 다른날 교보문고 앞에서 만났다..

처음본 나에게 어색하게 검은 봉다리를 건네준다.

'숙녀한테 이렇게 주면 예의가 아닌데...'

숙녀라니..하하.. 한번 웃어주고.. '고맙습니다' 라고 큰소리로 답례를 한다.

옥수수다 .. 지방에서 올라온 찰옥수수란다.. 가져가서 맛나게 먹으라는데 어찌 그 소박함이 영 맘에 든다..

(이 옥수수를 사무실에 가서 참세상, 진보넷 활동가들과 나눠 먹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가방을 열어 수개의 옥수수를 께네 준다. 집에 가서 아가랑 같이 드시라 했더니 식구들 숫자만큼만 챙기고 다 준다..옥수수도 좋았지만 어찌 그 맘 씀씀이가 정말 좋았다)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참세상 농업 기획의 거품과 현주소가 드러나고

얘기 과정에서 점점 부족함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질문 유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답하기에 급급하다..

나름대로 당당하게 사는 편인데 여러 주장과 근거들이 늘어놔 지니 어지간히 후달린다.. 

1차는 그렇게 학습 교양처럼..어려운 1차 난관을 마무리 햇다..

 

2차는 인생사로 넘어간다..

보아하니 엔엘 스러운데 어찌 참세상과 인연이 닿았냐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한다. 좌파들이랑 친해질라고 인연을 만들었다고..

학생운동 과거 얘기 끄집어서 하는 것 보다 미래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동지 자신의 인생과 미래에 대한 꿈을 얘기한다..

아프지만 힘을 내고, 운동도 하면서 다시 힘낸다는 얘기

장애인 카드 발급 받던 얘기..

너덜 너덜 다 떨어진 일본어 책을 보여주며 요즘은

중국어도 공부한다는 얘기..

 

유쾌하다.. 사실 가슴 벅차게 감동스러웠다..

운동이 왜 이러냐고, 민주노총 왜 그러냐고 날 타자화 하고..

참세상 활동가들을 소 닭 보듯 하고...

영어를 못해 짜증나고, 모르는게 많아 답답하다고..

불만투성이의 찌푸둥한 내 맘 속에

시원한 산 바람이 후~욱 쓸고 간 느낌 이었다..

 

나도 다른 동지들에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사.람.이...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