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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

 

한총련과 겹치기 학번이라 그런지, 집안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민족이나 815에 대한 일말의 흥분이 있다. 왠지 모르게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그리고 보면 좌파 치고 꽤나 장군님 자식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뭐.. 좀 ..개념이 없었던 것이기도 하고,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정파나 친한 사람들로 벽을 세우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의지도 있고..

 

머리를 휘감고 있는 짐을 털어 버리고 싶은데 지박령처럼 나를 쫓아다니고 있다. 무의미해진 모든 것. 더위처럼 한번 왔다 갔으면 싶은데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모두가 광복 60주년이라고 태극기의 물결을 휘두르며 민족으로 단결하라를 외치고 있을 즈음, 참세상은 좀 다른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휩싸였다. 팀내에서 이것 저것 논의를 해 보지만 여의치 않다. 이럴때 마다 느끼는 벽.. 왜 이렇게 아는게 없고 정리되는 것도 없고 그럴까.. 소심해서 그런가..



책장속에 박혀 있던 책을 꺼냈다.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김하영 지음). 누군가의 서평을 보고 끌려서 샀던 책.

 

내용은 제목이다. 한반도를 남북관계로 보는 것이 아닌 국제적인 지형이 맞물린 한반도 라는것, 한반도 민중의 운명은 남북한 좌파에게 달렸다는 것. 독일의 민중이 장벽을 깨부셨듯 남북 민중의 역할이 있다는 것. 쓰여진 시기가 김대중 정권 시기여서 당시의 상황들도 많이 나와있다. 강승규가 했던 엄한 말들도 있다. 또한 NL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역사 사실에 대한 다른 설명도 있다. 예를 들어 신탁통치 기간에 소련이 북한에서 저지른 만행이나 해방군이 아니라는 주장, 김 장군님이 소련 특사에게 가서 자신의 전투 경력 조작을 부탁한 사건이라든지.. 나름대로 생생하다.

 

재밌는 부분이 '늘 때맞춰 오는 간첩' 이었다. KAL기 참사의 경우 노태우를 돕고, 92년 중부지역당 사건의 경우 김영삼을 돕고, 96년 DMZ 총격 사건도 집권당인 신한국당을 돕고, 96년 총선 당시 판문점에 군대를 내려 보낸 사건도 마찬가지다라는 것. 대표적인 예로 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정권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박정희와 김일성이 갑작스레 남북 대화를 추진해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그럴듯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나 박정희는 화해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시점에 유신헌법 개헌안을 내놓으며 체육과 대통령으로 취임(12/27)했고, 하루 뒤인 12월 28일 김일성은 국가 주석으로 선출됐다. 위태롭던 정권의 위기를 남북이 공동으로 돌파해 가는 실례라고 든다.. 재밌다.. 짜고치는 고스톱, 누구나 예상하고 그러지 않을까 의심하지만 과감하게 입증하려 한다.

 

또 재밌는 부분은 북한식 일국 사회주의론이라 부르는 주체사상에 대한 지적이다. 필자는스탈린주의의 변종인  '물구나무선 마르크스주의'라고 표현하는데, 마오저둥처럼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할 수 없었던 김일성이 타도제국주의동맹에서 정통성을 찾으려 하며 민족주의를 정당화하는 지배계급이데올로기를 만들었고, 이것이 주체사상이라는 것이다. 그 예도 재밌다. 장군님의 이름으로 자발적 노동을 강요하고,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장군님의 명령으로 다스리는 어이없는 예도 있다.

 

황장엽의 예도 나오고, 강정구 교수의 황장엽 옹호의 글도 비판된다. 나의 짧은 관록으로 옳소 틀리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재밌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간에 의심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그나마 사실적으로 집증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난 1시부터 난지광장에서 진행되는 광복 60주년과 관련한 일련의 행사에 참여할 계획이다. 시청앞의 태극기도 봤고, 남대문에 설치된 대형 무대도 봤다. 어쩌다보니 올해 815 행사 취재를 내가 하게 됐다. 다 할 순 없겠지만 성의 없게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들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편견없이 그들의 광기를 한번 보고 올 생각이다. 그 광기를 보고 뭘 느끼고 올지는 모르겠지만 ...실로 오래간만에 통일 행사에 참가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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