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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1/08
    2003년 제주도 하이킹 2(1)
    랄라^^V
  2. 2005/01/08
    2003년 제주도 하이킹1(1)
    랄라^^V

2003년 제주도 하이킹 2

9월 3일


다시 교회가서 씻고, 밥도 해 먹고, 짐 다시 챙겨서 큰엉해안경승지 ->정방폭포 -> 계속 이동하는데 너무 더운 거다. 정말 너무 더워서 미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온도가 얼마나 되나 기상센터에 물어봤더니 그날 제주도는 34도 란다..미쳤지 34도에 쉬지도 않고 그리 자전거를 달려 오니.. 사실 한 녀석은 이날 결국 탈진에서 트럭으로 먼져 이동했고, 남겨진 우린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더위의 고비를 넘기고, 다시 대장의 설득이 시작됐다. 코스에는 벗어나 있지만 주상절 리가 정말 멋진 곳이라는 설득이다. 대장이 정말 가자, 가자 라고 노래를 부르는 통인데.. 공동체의 규칙상 대장이 go!를 외치면 따르자는 사전 합의에 근거에 우리는 주상절리에 갔다.



그냥 짜집기 한 사진...

 

내려갈 때는 신났지.. 정말 신나게 내려가는 코스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주상절리 다음 코스 인데.. 신나게 내려갔으니 그만한 고개가 있는 거지..근데 그간 웬만한 경사로에서도 기어 조절을 통해 자전거를 포기하지 않고 갔었는데 그 코스만은 정말 못 올라가겠는 거다.. 50도는 넘어 보이는 진짜로 엄청난 경사로 였다. 밀고 밀고 올라서 간신히 목적의 테디 베어에 도착했다. 물론 테디베어 뮤지엄에 들어가서 구경하는데 어찌나 사람들이 쳐다본다. 우리의 복장, 굉장히 여행자들 스러웠고 심지어 고온의 날씨에 자전거 굴리고 와서 냄새도 장난이 아니었던 게다. 뮤지엄에 있는 것이 민폐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심지어 우린 한인 혜택도 받아서 입장했다. 테디베어뮤지엄은 정말 무지무지 크고 예쁜 인형들이 사진 찍기 좋게 되어 있더라. 상당히 많은 민폐들을 끼치며 신나게 사진 찍고, 다시 나와서 마의 고지를 넘어 화순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그날 일정이 밀리고, 코스가 길어서 결국 해가 진 뒤에서도 우린 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개인적으로 약간의 야맹증이 있는 지라 겁도 많이 났는데, 심지어 자전거에 조명등 설치도 안해 놓은 상태에다 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이 공사중인 곳이어서 인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았고 장애물도 엄청나게 많았다. 앞에 가는 메티스가 '언니 돌!' ' 언니 구멍' ' 언니 장애물!' 이런 식으로 힌트를 주면서 가드를 했고 오르막길 이후에는 계속 내리 막길이어서 마구 달려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물론 이날도 야영할 계획이었으나 상태들이 너무 안좋았던 관계로 민박을 하기로 했다.
 
정말 신기하지만 아침에 눈 떠서 김밥 도시락을 준비하고, 하루 종일 내내 자전거 타고 (거의 쉼없이 사진 몇장만 찍고 달렸는데..), 또 끼니 되면 끼니 챙겨들 먹고, 샤워 하고, 빨래들 해서 널고, 심지어는 밤늦게 까지 소주 걸치며 뒷풀이 하지만..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기상시간에 맞춰들 일어난다..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녀석들이 없다. 졸리다고 찡얼 거리는 녀석도 없다.. 왕어른신들도 꿋꿋하다.. 물론 뒷풀이때도 조는 한이 있어도 같이 끝까지 있는다.. 참..정말 죽이는 팀웍, 팀원들이었다..

 

9월 4일

이제 하이킹 일정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정도 들고, 자전거에 익숙해 지려고 하니 마지막 날이 온다. 심날은 타입캡슐을 묻는 날이다. 제주사랑도 그날은 개인 일을 뒤로 하고 우리와 함께 한다. 쿠키 빵을 엎어 놓은 것 처럼 생긴 산방산 지나서 송악산으로 가서 타입캡슐을 묻고.. 난 타입캡슐에 나에게 쓰는 편지와 당시의 느낌을 적은 쪽지와 사탕 그리고 당시 신었다가 쟁여 놓았던 양말을 넣었다. 다들 나에게 항의 많이 했지만 썩던지 어쩌던지 3년 뒤에 열어 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우겨서 넣었다. 그리고 우린 사진 한 장을 찍고 3년 뒤에 다시 모여서 다시 여행하자는 약속을 했다.

 

이후 코스는 널럴하다. 추사적거지를 지나 소인국테마파크에 가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려라~ 달려라~ 해서 오설록통과~ 분재예술원통과~금릉청소년수련장 통과~ 여섯시도 채 안된 시각에 우린 정말 쉽게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마에 고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던 제주사랑의 경고는 결국 뻥으로 드러났고, 우린 협재 해수욕장에서 그간 못 놀았던 물놀이를 하며 마지막 날의 뒷풀이를 세게 했다. 협재의 노을도 예뻣고, 함께 여행하면서 그을린 멤버들의 모습도 감동 적이었다. 하하..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모였을까 싶은..

 

그 날 저녁 우리는 하늘이 보이는 밖에서 고기를 한껏 구워 먹으며 이것 저것 많은 대화를 했다. 밤세.. 하하.. 밤세..그래도 아침은 온다...

 

9월 5일

다음날은 정말 코스대로 한림공원 ☞협재해수욕장 ☞애월전망대 ☞하귀 해단도로 ☞ 이호 해수욕장 ☞ 제주하이킹 랜드 로 왔다. 물론 중간에 애월 봉수대를 전망대로 착각하고 사진 찍고 놀고 했던 약간의 에피소드를 빼면..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 하이킹 랜드, 출발점이 보이자 정말 가슴이 뻐근하고 아쉬움이 밀려 왔다.. 물론 실감도 안났다. 커피도 한잔 마시고, 자전거에서 실었던 짐 내리면서 반납하는데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다. 에이.. 기분이다. 다시 한번 타고 한바퀴 돌아보다가 반납했다.

 

물론 그날 우린 두 번째 공식 뒷풀이를 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목욕탕도 다 같이 갔다. 어찌나 냄새나고 지저분하던지..우리가 떼거지로 움직이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처다 보는 상황이었다...노래방 알바스 소화기, 대장 실종 사건, 메티스의 술버리기 작전 등 제주도에서 잘나간다는 시내에서 술도 한잔하고..다들 뻗는 상황에서 알바스와 동동주가 술마시러 가자고 꼬득인다..음.. 갈까 말까 하다가.. .. 잘못 걸리면 녀석들에게 죽겠다 싶어서 방에 숨어서 결국 마지막 밤을 그렇게 보냈다. 

 

9월 6일

제주하이킹랜드에서 주최한 제 1회 제주국토대장정의 공식 일정은 5일로 마무리 됐다. 그렇지만 다들 시간의 여유가 있는지라 좀 더 제주도에서 놀기로 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온 나와 샐리 언니 그리고 강원도에서 온 알바스는 모든 일행과 갈수 있는 최대한 같이 가기로 하고,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각자의 목적지로 가는 것으로 결정. 6일을 그렇게 보내기로 했다. 

물론 한라산을 가고자 했으나 그 전날 과한 술로 인해 출입 시간을 놓쳤고, 우린 봉고차를 렌트해 제주도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못 가본 한라산도 차로 가고, 도깨비 길도 하고.. 뭐 .. 여기 저기 많이 다녔는데 기억이.. ^^;

 

팀웍이 빛을 발한 일이 있었다. 봉고차를 렌트해서 다니다가 운전을 하던 막걸리 녀석이 '어 사고 난 거 같은데요' 하는 거다. 다들 화들작 놀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앞서 고개를 넘어 오던 트럭이 단 몇초 차이로 우리 앞에서 길가의 돌에 부딪 힌 사고가 발생 한거다. 보조석에 있던 아주머니가 튕겨 나와 쓰러져 있고, 아저씨도 운전석에 끼어 있고 주변에는 트럭에 실었던 짐 때문에 난리가 나고.. 한 녀석이 나서서 다른 차량 소통을 돕고, 한 녀석은 보험사랑 119에 전화해서 견인차를 부르고, 의대생이었던 두 사람은 아저씨와 아줌마를 돌보고 착한 한 녀석은 그 둘을 보조하고, 나랑 메티스는 길거리에 쏟아진 짐들을 다시 트럭에 옮기는 일을 했다. 잠시 후 보험회사와 견인차 응급차가 왔고 상황은 마무리 됐다. 정말 놀라운 상황이었지만 긴급 사태를 신속하게 처리 한 이후 하이킹 멤버들 간의 멤버쉽은 더욱 강화 됐지.. 어찌나 뿌뜻하던지.. ^^.. 생각해 보면 당시 나만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참 계면쩍였는데.. 다들 멋지더라고..

 

돌아다니다 시간 늦어서 제주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간신히 부산 배시간에 맞췄다. 버스를 타고 배를 타러가면서도 계속 웃음이 난다. 제주도에 와서 단 한번도 여유롭게 이동해 본적이 없다. 간당간당 시간 맞춰 뛰고, 넘어지고, 팀을 나눠 역분하고 하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이동했던 거고 그때 부산 가는 배도 마찬가지 였다.

 

공식 일정은 여기 까지..

사진 찾고, 제주도에서 부산가는 동안 밤새 내내 여행 얘기 하고 물론 또 뒷풀이 하고.. 마피아 게임도 하고 놀다가 .. 부산에 가서는 또 부산 토박이들이 이것 저것 구경 시켜 줘서 영도 대교도 친구 흉내내서 건너 보고, 부산 영화제 한다는 거리도 가보고, 생선 많이 파는 시장도 가보고.. 부산 출신들이 내는 회도 찐하게 먹어보고.. 간신히 또 기차 시간에 맞췄다. 사실 부산역 사물함에 짐을 놓고 놀러 다닌 상황이었는데 간당하게 지하철을 타게 된거다. 음.. 뛰고 뛰고 언니는 먼져 뛰어가서 기차 잡고, 난 사물함에 가서 짐 꺼내 가기로 역분하고 계속 뛰었다..기차역에 갔더니 출발하겠단다.. 에구 놓치나 보다 생각하면서 뛰면서 층계를 내려오는 데 샐리언니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문이 닫히고 있었다. 물론 극적으로 또 닫힌 문을 열고 기차 타고 올라 왔지..뭐.. 긴장의 연속이지라.. 올라오는 기차에서는 물론 시체가 됐고..

 

하이킹을 마치고..

 

하이킹을 통해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배려 할 줄 알고, 배려할 생각을 하는 그런 가슴이 따뜻하고, 따뜻하게 살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각박하게 싸우고, 농성하고, 푸념하다가 만난 이 사람들이 정말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운동하는 사람의 헌신성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저런 정서로 열심히 사는 구나 하는 일반의 느낌, 고스란히 체험한 상황이었다. 음.. 여행 좋았다. 그리고 그 때 사람들도 정말 좋고.. 이제 이런 여행에서 난 왕고가 되겠지만.. 다시 이런 기회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여행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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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제주도 하이킹1

메모] 2003년 8월 31일. 제주도 하이킹을 준비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KGI파업은 극적으로 8월 말에 극적으로 마무리 됐고, 난 가벼운 맘으로 다 털고 휴가를 갔다올 수 있다. 더욱 기분 좋은 것은 휴가 때 덤으로 생긴 휴가 경비로 인해 기분이 더 좋아졌고..

 

100일에 이르는 협회 점거 투쟁과 50일에 가까운 KGI파업 투쟁 때문에 몸도 마음도 정말 엉망인 상황이었다. 무기력하고 나의 키 뿐만 아니라 내 맘이 정말 작았다는 것을 절절하게 느꼈던 엉망진창의 여름이었다.

 

증권전산 수련회까지 갔다 오게 되서 결국 8월 31일 비행기 출발임에도 불구하고, 31일 새벽에야 짐을 챙길 수 있었다. 당시 협회로비를 점거 농성 중이었고, 사무실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알리안츠 건물에서 고객용 PC를 사용해서 신청하고, 결과를 설레게 기다렸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증권 간부들이 그랬겠지만 정말 여의도를 벗어나고 싶었다.


 

제주도 월드컵 경기장. 이날 제주도 날씨는 34도 였다. 저기 왼쪽 끝 세번째가 나다. 어찌나 다리가 튼실한지^^*



결국 하이킹을 다시 생각해 냈고, 여름휴가를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간다'는 생각에 이곳 저곳 하이킹 까페들을 기웃 거렸다. 그리고 극적으로 찾아낸 '제 1회 제주국토대장정'프로그램.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결과가 났는데도 파업이 안끝났다. 음.. 미안한 맘에 포기할까 했는데 8월 마지막 째 주에 극적으로 끝나는 상황이 된 거지. 음하하.. 가야 한다. 가서 다시 살아나서 돌아오자. 그렇게 해서 난 하이킹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신청자가 많지 않아서 뭐 그리 설레게 기다릴 필요가 (^^;) 없었지만....암튼.. 31일 8시 50분에 비행기를 탔으니.. 얼마나 새벽부터 난리 였겠는가.. 왠만한건 제주도에서 구입한다는 생각으로 되는대로 챙겼다.

 

준비물 옷 3벌, 칫솔, 치약, 수건 2개(안장용1개 포함), 메모지, 카메라, 썬글라스, 모자, 속옷, 썬블럭 및 기타 화장품, 양말, 껌, 현금, 벌레약, 맨소레담, 휴지 등등 당시 비행기 가격은 77,060원 대항항공을 이용해서 갔다. 

 

제1기 제주국토대장정
공식 일정은 9월 1일부터 9월 5일 까지

 

계획상으로는 9/1) 제주하이킹랜드 라는 자전거 랜탈 장소를 출발해서 용두암 ☞ 용연 ☞탑동 ☞ 사라봉정복 ☞함덕해수욕장 ☞행원해안도로 ☞풍차마을 ☞세화 ☞종달해안도로 ☞성산항 ☞우도항 ☞서빈박사 해수욕장 ☞제주사랑 축구대회☞하고수동 해수욕장

 

9/2) 우도봉☞ 일출 ☞검밀레 동굴 ☞우도항 ☞ 성산항 ☞ 성산일출봉 정복 ☞섭지코지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성읍민속마을 ☞표선해수욕장 ☞펭귄 수영대회

 

9/3) 큰언해안경승지☞ 정방폭포 ☞월드컵 경기장 ☞ 중문관광단지 ☞ 테디베어 뮤지엄 ☞주상절리, 쉬리언덕 ☞ 창천리 3거리 ☞안덕 계곡 ☞화순해수욕장

 

9/4) 산방산일대 ☞송악산 ☞ 타입갭슐 묻기 ☞대정 ☞추사적거지 ☞소인국테마파크 ☞오설록 박물관 ☞ 금릉석 식물원 ☞청소년 수련원

 

9/5) 한림공워 ☞협재해수욕장 ☞애월전망대 ☞하귀 해단도로 ☞ 이호 해수욕장 ☞ 제주하이킹 랜드 ☞ 끝

 

이것이 공식 일정이었다. 그렇지만 생각치 못한 변수로 2명은 거의 자전거를 처음 타 보는 실력, 나 또한 2002년 한번 여행을 다녀왔을 뿐 그리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하.. 그 외 기타 변수들 발생.. 흐흐.. 계획대로 될 턱이 없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제 1회 제주국토대장정'을 기획했던 제주사랑이 철인 3종 참가한 자신을 염두해서 동에서 서 쪽으로 하이킹 코스를 계획했던 것이다. 하하. 다녀 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오름까지 가는 그 험난하고 질긴 오르막길과 동에서 서쪽으로 돈다는 것의 의미를...

 

까페에서 신청해서 만난 사람들은 사전에 채팅을 통해 대장을 뽑고, 준비물을 체크하고 서로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친해 졌지만 난 바쁘다는 핑계로 달랑 한번 참여했기 때문에 어색 만빵인 상황이었다. 처음 보는 모든 사람들이 정말 낯설었다. 심지어 당시 노랑 커트 머리를 하고 내 모습에 다들 너무 쉽게 '랄라형!'으로 나를 정리했다. 물론 나의 말투가 공손하지 못하다는 것은 알지만 다들 너무 쉽게 '남자 같아요' '오빠' '형' 이렇게 부르며 상당히 기어오르더라고.. 몇마디 좀 재밌게 건넸더니.. ^^; 결국 내내 사람들은 형, 어이 친구 등 동네 노는 형들 부르듯 날 불렀다..

 

8월 31일 제주공항 도착. 정말 무턱대고 비행기 타고온 내가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공황에는 내렸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미처 코스와 연락처를 챙기지 못해서 공항 PC방을 이용해 사람들의 연락처를 적고, 제주사랑에게 연락을 해서 먼져 와서 놀고 있는 일행들을 만났다.

 

31일은 그냥 놀았다. 주최측인 제주사랑 집에 가서 라면도 끓여 먹고 사진도 찍고.. 이영애 CF로 유명해진 미로 공원에서 공주놀이도 하고, 이름은 기억도 안나는 데 동네 공원 언덕에 올라가서 제주도의 일몰도 봤다. 사전 체력장으로 모두 뛰어서 가는 거였는데 난 4등정도 했다.. 당시 나는 하이킹 참가자들 중에서 나이 순으로는 서열 3위의 왕 고참측에 속했다.

대장, 회계 그리고 꼬마 대장, 그 외 후발로 참가하는 녀석들도 있고. 끼니는 해먹기로 했다. 그러니 당연히 코펠들이 기본짐으로 실어 진다. 1일 민박 나머지는 야영을 하기로 했다. 텐트는 중간에 넘겨 받는 걸로 얘기 하고 의기 투합하며 31일 출발을 위한 뒷풀이를 하고..

 

9월 1일

10시 출발 예정지, 하이킹랜드 앞. 난리 도 아니다. 처음 타는 녀석이 있어서 자전거가 맘대로 구르고.. 나도 간만에 타는 지라 어찌나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 오호.. 이렇게 해서 어떻게 할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출발 하자마자 나타난 고개에서 우리 모두의 실력은 아주 솔직하게 드러났다. 한 명은 인도에서 떨어지는 낙마 사고, 기아 변속을 몰라서 올라가다 말고 후퇴하는 자전거.. 박박 기는 멤버가 있다면 술술 고개를 넘어가는 멤버들도 있었다.. 개인적인 일정으로 행사 주최자였던 제주사랑이 우리와 함께 같이 가지 못했는데 뒤에서 우리를 바라보면서 정말 저들이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이 들었다고..

 

이날 우리의 목적은 우도에 가는 것. 마지막 배 시간(5시)에 맞추기 위해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 하는데 심지어 한 친구가 중도 포기를 선언해 버렸다. 어떻게 모인건데 누구를 버리고 갈 수 있으랴.. 그 친구를 밀고 끌고 난리 부르스를 치면서 갔다. 음 결국 2인을 선발대로 파견해서 표와 장을 미리 보게 하고 나머지들이 그 친구와 보조를 맞춰서 가는데 고개는 어찌난 계속 나오던지.. 대체의 장소는 생략하거나 멀리서 보고 계속 밟아 성산항 까지 갔다. 극적으로 도착한 성산항에는 마지막 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정말 탄성과 함성을 지르며 우린 사진 찍고 배를 타고 우도에 들어갔다.

 

우도에서도 역시 쉽지 않다. 숙소까지 가는 길은 고개, 고개, 고개 쉼도 없이 고개다.. 나도 체력하는 자부 하고 있었는데 정말 힘에 부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라.. 간신히 고개를 넘었는데 갈림길이 마구 나오는데 선두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후미에 있던 녀석들도 사라진 거.. 아뿔사. 너무 고개 숙이고 페달 밟는데만 집중해서 엉뚱한 방향에 서 있었던 것..한참을 헤메고 나서야 일행을 만나서 숙소에 짐풀고 백사해수욕장에서 물장난을 하고 놀았다. 음.. 사진에 보면 이상하게 찍은 몇 장의 장난스런 사진이 있는데 그게 다 백사 해수욕장이었다. 당시 TV를 강타하던 다모 삼매경에 빠져 있느라 회의, 취침 너무 늦었음에도 우리는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새벽 4시에 기가막히게 일어났다..

 

9월 2일

새벽 4시에 기상해 아침 밥 먹고, 점심용 김밥 만들어서 냉큼 챙기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우도봉으로 올라갔다.. 음.. 해는 언제 뜨는 거야 졸며 깨며 기다리고 있는데 그날은 좀 흐린 덕에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가 없었다. 포기할 때쯤 대장이 우도에 정말 경관 좋은데가 있다면서 대오를 이끌었다. 순진한 우리는 그냥 따라 갔는데 이게 왠일인가.. 길도 사라지고 벌판이 나오고..우하하.. 섬을 가로질러 가면서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해서 사진 몇장을 찍고..그런데 오는 길에  심지어 길도 잃고, 무덤을 밟고 다니고, 소똥 피해 다니고, 섬 경비대가 나가라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암튼.. 풀 독이 마구 (당시에 난 반바지였기 땜시) 오르는 상황에서 대장에 대한 항의가 빗발쳤지만.. 대장은 묵묵히 '길이 나온다 안 하나..'하면서 앞으로 갔고.. 이런 대장의 특성은 주상절리 앞에서 다시 빛을 발했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자전거 있는 곳으로 내려와서 검밀레 동굴(모래가 검은 동굴이다)에서 놀다가 배타고 나왔다. 음.. 배를 타고 다시 성산항으로 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비가 오면 바퀴가 쉽게 미끄러지기 때문에 사고를 조심해야 한다. 다행이 별일 없었지만 하얀 우비를 입고 한줄로 자전거를 타는 우리의 모습이란.. ^^* 성산일출봉에 도착.. 어찌나 높기도 하고 전경도 멋지고 돌도 많고 예술 같은 그림들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예술적으로 펼쳐진다..음.. 고소공포가 있는 나로써는 좋기도 좋지만 발에 힘이 풀려서 바들바들 떨면서 사진 찍고 그랬다. 대단한 것은 찍었던 사진기가 고장나는 바램에 일출봉에서의 개인 사진들이 하나도 없다는 거지.. 심지어 거기서 300원 짜리 고가의 요쿠르트를 사먹으며 찍은 사진도 ..

 

난 매일 아침 김밥을 만드는 것을 보조했다. 저 안에서 하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나다. 노랑머리 손수건..^^*

 

이날 하이킹이의 막둥이 2명이 합류했다. 그래서 총 멤버는 랄라, 샐리언니, 직이대장, 은빛바다 윤정, 메티스, 동종주, 막걸리, 제주사랑, 알바스, 한국인, 루시아 등이 됐다. 정말 특이하게 비슷하고 정의감에 넘치고 공동체 의식이 투철하고 희생정신도 대단 들 했다. 암튼 이들과의 질긴 인연으로 작년 연말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여서 서울에서 송년회도 하고, 얼굴고 보고 그랬다. 음.. 다들 어찌나 잘 자라고, 잘 살고 있던지.. ^^*

 

드라마 올인 찍은 섭지코지 언덕도 갔다 오고, 혜교 처럼은 아니어도 비슷하게 독사진도 찍어 보고 잠시 쉬는 동안 소나기도 맞고, 그 뒤에 상한 김밥먹고 체하기도 하고..사실 하이킹은 이 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개인일정으로 빠져 있었던 체력 짱!의 제주 사랑이 참여 멤버로 참여했고 용오름에 가서 단체 사진 찍어야 한다면서 하이킹 메버들을 마구 굴린 것이다. 달리고, 오르고, 내리고, 다시 씩씩거리고 올라가고.. 결국 우리는 제주도의 명물이라는 다랑쉬 오름은 포기하는 대신 용오름에 가서 사진도 찍고.. 그리고 우리는 이 사진을 기념 사진으로 액자 선물로 받았다.

 

돌아다니면서 재밌는 일도 많았다. 농협만 나오면 무조건 물뜨러 가고, 물 나오면 무조건 씻소, 틈만 나면 썬블럭 덕지 덕지 바르고.. 심지어 귤농장 아주머니가 공짜 귤도 얻어 먹고...

 

전날은 민박을 했지만, 이 날은 해수욕장에서 아영을 하기로 했다. 4시부터 이뤄진 강행군 덕분에 왕언니 샐리 언니는 도착하자마자 쓰러저 버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씻을 곳을 찾아 헤메였다. 다시 내륙을 통과해서 대천동사거리에서 다시 동쪽으로 쭉쭉 가다가 간신히 표선해수욕장의 야영지를 찾았지만 제주도의 야영지는 한 철이 끝나면 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에 화장실 조차도 쓸수 가 없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어찌나 땀도 많이 흘려서 냄새도 장난 아닌데다가 그날 비도 많이 맞아서 영 상태도 않좋은데.. 다들 돈이 별로 없으니 민박하자는 말이 목까지 올라와도 간신히 자전거에 실고 온 텐트랑 코펠 등을 생각하며 야영지에 짐을 풀었다. 극적으로 대장이 근처 교회에서 씻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고, 우린 간신히 씻고 간신히 요리하고, 빠질 수 없는 한잔 쏘주 걸치고, 텐트에서 깊은 숙면에 돌입했다..

 

사실 난 그 때 일이 있어서 근처 PC방에 가서 일을 하고 왔는데 일부는 뻗고, 일부는 한잔 계속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장이 모기향을 마구 피우면서 벌레들을 쫓고 있었다. 대장은 정성스레 모기향을 앞뒤로 피워 줬지만 사실 우리는 그 모기향 덕분에 질식해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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