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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 끝났다.

2008/08/09 11:30 생활감상문

어젯밤으로 업무일 기준 5일의 여름휴가가 끝났다. 지금은 그냥 주말이다. 또 한 주의 일상을 준비해야 하는 주말. 하지만 사실은 올해 하반기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주말이기도 하다.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놀다 들어오면서... 아, 이걸로 휴가 끝이구나 했을 때도... 섭섭한 기분보다는 올해도 뭔가 큰 거 하나 넘겼구나 하는 안도감 같은 게 들었다. 휴가 기간에 어케든 나를 리셋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그랬나?

 

처음 휴가 계획을 세워놓곤... 참 발전이 없다 싶었다. 무주 갔다가 서울 와서 영화 보고, 사람 만나고, 부모님 댁 가고, 집 대청소하고. 매년 반복되는 패턴. 그래도 뭐 가고 싶었다. 아니, 가야 했다.

 

그런데 이번 휴가는 뭔가 달랐던 것 같다. 같은데 또 다른 것. 매번 동일한 형식을 반복해도 변화는 있는 법이지만, 올해는 그 이상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이 있었다. 예를 들면, 큰 방향의 계획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타임 스케줄 같은 건 없었는데... 그때그때 무언가 일어나서 잘 놀았다는 것. 어찌 생각하면 운이 좋은 거지만, 사실은 좋은 사람들과 있어서 그랬겠지?

 

내 여름 휴가의 시작은 언제나 공간 이동이다. 일단 서울을 떠나야 한다. 공간이 달라져야 행동도 달라진다. 무주에 혼자 갈 줄 알다가 임박해서 시간을 맞춘 Y군, M군 들이랑 가게 되었다. 또 처음 같이 놀러간 거라 서울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니까 신선하고, 즐거웠다. 각자 편안하니 하고 싶은 일 하면서도 2박 3일 참 잘도 가더라.

 

올라온 다음날인 수요일엔.... 날은 덥고, 몸은 골골하고, 놀겠다는 의지보단 쉬겠다는 욕구가 더 강했다. (장거리 여행으로 무리한 교통사고 부위 치료하러) 한의원 갔다 와서.... '을밀대' 냉면 먹으러 가자니까 그 사이 혼자 이사를 한 Y양이 힘들어서 운전 못하겠단다. 그런데 실망한 채 한의원 가서 눕자마자 H군이 회사 차로 홍대 쪽 나왔다며 점심 먹자고 전화를 한다. 덕분에 Y양까지 불러내서 맛나게 냉면 먹고, 집에 와 커피까지 나눠 마신 다음... 여행 빨래랑 이불 빨래나 하면서 집에서 그냥 가만히 쉬어 버렸다. 인생 뭐 있어? 땡기는 대로 하는 거지. 휴간데. 밤중에 옥상에 올라가 한낮의 열기에 바짝 마른 따뜻한 이불을 끌어앉고 냄새를 들이마시며 여름 바람을 쐬었다. 느긋하고, 따스했다. 내가 좋아하는 삶의 느낌.

 

그러나 목요일 아침... 쉰 건 좋았지만, 휴가 후반 스케줄을 하나도 안 세웠잖아?  K선생님께 전화를 드리니, 다시 고향 가셨단다. 아~~~ 선생님은 뵙고 싶지만, 이 더위에 삼성역까지 어케 가나 했는데... 개강해서나 올라오신다는 말씀에, 그럼 9월에 신촌에서 뵙기로 했다. 휴우~

 

그 전화를 하는 사이 S언니가 메신저에서 말을 건다. "그래서... 휴가 기간에 놀러온다더니 언제 놀러올 거냐?"고. 그리하여 곧바로 매그넘코리아 전시 갔다가 아예 분당의 언니네 새집까지 놀러갔다. 보고 싶은 전시를 만나고 싶은 사람과 함께 간 것도 좋았지만... 언니네 집에 가서 세살배기 회다메(언니 딸) 뛰어다니고, 같이 동요 씨디 듣는 와중에.... 이런저런 사람들 소식 나누고, 6년차 편집자, 7년차 번역자로... 생활인으로 꾸려가는 고단함 등 학교 다닐 때는 편하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강도 높게 나누고, 휴가 기간에 한번도 먹지 못한 한식 생선구이 밥상까지 언니 친정 어머니께서 차려주셔서 맛있게 먹고 언니가 새로 번역한 소설책까지 선물 받고 정말 부족함 없는 기분으로 돌아왔다.

 

행복했다. 뭔가 자동문이 연달아 열리듯이 그렇게 앞으로 나가는 기분. 그리고 그 속에서 기분 좋은 선물이 들어 있는 상자를 하나하나 여는 기분. 그 순간 남은 휴가 잘 보내고 있냐는 M군의 문자가 왔을 때, 어이없을 만큼 신나서 자랑할 만큼. "마법처럼. 만나고 싶은 사람과 가고 싶은 곳에서"라고.

 

금요일 오전도 순조로웠다.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 헬스장 가서 운동도 해주고... 아침도 맛있게 먹고, 한의원 갔다가 H양 만나서 근대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을 봤다. 전시는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었다. 이국적이지도, 지나치게 강렬하지도 않았다. 충분히 표현적이면서도, 오히려 좀 주지主志적인 기분이 들었다.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을 만큼 좋았다. (뭐 추상화를 잘 몰라서, 그 섹션을 대충 본 것은 전시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니까).

 

돌아오는 길에 약간 더위를 먹고 집에 와 쓰러져 두어 시간 쉬다가... 이른바 '정동 멤버'들 만나러 간다. 출판 선후배의 모임이지만... 업계 정보를 나눈다거나... 뭐 그런 게 아니라... 직장 이야기, 연애 상담, 온갓 소문과 괴담, 신앙 생활 등 편하게 나누면서 가족같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잔소리도 듣고, 뭐 그런 자리. 만나기만 하면 12시를 넘겨서 만나기 전엔 두렵지만, 그냥저냥 만나는 사람들보단 확실히 심리적 보상(?)이 있는 모임이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아 자리가 길어지기도 하지만, 이 자리에 나가면 확실히.... 조금쯤 더 겸손해지고, 경청하는 법을 재교육받고 오게 된달까. 구체적이진 않지만, 편집자로 내가 살아가면서 내게 무엇이 부족하고, 좀더 노력해야 하는지 늘 체크하도록 하는 (청정 지역의 지표인)  "이끼" 같은 모임.

 

그렇게 휴가가 끝났다. 할 일이 잔뜩이다. 널부러진 책, 빨아야 할 옷, 빨아서 개놓지 않은 옷, 영수증들, 티켓들, 욕실의 곰팡이, 싱크대의 설겆이거리, 가스렌지의 음식 얼룩. 끓여만 놓고 먹질 않아서 쉬어버린 된장찌개. 고쳐야 할 시계. 버려야 할 쓰레기. 더워서 선풍기 바람 바깥으로 한발짝도 못 나갈 것 같건만...

 

그래도 뭐 좋다. 잘 놀았으니까. 까짓꺼, 뭐 청소 좀 해주지 뭐. 나 좋다고 하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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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9 11:30 2008/08/09 11:30

휴가 계획 그리고 까먹지 않기 위하여.

2008/07/30 16:19 생활감상문
휴가 계획

6월 말부터 지난 주까지 3번의 마감을 지난 후(내 담당 2번, 후배 담당 1번) 이번 주에도 보도자료 한 편 쓰고 언론사 신간 배포 준비하고, 블로그 연재글 한 편 쓰고, 휴가 다녀와 진행할 책 본문 디자인 맡기기 등이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그나마 영어학원이 이번 주 방학이어 얼마나 다행인지)..., 한편으론 다음주인 여름 휴가 스케줄 짜기와 추석 연휴 상하이 여행 준비(여권 만들기, 비행기표 결제, 여권 케이스 사기)로도 바쁘다.

 

-- 금요일 점심: 오클라 샘께 무주 열쇠 받기.

-- 틈틈이 : 휴가용 쇼핑(이 진정 필요한지 고민?)

-- 2~5 or 6일: 무주(혼자 or 친구들과) 가서 산기운 실컷 받기. 많이 움직이기.

-- 상경 후 S언니 집들이 + K스승님 뵙기.

-- 가족과 함께할 이벤트 하나(간단 영화와 외식?)

-- 전시 보기(라틴아메리카 거장전, 매그넘코리아)

-- 영화 한두 편 더 보기 (<놈놈놈>, <마을에 불어오는 산들바람> etc.)

-- 봄부터 밀린 책 읽기(<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카를 융 평전>,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4권, <만들어진 나라>,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중 최소 2권)

-- 오코노믹스 잘하기: 집 청소+안 입는 옷 정리 + 오래된 식재료 버리기.

-- 몽골 딸네미(월드비전 결연)에게 답장(네가 예쁜 뺨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로 자라고 있어 기쁘구나) + 사진(그녀와 닮아 보이는 내 어릴 적 사진?) + 선물(그림책?) 보내기.

-- 서울에 있는 동안엔 촛불집회 가기(앞으로 어쩔 건지, 잠깐이라도 곰곰히 생각하기)

-- K편집장님 출판 입문 20주년 기념 겸 생신 축하 모임 조직해서 잘 놀기

-- 휴가 뒤 곧장 들어올 블랑쇼 선집 원고맞이용으로다 레비나스의 <블랑쇼에 대하여> 들여다보기

 

그리고 까먹지 않기 위하여..

어제는 보도자료 쓰다가... 갑자기 에쓰노메쏘돌로지Ethnomethodology를 찾았다. 왜더라? 들뢰즈 예술철학을 논하는 책의 보도자료 때문은 아니고... 아마 점심 먹다가 임쿤과 '커밍아웃 경험 인터뷰집' 이야기를 하다가 훈련된 인터뷰어의 필요성 이야기를 하다가... 또 혼자서 내 생각을 해서 그런가 보다. 에쓰노메쏘돌로지, 즉 민속방법론이 나오는 수업을 들을 때(이해사회학이던가?) 성전환한 사람이, 본래 그 젠더를 가진 사람보다 더 매뉴얼적으로 완벽한 젠더를 구현하려 한다(가핑클)고 할 때, 나는 젠더보다는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뭔지 영 몰라서 맨날 그걸 구현하려고 매뉴얼을 찾는 사람 같다(나는 꼭 무대 뒤편이 없이 몇 개의 무대만 있는 극장 안을 계속 순환하는 배우 같다 싶기도 했다는 고프만 때문에 한 거던가?)는 생각을 한 바 있는데(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느 정도는 매뉴얼을 습득한 듯도 싶고, 결국 "삶에는 매뉴얼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근대적 사회 관계에는 정말 유효하다는 것을 절절히 체감할 때도 있고 뭐 그렇다)...... 거기에서 생각이 비약했는지, 갑자기 오후에 네이버에 에쓰노메쏘돌로지를 쳐서 검색하고 있었다.

사전적 정의도 잠깐 읽어보고 했지만, 역시 그 공부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가르치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유행이 지난 것인지, 아니면 유행한 적도 없는 것인지... 논문이나 한국어로 읽어 볼 만한 자료는 별로 없더군. 뭐 하기는 나도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이 전부이지, 제대로 뭔가를 읽은 기억은 없다.

 

여튼, 덕분에 약간 검색하다가 간만에 벤야민 세미나 같이했던 KDI선배의 강의용 카페 발견, 가핑클에 관한 발제문 하나(<가핑클은 변태스럽다>) 발견. 여하튼 읽다 보니까 와 닿는 데가 약간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와 닿는다기보다는 나한테 의미 있는 층위란 사실 여기서 나왔군, 하고 환기한 셈이지만.

인간의 행위를 하나의 의미체계로 보고 그 진리값을 판단하기 보다 그 의미가 형성되는 주변의 경계와 상황들에 관심을 돌리라는 것이다. 행위-기호-의미의 내용 보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절차와 방법이 선행한다. 왜냐하면 내용은 결국 방법에 의해 결정되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속방법론자들은 의미 그 자체의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가치판단을 유보하며, 이점이 이른바 '민속방법론적 무관심'(Ethnomethodological indifference)라는 복잡한 개념의 일부분을 형성한다.   

그래서 앞으로 이것에 대해 공부를 찾아서 조금 할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주부터 새로 시작되는 사내 강의에서 현상학을 배우게 될 터인지라... (에쓰노메쏘돌로지도 사실 후설을 사회학에 갖다붙인 거라서) 까먹지 말고 있다가 '이해사회학' 노트라도 다시 들여다 보던가, 몇 편 안 되는 논문이나마 찾아보던가... 아님 그마저도 또 까먹었다가 이 글을 읽고 아, 그랬지라도 하거나 하자고 메모 겸 써놓는다.

 

그리고 하나 더... 라흐마니노프 간만에 듣다가, 갑자기 파토스 균형론, 즉 평소 로고스가 (내 기준으로는 부담스럽게) 강한 인간들이 예술에서는 유달리 파토스가 짙은 작품들을 좋아한다는 경험적 깨달음(누가 섣부른 일반화라 지적할까 봐, 일반화는 아니라고 주장만 하고 싶다만... 사실 그게 그거겠지?)이 떠올라... 그거 가지고 몇 마디 주절거릴까 하다가... 그건 됐고, 괜히 에피쿠로스의 <쾌락>만 YES24 카트에 넣어 두었다. 남한테 뭐라 할 것 없고, 나나 균형 잡히고, 항상적인 쾌락주의자로 한번 잘살아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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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30 16:19 2008/07/30 16:19

화끈화끈 여름의 불꽃

2008/07/15 22:58 생활감상문

출근하자마자 30분을 못 견디고 에어컨을 틀었다. 평소 에어컨 바로 앞자리라.... 틀면 춥다고 온도 올리고, 바람 줄이고 하던 나였다. 어제는 영화+떡볶이+음주+노래방 풀코스 간만에 즐겨 주고... 선풍기 소리 견뎌 가며 다섯 시간쯤 푹 자고... 아침엔 모처럼 기운 난다며 헬스장 새로 등록해서 유산소 운동도 40분 땀 뻘뻘 해주신 터였다. 운동하고 땀 냈으면 시원해야 할 터인데... 회사 걸어가는 20분 동안 다시 몸에 열이 쌓인 것이다.

 

어릴 적부터 햇볕 받으면 순환이 잘 안 되고, 그대로 충전되는 현상 빈번, 말하자면 '인간 배터리'인 셈이다. 5월에 갑자기 강해진 햇빛 20분 받았다고 일사병 나서 토사곽란한 게 중1 때(더 어릴 적엔 말할 것도 없고). 이후에도 그런 일은 반복이라 여름이면 긴급 해열제로 아스피린을 준비해 둘 정도(그러고 보니 올해는 안 샀군). 요사이 계속된 열대야에 소화 잘 못 시키고, 골골거려.... 다음주에 또 한약을 짓네 마네... 그러고 있던 터였다. 아침에 잠깐 태양 아래 걸어간 그 열기 때문에... 오전부터 머리가 내내 아프고 계속되는 하품. 지난주에 워낙 잠이 부족했던지라... 모처럼 푹 잔 다섯 시간이지만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중간 중간 필자들에게 메일 쓰고, 전화하고, 교정지 들여다 보고, 한창 뜨거울 때 길 건너 디자인 사무실에 교정지 갖다 맡기고 하는 과정과정마다.... 정말 숨이 목까지 턱턱 막혀 왔다.

 

이 더위에 누군들 그렇게 일하지 않으랴만은 오늘은 정말 차곡차곡 몸에 열이 쌓이는 기분이었다. 에어컨을 틀어놓고는 정작 춥다고 마케팅부 응접테이블에 가서 교정을 봤다. 괜히 열심히 일하는 정쿤에게 서양 고대철학 공부할 생각 없느냐, 책장에 꽂혀만 있는 고대철학사 책 한 권 주마....말 시키며 집적집적... 4시까지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수면 부족과 두통 그 가운데 불현듯 치밀어 오른.... 일과는 상관 없는 어떤 감정.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떤 메뉴얼에도 담겨 있지 않은, 혹은 어떤 메뉴얼도 믿을 수 없이, 하지만 결국엔 목이 졸릴 듯한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풀어내야 할... 두려움과 뒤섞인 감정. 그게 또 나를 태우고 있었다.  

 

내일 저녁에 세종체임버홀에서 하는 음악회 표가 당첨되었으나, 이번주에 회사 상반기 워크샵이 있는지라... 오늘내일은 집중해서 교정지 들여다보기로 계획.... 아쉽지만 HN양에게 가라고 전화. 그 덕분에... 영어회화 수업 시작하기 전에 오늘 잠깐 만나 저녁을 먹었다. 뭔가 좀 표현하고 싶어 털어 놔봤자... 그녀의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내게 와 닿기도 전에 뜨거운 대기에 흐물거린다. 결국 정념과 사념은 또한 고스란히 내 몫. 또 하나의 무진기행이라고 쓰디쓴 자조.

 

지난 학기에 학생들을 엄청 웃겨준 D. S. 선생은 강의를 너무 잘한 나머지... 영어교사들을 위한 특별반 강의하러 가고... 20대 후반의 J선생이 새로운 영어 선생이다. 지난 주엔 면도도 안 하고, 어깨는 넙대대, 좀 산적 같다 싶더니... 오늘은 머리도 빡빡, 수염도 깔끔... 나름 귀엽게 하고 왔다. 그러나 정신 맑음에도, 미안스러울 정도로 계속되는 하품, 하품, 하품. 수업 참여도 열심히 했건만... 밖에서 들어온 열과 내 안에서 타오르는 불꽃 때문에... 신체 전체에 산소가 부족했던 것이다.

 

땀을 좀더 내려고 30여 분 걸려 걸어왔건만.... 땀은 안 나고, 열만 더 축적되었는지, 허벅지며 손바닥이 화상 입은 듯 화끈거린다. 샤워를 하고 선풍기를 쐬도, 좀처럼 식질 않는군. 결국 스스로 사그러들 때까지 잠만이 해결책인가.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 약속한 대로.... 11시 이후 인터넷 사용 금지 다짐을 지키기 위하야... 지금 자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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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22:58 2008/07/15 22:58

폭염성 휘발에 반하여.

2008/07/09 08:02 생활감상문

날이 덥다. 유난히 짙은 생활의 농도가 폭염 속에 다 휘발되는 듯한 느낌이다.

일도 많고, 사건도 많고, 순간순간 열이 오르는 일도 많다.

생각 나는 대로 두서 없이 몇 가지 메모.

 

근대 중국사상사 책 마감하고, 보도자료 쓰고, 신문사에 보내고...

그 와중에 블랑쇼 선집 역자모임 준비하고, 또 모임하고,...

7월 5일엔 촛불집회 가서는 1차로 H양과 철학아카데미 선생님들 만나 행진하고

2차로 춘천에서 밤 8시에 출발에 10시에 도착한 M언니 만나 문화제 보고,

3차로 새벽 1시부터 M군과 그의 친구들이랑 공연 보다가 아예 난장까지 하니까 날이 밝더라.

 

그날.... 빗길에 운동화 젖는 거 싫다고 샌들 신고 광화문 갔다가

광화문 지하도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허벅지 근육이 다쳤다.

근육이 놀라기도 했고, 미세근육도 몇 군데 파열되었단다.

그 다리를 해갖고는 밤새 길바닥에서 술을 마셨으니....

피가 더 많이 났을 것 같다. ㅎㅎㅎㅎ

이틀째 피도 뽑고, 침 맞고 물리치료 중. 이번 주엔 내내 한의원 가야 할 듯하다.

다 나았던 엉치의 통증도 다리 부상으로 자세가 불량해서 그런지... 조금 안 좋다.

 

김연수 선생의 <여행할 권리>를 2주째인가 읽고 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컴퓨터 부팅하거나 자기 전의 몇 분 동안 한 꼭지씩 읽는다.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그는 약간 구도자의 길에 매력을 느끼는 데가 있는 듯도 하다.

 

5월의 마음으로 사들인 6월의 책들이 침대맡에서 먼지를 받고 있다.

회사 일을 생각하면... 여름엔 좀 덜 바쁘면 좋은데...

오히려 필자들의 방학으로 더 바빠진 감이 있다.

생각하는 건.... 겁 먹고 4월처럼 아프지 말자, 하루하루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정도.

 

그래도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다.

토요일엔 두 달 동안 그린피스 배 타고 와서 배멀미 두통에 시달렸더니

인생 시들하다는 J옹을 위문공연 차 만나기로 했다. 봐서 후배 S양도 부를까 싶다.

 

몇 달째 가끔 말만 하고 못 만나는 언연 동기 G양과  B군도 만나야 하는데...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과 여학우 모임에도... 그간 바쁘다고 늦게 가서 얼굴만 15분 내밀거나, 아예 못 가거나 했는데...

학교 선생하는 친구 방학하면... 모임 한 번 해야겠지?

 

부모님 댁에도 못 간 지 한참 되었다.

얼마간은 바빠서, 얼마간은 귀찮아서, 얼마간은 아파서,

얼마간은 촛불집회 나간다고 빨갱이란 소리 듣는 게 불편해서.

 

이번 주부터는 다시 영어회화 과정에 다닌다. 한 달새 많이 까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주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제 회사에서 "촛불 시대에 다시 생각하는 레닌과 혁명"이란 대담을 했는데...

끝날 무렵에 <승리의 충격>으로 진보넷에서도 꽤 유명해진 그레이버 교수가 왔다.

나름 담당 편집자라고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한 달 사이 (영어에 대한) 용기도 줄었고, 피곤하기도 했고, 너무 나서는 듯하기도 하고...

뭐 그래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했는데... 그냥 식당 안내만 했다. 부끄부끄~~

 

작년에 전에 다니던 회사 사표 내는 것을 한참이나 망설이게 하던....

(웬만하면 내고 그만두고 싶어서) 은사님과 선배의 인터뷰집이 드디어 나왔다.

정말 내고 그만두려 했다면... 아직까지 다니고 있겠군. 아이고~~~ 징하다.

책 한 권 달라고 A팀장님한테 전화하고, 은사님께도 간만에 연락 좀 드려야겠다.

앞으로 철학이 갈 길은 "섬김의 철학"에 있다 하셨는데...

(그리고 보니 철학자 대회에 마리옹이 온다던데... 그도 놓치고 있군)

선생님 찾아뵙기라도 하면... "섬김" 너무 어렵다고 응석이라도 부릴까 보다.

 

지난 주에도 배탈이 한 번 났지만... 날이 더우니까 확실히 위가 기운이 없는지...

조금만 찬바람이나 찬 음식이 들어가면... 위가 배탈까지는 아니어도 살짝 불편하다.

더운데... 배탈 나 밥까지 굶으면 더 힘들다. 배탈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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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9 08:02 2008/07/09 08:02

역시 밤은 못 샌다.

2008/07/03 02:26 생활감상문

한두 번 호기심과 술기운에 손 댄 경우를 제외하면...

담배를 안 피니까 하는 소리였지만... 10년 전쯤...

글 쓴다고 물 마시듯 커피를 들이켜고, 줄담배를 태워대는 사람에게

지나가는 듯이 수줍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커피가 의식을 연명하고, 담배가 글을 쓰는 거지.

그게 내가 하는 게 아니잖아.

무엇이든 중독될 지경으로는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역시 밤은 못샌다.

중고등학교 때도 좋아하는 과목은 12시 조금 넘겨서 할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시험 전날이 제일 일찍 자는 날이다.

공부 아무리 많이 해봐야 몸 아프면...

정신이 몸이 싫다고 가출한다. 멍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명박이가 저리 머리가 나쁜 것도 잠을 제대로 안 자서다. 분명하다.)

 

방금 전에... 초고만 잡아놓고.. 한참 고쳐야 할 보도자료 파일을 닫았다.

동일한 글이 될 수 있는 파일을 세 개를 갖고 있었다.

하나는 완전히 자유 연상법으로 쓴 문장들만 난무하고, 제대로 된 문단 하나 없는 파일.

하나는 "근대"를 중심으로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볼까 하고 개요를 잡아둔 파일.

하나는 저자 서문을 기반으로, 책 소개만 기존 도서들과 차별화해서 무난하게 가려는 글.

 

선택은 세번째. 저자한테 묻어간다 해도 하는 수 없다.

두번째 파일을 가지고 "근대"와 "혁명"은 짝꿍이란 소리나 좀 늘어놓을까 하기는 했으나..

(그러면 지금 시국하고도 연결되겠다는.... 블로그에 쓸 글을 보도자료에 쓸 뻔한 것이다.)

과도한 해석만 담긴 글보다는, 저자의 의도대로 책을 소개하는 거나 제대로 하자 싶어서다.

 

이럴 것을 하루 종일 왜 끙끙거리며 파일을 세 개나 만들었냐고?

비디오를 빌리러 가서도, 옷을 살 때도...

꼭 두 개 이상 골라놓고 하나를 골라야 젤 좋은 걸 골랐다 싶은 걸 어쩌겠어.

 

이 시간에 자면.. .이미... 내일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마무리하기는 글렀다.

그럼 또 나의 필살기, 벼락치기밖에 답이 없겠지.

시간은 어찌어찌 대겠지만... 퀄리티가 부족한 것은 나도 알고, 남도 알고.

깊이에 대한 강박은 늘 있는데.... 컴플렉스가 생길 지경으로... 나도 고민은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방법은 꾸준함과 성실함밖에 없는 건 나도 아는데...

"명검도 갈지 않으면 녹슬 뿐"이라고 표어까지 만들었는데...

(뭐 꼭, 내가 명검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알고 보면 일 찬찬히 하는 걸 더 좋아하는데. 진빠지게 일하고 혼자 흐뭇해할 때도 많은데...

이번엔 또 무슨 욕심이 나를 조급하게 했는가.

 

커피 대신, 담배 대신, 무슨 욕심이 나를 움직였든...

그것은 내 안에 있지, 내 바깥에서 온 것은 아니다.

 

역시 나는 밤을 못 샌다는 이 부실한 신체의 능력도 내가 가지고 태어난 것이듯.

그러니 이만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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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02:26 2008/07/03 02:26

배탈의 재구성

2008/07/02 00:21 생활감상문

오늘은 오랜만에 배탈이 나서 고생을 했다.

딱히 상한 음식을 먹은 건 없는데... 왜 배탈이 났나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럴 만하더라.

 

아침 일찍 배가 고파 잠에서 깼다. 어제 저녁 6시 반쯤 저녁밥을 먹었으니까...

밥 먹은 지 거의 11시간쯤 되어서였다.

 

6시도 안 되었는데 아침을 먹기는 좀 뭣 해서, 냉장고에서 두유를 하나 꺼내 마셨다.

(찬물도 안 마시는데, 깨자마자 찬 두유를 마셨으니 배탈 사유 1)

반바지에 티셔츠로 갈아입고...  세탁기에 빨래 넣고 불림 코스 작동해 놓고...

(날이 제법 흐렸는데, 런닝 안 입었으니 배에 찬바람 드는 게 당연. 배탈 사유 2)

간만에 강바람이 맞고 싶어서... 한강으로 걷기 운동하러 갔다.

(꼬박 2주간 마감한답시고, 집회도 한 번인가 가고, 헬스는 전혀 안 갔다.)

 

서강대교 근처인 상수동 출구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로 나가서

양화대교까지는 쉼 없이 걸어서 30분 조금 넘게 걸린다.

간만에 들꽃 향기도 맡고, 습기는 좀 있지만 상쾌한 아침바람에 열심히 걸었다.

 

집에서 6시 반쯤 나왔는데 양화대교 도착하니까 7시 5분쯤.

운동 안 하던 다리로 열심히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교각에 기대서 잠깐 앉아 있었다.

 

노래가 하고 싶어서 한두 곡 가만가만 부르고 있었다.

알렉스의 <화분>도 불러보니 역시 가사를 잘 모르고..- -;;

가사 완벽히 외는 몇 곡 중 하나인 <사랑의 찬가> 한국어 버전을 나름 심취해 부르는데...

저기 멀찍이서... 뭔가가 풍덩 물에 빠진다.

첨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사람인가 싶다. 에구머니... 어쩌지?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덜렁 열쇠꾸러미 하나 들고 나간 아침운동이었다.

나도 모르게... "사람이 빠졌어요!"하고 소리를 지른다.

(정말 사람인지는 확신이 없지만, 혹시 모르는 거 아닌가)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지... 지나가던 아저씨 하나만 조금 쳐다보더니...

안 보인단다. 내 눈엔 뭔가가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데....

한참을 놀래서 쳐다보는데... 사람 빠졌다는 사람 아무도 없다.

지나가던 아저씨도.... 아닌 것 같다며... 경찰을 부르기는 쫌 그렇지 않냔다.

그래도 사람 빠졌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만 아름답단다.

아름다운 마음이 무슨 소용인가. 사람 살리지 못한다면...

계속 찜찜한데... 워낙 먼지라(강 한가운데보다 먼 지점이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면서 돌아섰다.

(아침부터 놀랬으니 배탈 사유3)

 

다시 열심히 걸어오면서 딴 생각하다가.... 좀전의 소동은 잊어 버린다.

집에 오니 열심히 걸은 만큼 배가 고프다.

옷도 안 갈아입고 어제 끓인 된장찌개에 풋고추 하나 썰어넣고 다시 끓이고,

냉동실의 밥 전자렌지에 돌려 한 그릇 쓱쓱 비벼 먹는다. 아, 맛나다.

식초와 고춧가루까지 제대로 뿌려놓은 오이지 냉국이랑 먹으니 더 맛있네.

(아침부터 매운 풋고추에 찬 냉국을 먹었으니 배탈 사유4)

 

밥 먹자마자 양치하고, 바로 머리 감고 샤워한다.

(이러니 배에 또 찬바람 들어간다. 배탈 사유 5)

 

날도 약간 흐린데.... 점심때 저자 미팅 있다고...

배까지 바람 숭숭 통하는 꽃무늬 원피스 입고 출근한다.(배탈 사유6)

 

뭔가 속이 편하지 않은데... 출근하자마자 생각없이

커피부터 챙겨 마신다. 배 아플 때 피해야 할 우유까지 듬뿍 부어서...

나름 수제 카페라떼다.(배탈 사유 7)

 

그래서 결국 배탈이 났다.

아침 내내 화장실 들락날락... 미팅 준비도 해야 하고...

10인 이상 사업장 되서 새로 작성하는 근로계약서 및 취업규칙 회의도...

집중 못하고.. 자세도 기우뚱.. 불량 직원 모드로 참석. 계속 시계만 보면서.

아아... 또 배 아파서 화장실로 뛰어가면... 사장님 이하 전 직원 있는데... 무슨 망신이고 걱정하면서.

 

배탈엔 화장실이나 갔다가 굶는 게 최고인데....

필자라 한 점심약속 이니... 굶지도 못하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밥도 먹고,

또 카페라떼 마시고 2시간 반이나 수다 떨다 온다.

긴장해서인지... 미팅 때는 가라앉은 듯한 배앓이가

회사 돌아오자마자 또 계속된다.

 

배 따뜻하게 한다고 뜨거운 차를 마셨더니 더 아프더라.

그냥 미지근한 물밖에 대안이 없더군.

 

저녁엔 H양이 생협에서 산 물건 받으러 놀러왔는데... 같이 밥도 못 먹어주고...

겨우겨우 둘이 <체인지> 8화 다운받아서 같이 시청하고... 결국 저녁은 안 먹었다...

9시 넘어서야 겨우 새로 구운 쌀빵 두 조각. 그나마도 먹지 말걸. 아주 편하지는 않다.

 

생각해 보니...

더위에, 마감에 체력은 약해져 있고...

회사에서 잠깐씩 트는 에어컨에도 아직 적응이 안 되어 있다.

딱 배탈나기 좋을 때다....

역시... 사고는 순간의 방심(제일 큰 건.. 밥 먹자마자 샤워한 거?) 때문에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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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2 00:21 2008/07/02 00:21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2008/06/25 00:59 생활감상문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충실할 것들. 사랑할 것들. 기뻐할 것들. 노여워할 것들에 솔직하자.

충실한 가운데 내 능력을 발견할 것이요,

사랑 속에서 내 어두움과 대면할 것이요,

기쁨과 함께 내 의지의 방향을 찾을 것이요,

노여움을 인정할 때 내 비겁함은 작아질 것이다.

 

적어도 지나치게 솔직한 것을 부끄러워하다가 잠 못 이루진 말자.

솔직함이 병...까진 아니어도, 이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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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5 00:59 2008/06/25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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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딴짓 리스트

2008/06/21 00:43 생활감상문

500쪽짜리 사상사 책 마감이라 챙길 것 열라 많아...

긴장감에 제법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데... 집에만 오면... 완전... 딴짓이 하고 싶다.

 

월급 타서 9kg나 사들인 현미가루(첨가물 들어가지 않은 것을... 명천양곡처리장에 주문했더니.... 주문 받고 곱게 갈아서 보내주더라)로 쌀빵 레시피도 연구하고 싶고... 재작년에 재단해 놓은 하늘색 체크무늬 원피스도 완성하고 싶고.... 신입으로 들어온 후배들한테.... 융천 잘라서 컵받침도 만들어주고 싶다.

 

월급 수령과 동시에 찜리스트에서 장바구니, 택배 박스와 사무실을 거쳐 집에 안착한 책들과 오즈 야스지로 디비디도 보고 싶고... 내일 끊어 놓은 대만 영화 말고도, <쿵푸팬더>나 누구 술병 때문에 못 본 <페르세폴리스>도 보고 싶다.

 

간만에 교보문고에 가서 신상 책들도 완전 제대로 구경해 주고, 광화문 나간 김에 열흘 동안 구경 못한 촛불도 들어보고 싶다. 내일 밤 남산타워 앞에서 열리는 캔들라이트 문화제에 가서 양초도 만들고, 꿀초도 사고, 조규찬/이상은 라이브도 듣고 싶다.

 

그러나 마감도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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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1 00:43 2008/06/21 00:43

의상대 앞 바다

2008/06/17 23:19 생활감상문

 

들여다보고 있는 내게 S군이 연극조로 말을 건넨다. "뛰어들고 싶어요."

무관심하게 답했다. "그러세요."

 

2008년 5월 14일 의상대 앞 바다, 핸드폰 사진을 뽀샵질

 

 

의상대의 파도는 전과 같이 깨끗하게 부서지면서 사람을 홀렸다. 한없이 한없이 들여다보고만 싶었다. 하루 종일이건 몇 날이건 볼 수 있을 것처럼. 천년도 전에 의상대사가 20일간 거기서 수행을 했다 한들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을 것이다.

 

S군은 참 상투적인 농담을 던진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니... 낙산사가 불타기 전인 4년 전 찾았을 때 나도 같은 생각을 한 듯싶다. 저 영원함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수백년 된 나무들이 불탄 자리엔 등걸만 남아 있었다. 사람 마음을 착하게 하던 낙산사의 산책로를 이젠 다시 못 본다는 생각에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지만 내가 남들만큼 산다면, 새로 지은 절도 늙어가고, 나도 늙어가는 모습을 가끔씩 다시 확인해 갈 수는 있겠지. 어차피 내게 낙산사의 본질은 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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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7 23:19 2008/06/17 23:19

러시아식 탱고

2008/06/11 23:29 생활감상문

Irina Bogushevskaya라는 러시아 여가수가 부른 Tango Proschaj

 

어제 사장님 인솔(?)로 회사 사람들이랑 일찌감치 저녁 먹고 단체로 6.10 갔다.

계속 우르르 몰려다니고, 누구 잃어버린 사람 없나 챙기고...

뭐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싸다니는 재미 상실,

후반에 친구들 좀 만나려 했더니...중간에 전화 통 안 터져서....

겨우 겨우 밤 10시 반에나 도착한 M군 막차 시간에 쫓겨 15분 보고,

생협에서 배송받은 가루녹차 전해 주려 했더니 H양은 피곤해서 집에 가고,

겨우 동화면세점 앞에서 M선배 만나니 바로 일산 집으로 들어간다 해서 망연자실...

독립문에서 시청으로 온다던 H언니랑 HN양은 소식이 없고...

체력은 떨어지고 해서 M선배 들어가는 길에 같이 2호선 타고 귀가.

그 와중에 Y군은 통화나 간신히...

 

합정에서 내려 걸어오는 게 더 가깝긴 한데...

몇십 만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인적 없는 길 걸으면 갑자기 우울해질까 봐

일부러 홍대역에서 내려 큰길로 걸어왔다.

아.. 여긴 하나도 변함 없구나. 광화문이야 어쩌건 말건, 홍대는 홍대인기라.

 

망연자실, 뭔가 허탈한 마음에... 이미 새벽 1시임에도 괜히 오랜만에 프리챌 로긴했다가....

옛날 커뮤니티에 내가 올려놓은 러시아식 탱고 재발견.

한동안 탱고만 신나게 듣던 시절에 또 어디 어둠의 경로로 입수했나 보다.

뭐 어제도 포스팅 하나 할까 말까 하다가.... 그러다 밤새지 싶어서..

결국 오마이뉴스나 눈팅하다가 2시 반에 취침.

 

아침에 입도 깔깔한데 김치에, 김에 해서 밥 반 공기 밀어넣어 주시고...

몸도 별로고, 점심에 새로 산 노트북용 책상(원래 용도는 화장대)도 배송 온다 하고..

병원이나 가서 침이나 맞으며 한숨 자다가 집에 와서 책상 받고 점심 먹고

한시쯤에나 회사 갈까 하는 순간적인 유혹을 어케어케 잘 이겼다.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병원 갈 만큼 아픈 것도 아니고,

오전에 꼭 처리하기로 결심한 일도 있고 해서.

(사실은 신발 신고 회사로 걸어가면서도 합정역 쪽의 병원으로 몇 번이나 틀까 싶었다는)

 

그래도 거의 10시가 다 되어 출근해서, 어제 하다만 스캔해서

디자이너한테 표지 디자인하라고 보내고... 뭐 어쩌고 하다가...

분당 사는 S언니가 오백년 만에 홍대 쪽에 납시셨다지 않는가.

새로운 출판사에 번역 계약 하러 온다나 뭐라나...

언니가 결혼하고, 분당 살고, 딸 낳고...뭐 이러면서 전처럼 자주 연락은 못하지만..

나야, 언제나 그녀를 섬기던 처지. 군말없이 점심 먹기로 했다. ㅋㅋㅋ

 

늦게 출근한 주제에 12시 땡 치자마자...

저 점심 먹고 늦게 들어와요~. 하고는 집에 와서 책상 받고,

합정역으로 달려가 언니랑 차 마시고... 2시에나 귀사.

 

날이 더워서 좀 쳐지는 감도 있고, 그래도 쫓기면서 일하기는 싫어서...

느긋해지는 기분도 있지만... 하지만 집중은 또 제법 잘되고.

(촛불집회 나가기 시작한 이래로, 일은 더 재미있다.ㅎㅎ)

그래서 찬물, 더운물 섞어서 천천히 물 많이 마시고,

중간에 벅스로 자우림이랑 알렉스 신보도 들어주고... 뭐 그러고 있다.

그래 봐야... 다음주 책 나올 때까지는 꼼짝없이 야근 모드지만.

 

집에 와서... 어제 찾아놓은 힘 있는 노래 들으니까 제법 기운이 난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에너지가 되기를.

 

촛불은 뭐, 또 나가서 켜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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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1 23:29 2008/06/11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