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다.

2008/09/08 07:23 생활감상문

 

피에트 몬드리안, 붉은 나무, 1908

 

지난 주부터 몇 번이고 몇 가지 글을 썼다가 삭제했다. 어떤 때는 다 쓰지도 않고 졸음에 쫓겨 글쓰기 창을 닫고, 어떤 때는 비밀글로 썼다가 삭제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쓰다가 하루종일 글쓰기 창을 열어놓고 돌아다니다가 돌아와 창을 닫아버렸다.

 

누군가 여기 들어와 이 글들을 읽고 있어서, 때로는 그것이 위로가 되고, 현시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종이로 일기를 쓸 때처럼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쓰지는 못하는 것 같다. 확실히.

 

힘들고, 지치고, 허무하고, 화가 나고, 설레지 않아서 두렵다.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또 놓치고 지나가고는 다시 후회하게 되는 일들을 반복할까 봐 걱정이다. 지난 주에만 네 번. 한 달 사이 술 마신 날이 열 번 넘는다. 뭐, 꼭 내 자의로 술자리에 있지는 않았지만, 마신 날은 '잔만 받고 마시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 없이 편하게 마셨다. 오오~~ 이런 세계도 있었지. 참 손쉽고 간단하구나 하면서.

 

살면서 위로는 필요하다. 그 위로를 때로는 친구에게, 때로는 글로 표현하면서, 때로는 술에서, 때로는 영화나 TV에서, 잠에서, 때로는 요리나 요가 같은 명상에서, 맛있는 음식이 주는 쾌락에서 얻는다.

 

하지만 지금은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다. 전처럼 "일이 구원"이라거나 "자기충족적인 세계 구축"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충실히 하면서 버텨가는 그런 굳셈이 더 절실하다. 갑자기 존 버거 할아버지의 염소라도 되는 것 같네.

 

사실 하려던 말은.... 그래서 '당분간 신세타령은 그만해야지' 하는 차원에서 블로그 쉬어야겠다는 말이었다. 이조차도 에너지를 아껴야지만 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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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8 07:23 2008/09/0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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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방지 숙취해소법

2008/09/04 08:12 생활감상문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가 띵하고 속이 좀 미슥거릴 때,

즉 숙취가 조금 무거워 술병이 날락말락할 때....  

얼른 밥을 조금 먹는다. 약간 짭짤한 반찬과 함께.

밥을 물에 말아 장아찌와 먹을 수도 있고,

된장찌개나 다른 국물에 몇 숟갈 뜰 수도 있다.

누룽지나 찬밥을 끓여 먹을 수도 있지만...

이건 끓이는 동안 숙취가 술병으로 진화할 수 있으니까

직접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뭐가 좀 들어가면...

위가 그 아이들을 내려보내느라고 햐향 운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래서 상승하는 것들을 같이 내려보낼 수 있고...

찬 기운의 술이 들어가 굳혀 놓은 위장이 가벼운 운동으로 풀리면서[解腸]

머리가 띵한 것도 점차 가라앉는다.

 

이러다 점심때쯤 뜨거운 국물로 2차 해장 들어가주시면 오케이.

아침과 점심 중간에 생약 성분 소화제나 칡즙 등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주의

술을 적당히 먹었을 때만 통하는 방법이다.

너무 많이 마신 날은 마시는 동안이나 자는 동안

이미 술병이 났기 때문에 괜히 뭘 먹었다간 제대로 게워 내는 수가 생긴다.T T

 

 

뭐 그렇게 사는 게 힘들다고... 이러고 있는 건지.

일단 복잡하고 압박 오면, 잠을 안 자던지, 술을 먹던지, 땡땡이를 쳐놓고는...

몸은 망가뜨리고, 시간은 낭비해 버리고, 줍지도 못할 말들에 혼자 낯 뜨거워하다...

저질 체력에 초조한 마음에 부족한 시간에 쫓기고 후달리며 초를 쳐야 겨우겨우 앞으로 나가는 거...

이런 거 이젠 그만 하자고 몇 번이나 다짐하고서도...

나는 여전히 이러고 있다. 이러고 있다. 아아, 정말 지겹다. 나도 이런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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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4 08:12 2008/09/04 08:12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2008/08/30 08:16 생활감상문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일은 가려고 했는데...... 바쁜 일 다 보고서, 어쩌면 오늘 밤 영화 한 편도 보고서.  내일, 내일이나, 내일까진 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새벽에 돌아가셨다. 마침 요즘 들어 가장 늦게 잔 날, 그 시각쯤. 할머니가 위독하신 걸 들었으면서도 나는 새벽 다섯시 반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전화를 끄고 다시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따로 연락을 받은 동생 문자가 와 있다.

나는 땅에서 솟아나온 돌아이처럼, 천지상간 그리 태어난 아이처럼, 그리 살다가 결국엔 꼭 이런 소식을 듣는다. 삼촌이 돌아가셨을 때도, 이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고모부가 돌아가셨을 때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편안하니 사람 만나고, 술 마시고, 바깥일로 바쁘고 집에 연락 안 하고 그러고 돌아다니다가, 자다가, 술 마시다가, 밥을 먹다가 연락을 받는다. 

아니다. 이번엔 알고 있었다. 목요일부터 알고 있었다. 작년부터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내-일 가려 했다. 언제나 내-일. 이모가 돌아가실 때도 엄마는 내-일 가자고 하려 했단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나는 지-금 가지 않는다. '일'이 있는 것이다. 누구도 대치할 수 없는 '내 일이라고 주장한다. 지방에 사는 필자와 만나기 힘든 필자와 임신한 필자를, 개강 전에, 만나려고 몇 주나 애써서 잡은 약속인데, 담당자인 내가 빠질 수는 없지. 저녁에 가면 되겠지. 몸도 안 좋은데, 사흘이나 초상을 치를 수 있을까. 월요일 하루쯤은 휴가를 낼 수 있을까. 아니다. 월요일 오후에도 까다로운 필자와 예측 안 되는 디자이너와의 미팅이 있었지, 내가 자리를 비울 순 없지라고 생각해 낸다. 아, 그러면 발인도 못하고 회사에 잠깐 들러야 할까? 이러고 있다.

 

입고 갈 옷이 없다. 아니 한 벌쯤은 있다. 아는 사람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몇 시간쯤 들러서 조문할 때 입을 만한 옷. 날은 아직 여름인데,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입고 갈 옷이 없다. 여벌의 옷을 사야 할까? 아니면 상복을 입으라고 할까?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

빨래를 한다. 중성세제로 란제리 한 코스 돌리고, 이어 수건이랑 삶은 속옷 등을 빨아야지. 주말 내내 집에 없을 텐데... 다음주에 출근하려면 오늘은 빨래를 해야 해. 다 널어놔야지. 된장찌개 끓이려고 두부 사다 놓은지가 이틀인데... 상하면 안 돼. 된장찌개를 끓인다. 냉동실에서 밥을 꺼내 밥을 먹는다. 남은 찌개는 냉장고에 넣어놔야지.

 

이러고 있다. 이러고 있다. 이러고 있다. 이번에도 또 이러고 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우리 엄마는 이제 고아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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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0 08:16 2008/08/30 08:16

하고 싶은 요리

2008/08/28 00:25 생활감상문

두부 양배추 찜

버섯과 야채를 다져서 두부와 달걀에 버무려 만두속처럼 치댄 다음, 찐 양배추잎에 한입 크기로 돌돌 말아 토마스소스에 조린 음식. 서양식 양배추찜을 채식자를 위한 두부 요리로 변신시킨 요리.

 

녹차 모닝롤

지난 달에 두 번인가 구워서 나름 히트친 것에 고무받아 밀가루를 잔뜩 사들였는데, 뭔가 에너지 부족으로 적극적인 베이킹을 못하고 있다. 제빵기에 밀가루, 달걀, 우유, 유기농설탕, 구운소금, 이스트, 녹차가루를 넣고 반죽 코스 돌린 다음에 1차 발효시켜 꺼낸 다음 모양 만들어 2차 발효해서 구워 주면.... 냠냠... 

 

시나몬롤

<카모메식당> 이후 시나몬롤이 홈베이킹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되었다지? 나도 굽고 싶다.

 

땅콩 찹쌀떡

봄에 쌀빵 레시피 연구한다고 현미가루 5kg, 찹쌀현미가루 5kg 사들였는데... 제빵만으로는 소비 속도가 너무 느리다. 떡집에서 파는 검은콩찰떡 스타일로다 땅콩 넣고 쪄서 한번 돌릴까 보다.

 

꽁치 김치찌개

냉장고에 쉰김치가 많다. 김치찌개 끊여 먹으려고 꽁치캔 사온 지가 벌써 두 달인데, 못 끓이고 있다. 하기는... 꽁치김치찌개는 11월쯤이 최고지. 찬바람이 코끝을 쓰칠 땐.. 따스했던 삼*호빵만큼이나 소주에 꽁치찌개, 꽁치김치라면이 최고인기라....(라고 말하지만, 이건 학생 때 석유곤로에나 하던 짓. 켁)

 

그 밖에도 많다. 새로 산 요리책에서 새로 고른 요리법들.

그러나 요새 너무 기운이 없다. 에너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충실하게 써버려서 그렇다.

쓰고 충전하고, 또 쓰고 충전하고. 흐름은 좋은데, 요리할 기운이 없다. 아니 시간이 없는 건가?

그럼 전에는 무슨 기운과 시간으로 빵 굽고 반찬 만들어 도시락 싸가지고 다녔던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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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8 00:25 2008/08/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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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2008/08/26 00:08 베껴쓰기

사려 깊고phronimos 아름답고kalos 정직하게dikaios 살지 않고서 즐겁게 살 수는 없다.

반대로 즐겁게 살지 않으면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 수 없다.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기 위한 척도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즐겁게 살 수 없다.

_에피쿠로스, 『쾌락』 '중요한 가르침' 5절.

 

불과 2쪽 반 정도 읽었는데 잠자리에서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졸리다는 말이 아니라 긴장이 풀린다는 말이다.

잠깐 역자 후기를 읽으니 한국어판은 윤리학을 앞쪽에 배치했다 한다. 그래서인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도 밤에 읽기 좋은 책이었는데, 그런 느낌이다.

이런 책들의 특징은 외우고자 애쓰지 않는 이상은

책 내용은 머리에 하나도 안 남는데 마음이 맑아진다는 데 있다.

 

직접 읽은 건 아니지만, 조지 기싱이 인용하고 있는 호라티우스와도 맥이 닿는다.

 

혹은 건강에 좋은 숲 속을 말없이 거닐면서

착하고 슬기로운 자에게 걸맞은 것들을 명상하며.

_호라티우스, 『서한집』 1권 4장 4~5행(『기싱의 고백』에서 재인용)

 

세상에 욕망하는 것 하나 없이 그렇게 순하게 살겠다는 건 아니다. 그들 말고, 나 말이다.

그런데 요새는 가끔.... 웨일스의 황야나 스코틀랜드의 고원 같은 데 가서

두세 시간쯤 한없이 쏘다니고 싶을 때가 있다. 한국에서도 안 될 것은 없지만...

『기싱의 고백』 보면 한나절 동안 평원을 돌아다니며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돌아온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다.

뭐랄까... 19세기쯤으로 가서 차 없는 데서 그리 돌아다니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적으로 따져도 엔돌핀 분비가 어쩌고.... 대충 맞는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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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00:08 2008/08/26 00:08

하룻밤 자면서 생각해 보니.

2008/08/20 09:00 생활감상문

하룻밤 자면서 생각해 봤다. 자면서 하는 생각이 제일 복잡하지만 자고 나면 제일 단순해지니까. 꿈에서라도 계시가 내려질 줄 알고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더 침대에서 빈둥거려 봤지만 잠도 얕고, 꿈은 오지도 않더라.

 

그런데 상황이 나빠진 데 데해서... 이상하게도 속은 상하지만, 실망은 안 한다.

처음부터 큰 기대가 없었다 이건가?

 

근본적인 슬픔과 근본적인 기쁨이란 애시당초 불가해하며 또한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순례길을 떠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그 일이 내 삶에 확실한 대안을 주지도 않을 뿐더러, 내가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한은, 오랜 시간 준비해서 떠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랬다가는 하루하루 그 순간에 충실하겠다는 내 다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냥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거다. 슬픔이나 기쁨이라는 감정과 무관하게.

 

언제부터인가 삶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찌 할 줄 모르다가 어느 날 문득 실행"하는 방식이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게 적합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오래 생각하고 계획한 것일수록 꼭 틀어지더라고.

 

오래 계획한 일이 있고, 실행을 앞두고 결과에 대해서뿐 아니라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떨면서 (사실 별 일도 아닌데) 차일피일 미루고, 갑갑해하고... 그런데.... 역시 삶은 내 계획이랑은 상관이 없더라는 거. 별 일도 아니라 생각한 일이 상황 속에서 참 하기 난감하게 되어 버렸더라고.  '하필이면, 좀더 빨리도 아니고, 좀더 늦게도 아니고... 왜 지금일까. 젠장'이라고 생각을 해봤지만, 사실 나만 몰랐던 것이든, 내가 내 편의로 너무 낙관했던 것이든 이 상황이란 다만 처음부터 존재했던 거다. 이제 와서 딱히 나빠진 게 아니라. 

 

어쨌든 내가 개입해서 상황을 바꿀 여지도 없는 일인 데다가, 더 기다렸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적당한 타이밍을 다시 기다린다.... 뭐 이러는 게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될지 어쩔지도 불확실한 데다가 내 삶에서는 꽤 중요한 시점에서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는 게 더 싫다는 거... 뭐 그런 식으로 정리가 된 듯싶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려는 일을 바꿀 수는 없는 듯싶다. 결국 이건 계획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더라고. 그러니 크게 숨 한번 뱉고 또 들이쉬는 수밖에. 하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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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0 09:00 2008/08/20 09:00

내가 정말 바라는 변화

2008/08/19 01:09 생활감상문

주말에 즉흥으로 떠난 춘천 여행 즐거웠다고 갑자기 너무 즉흥 모드.

낮에는 멍하고, 밤에는 술 마시자고 낄낄거리며 친구 불러내고... 완전 일탈 추구 모드다.

이유는 현실 도피적인데, 이제 그만 정신 차려야겠다.

몸도 웬만한데 괜히 그런다.

 

갑자기 갈현동 집 작은 방이 생각난다. 깊이 잠들던 작은 방.

책상이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공부한 적 별로 없고,

옷장도 있었지만 패션쇼할 거울은 안방에 있었다.

오직 낮에는 책 읽고 밤에는 잠자기 위해서만 쓰이던 작고 아늑한 방.

그런 방에서 그런 잠을 매일 잘 수 있다면 이 모냥을 탈피할 수 있을까?

 

그 방에서 살던 때가 열 살 때인데, 그 방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퇴행이로구나.

왜 일케 변화를 두려워하는지.... 왜 또 딴짓인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장난 삼아 점성술 사이트에 정보를 등록한 나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메일을 보내는 미국의 점성술사 아줌마가 있다.

어제 아침에 온 메일로는... 어제부터 48시간이 중요하단다.

내 인생에 거대한 변화가 불어닥칠 거고, 잘못 넘기면 위험하다나?

이 아줌마가 그동안 꾸준히 보낸 편지가... 굿을 해서...

엄청난 행운을 가지고 태어난 내가 뭔가 어릴 적의 트라우마를 버리고

내 운대로 살게 해주겠다는 거다... 그래서 굿을 하도록 나한테 승인을 하라는 거다.

재미 삼아 할까 하다가.... 그냥 내비두었다.

 

거대한 변화, 큰돈, 위대한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내게 주어진 현실을 담담하게, 직시하면서, 뭐라도 하나하나 해가면서

살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 내게 일어나는 변화가 그런 변화라면 좋겠다.

그러면 나머지는 내가 어케든 해볼 텐데. 정말 그럴 텐데. 그러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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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9 01:09 2008/08/19 01:09

올림픽 효과: 춘천행 기차의 맛을 알다

2008/08/17 20:05 생활감상문

올림픽 효과로다 1박 2일 춘천 여행을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여행을 했다기보다는 춘천에 사는 M언니에게 놀러 간 셈이지만.

 

요사이 3/4분기 일드 보고 싶은 것도 없고, 또 어찌어찌 해서 한국 드라마들 보고 있었는데...

올림픽으로 인한 계속된 결방으로,,, 스트레스 받다가...

(정확하게 말하면 드라마 결방으로 스트레스 받았다기보다는

뜻하지 않은 철야근무로 인한 스트레스... 외출로 풀고 싶었는데,

골골해서 한의원 갔더니 휴가 가버리고...

짝꿍 H양은 혼자 여행 가버리고, 되는 일 없다며 후배 HN양에게 전화했더니

일욜에 간만에 다른 후배들과 함께 보기로 했는데...약속 미뤄졌다 하고...

그 밖에 한두 명 접촉 시도한 친구들은 연락 안 되고...

하루 종일 잠이나 자려 했더니 그것도 3시간 자고는 잠 안 오고)

그 상황에 드라마마저 안 하더라...는 스트레스다.)
3년 만에 춘천으로 놀러갔다.

 

몸이 안 좋으니까 찜질방과 지압 생각이 났는데,

찜질방 하면 곧장 떠오르는 사람이 (한동안 찜질방 마니아였던) M언니....

그런데 불현듯 생각해 보니 한 달간 필리핀 여행 갔던 언니가 광복절에 돌아온다는 예정.

그래서 잘 갔다 오셨냐 안부 전화해서... 되는 일이 없다 했더니... 할 일 없으면 춘천 놀러오란다.

(본인도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이라 피곤한 데다

여행 때 노트북 망가져서 밀린 원고 때문에 데따 바쁘신데...

욕구불만 후배 불러주시다닛... 감사할 따름이지.)

M언니가 매번 놀러오라고 했는데, 바쁘기도 하고,

또 지난 번에 갔을 때 돌아오는 길에 길 막혀서 고생도 하고,

늦게 왔다가 오후에 있던 약속 심하게 늦어서 기다리던 사람들한테 욕먹은 기억도 나고...

교통사고 이후엔 장거리 여행 피하게 된 것도 있고, 그래서 늘 쭈볏쭈볏 안 가게 되었는데....

그냥 이럴 때 한번 가야겠다 싶어서 곧장 기차표 끊어서 청량리역으로 갔다.

(하지만 정말 드라마만 했어도... 귀찮아서 안 갔을 터이다)

 

심야영화로 (서울에선 별로 볼 생각 없던) <월E> 나름 재미있게 보고,

언니의 새집 구경도 하고(집안에 암벽등반용 암장 설치해 놓은 거 보고 감탄),

새벽까지 와인 마시며 언니 필리핀 여행한 이야기도 듣고,

뭔가 예민해진 신경 풀리면서 잠도 푹 잘 자고...

 

아침엔 좋아하는 휴가 메뉴인

커피에, 토스트, 크림치즈와 완전 맛있는 복숭아 먹어주시고...

날은 맑고, 산은 이쁘고, 높은 건물도 별로 없는 춘천 시내에 드라이브하여

도립화목원 가서 소소하니 나무 구경도 하고...

(서울에도 도심 평지에 이렇게 작은 수목원이나 동물원 있으면 좋겠다)

가끔 생각나던 T막국수 집 가서 빈대떡이랑 막국수도 먹어주고...

간만에 장거리 기차 여행 하는 덕분에 오며가며 진도 안 나가던 책도 꽤 많이 읽어 주고...

제법 뿌듯하다.

 

이참에... 춘천 여행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을 모두 씻어 버리고...

종종 바람 쐬러 싶은 장소가 하나 더 늘어나서 기쁘다.

 

 

 

아아~ 그러나 올림픽 빨리 끝나면 좋겠다. 4년마다 스트레스 너무 심하다.

야구나 축구처럼 세계대회 있는 종목 없애고...

고대 올림픽에 있던 종목만 하던지 해서....

1주일만 했으면 좋겠다. 차마 없애라곤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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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7 20:05 2008/08/17 20:05

두서라곤 없는 여름밤의 일기

2008/08/13 00:14 생활감상문

날이 더워 통 음식 만들기를 못하고 있다. 주말에 야채카레 한 냄비 만들어 먹은 게 전부. 더위에 다들 얼굴이 까칠하다. 채식자들과 뭐 맛난 거라도 만들어 보신을 하고 싶어도 사무실에서건, 집에서건, 매일매일 해결해 갈 일이나 읽어 치우다시피 해야 할 책이 너무 많다.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읽어야지 하고 침대 맡에 쌓인 책이 드디어 열 권을 넘었는데... 오늘 아침에 또 몇 권을 주문해 오후에 사무실로 배달 받았다.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소유하려고 책을 사는 것은 아닌데, 사기 전에는 읽고 싶은데... 사서 일단 방에 들어오면... 늘 밀린 책들 사이에서 안 읽게 되는 게 문제인가. 그렇다고 해서 이 여름에 빨래나 청소를 등한시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 열심히 치우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쾌적함을 누릴 수 있도록 이 공간을 돌보는 일이 나를 돌보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 나를 돌볼 능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언제든 기분 좋게 가까운 이들과 함께할 만한 공간을 마련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친구들 불러서 맛있는 거 해먹은 게 언제더라?). 머리를 쓰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두기 시작하면, 대충 사는 거 순식간이다. 아직도 무덥고 몸도 지치기는 하지만, 아침저녁의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살갗을 태우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어제는 야근까지 하며 여러 통의 메일과 엽서를 썼는데, 아직도 보낼 데가 여러 곳 남았다. 소식 전하지 못해서, 보고 싶어서, 앞에 두고 말하기가 그래서, 기록을 남겨야 해서.... 어째 원고 보려고 출판사 다니는 게 아니라 편지 쓰러 다니는 듯싶다(뭐 편지 쓰기야 대학 내내 좋아하던 일이라 괴롭지는 않다만...). 하이데거 예술철학 원고를 보다가 블랑쇼 선집 역자 모임 약속을 잡다가 도시디자인 디자이너랑 전화를 하다가... 거 참 바쁘다. 눈으로, 머리로만 읽고 쓰다가는 또 다 휘발되고 까먹지 싶어서... 노트를 꺼내놓고 메모를 하기도 하고, 집에 와서도... 책 읽다 졸리니... 예전 현상학 노트 꺼내놓고 괜히 타이핑하고 있다. 전부터 하고 싶어하긴 했지만, 결국 할 수 있으려나? 책도 찾아서 번역도 해서 끼워 넣어야 하는데. K스승님도 작년에 노트 보시더니 좋아하시면서, 나중에 책 쓰신다며 복사해 가셨는데... 쓰시려나? 그때는 뭐가 뭔지 정말 몰랐는데.. 편집자의 눈으로 노트를 보니까, 선생님 강의 자체가 이미 꼼꼼한 각주로 채워진 책과 같구나. C사장님 말대로 울 선생님 진짜 천재인가 보다. 스승님한테 배운 대로 일상을 열심히 챙기다 보니... 기력이 부족한 이 제자는 자러 갑니다. 선생님... 전화 드린 대로... 좀 서늘해지면.. 개강하고 뵈어요. 그때까지 어케든 조금쯤은 더 똑똑해져서 찾아 뵙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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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3 00:14 2008/08/13 00:14

이동식 카트 주택

2008/08/11 16:18 베껴쓰기

적린님의 [아마미야 카린] 에 등장하는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디자인 기사가 나왔길래 퍼오는 김에 트랙백도 걸어본다. 

“잠도 자고 휴식도 취해요”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이동식 카트 주택'

기사입력 2008-08-11 10:42



주위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으며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고, 비도 피할 수 있으며 물건을 옮기는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한 '이동식 카트 주택'이 모습이다.

최근 해외 디자인 관련 매체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화제를 낳고 있는 이 제품은 디자이너 배리 쉬한과 그레고르 팀린이 함께 만든 것으로 이름은 '쉘터 카트'.

쉬한과 팀린은 집이 없는 노숙자 및 폐품을 수집해 살아가는 도시 빈민을 위해 달려 쉘터 카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개폐식 지붕이 있어 비를 피할 수 있고, 4개의 바퀴가 달려 있어 이동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 또 이동식 주택을 운송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빈민들의 생계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부자들을 위한 최첨단 자동차 등 럭셔리 제품 개발의 홍수 속에서, 소수자를 위한 특별한 발명품을 만든 디자이너들의 정신 및 상상력이 놀랍다는 것이 대다수 네티즌들의 반응.

(사진 : 노숙자 등 도시 빈민을 위해 만들어진 이동식 카트 주택)

팝뉴스 정진수 기자

 

적린 님도 번역자로 참여한 <부커진 R> 1.5에는 일본 시즈오카 대학 사사누마 히로시 교수가 쓴 '홈리스, 또는 세계의 상실'이라는 글이 있다. 오사카지방재판소의 판결을 예로 들어 '주거'에 대한 철학적 모색을 시도한 글인데,  그 판결은 오사카 시내의 한 공원에 노숙하는 홈리스 남성이 4년간 거주해 온 공원의 천막을 '주소'로 인정했다는 것이었다. 사사누마 교수는 "그 남성이 공원에 대한 점용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재판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헤~ 하고 입 벌린 채 편안하게 책이나 TV를 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은 노숙자에게도 필요하다. 누군가가 될 필요도 없이, 그저 자기 자신이면 충분한 최소한의 공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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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1 16:18 2008/08/11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