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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8/23
    나의 오른쪽 엄지발가락(3)
    포카혼타스
  2. 2009/08/07
    MOM SONG(2)
    포카혼타스
  3. 2009/08/07
    2009/08/07
    포카혼타스
  4. 2009/08/05
    나도 오늘 출근했다.
    포카혼타스
  5. 2009/08/04
    무의식적 쥐 살해
    포카혼타스
  6. 2009/08/02
    불안
    포카혼타스

나의 오른쪽 엄지발가락

아......퍼..................... ㅜ.ㅜ

 

온 신경이 거기 가있다.

뻘겋다가 이제 약간 푸르러지기 시작했다.

 

원래 지리산 여행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욱신욱신 박동하는 발가락과

그걸 달고 계속 걸어다니며 해치워야하는 산더미같은 일에 시달려

이말밖에 못쓰고 있다. ㅡㅜ

에이 까먹기 전에 써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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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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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7

<나의 스펙 for my future mates>-------------------------------------------------------------------------------

나는 음식 만들어 먹고 남 먹이는 걸 좋아한다.

설겆이는 무진장 싫어한다.

빨래랑 청소같이 하고 나면 땀나는 집안일은 걍 할만하다.

애 키우는 일 중에 가르치기, 같이 책읽기, 대화하기, 안아주기 같은건 잘 할 것 같다.

근데 '놀아주기' 는 자신 없다.

고지서, 세금 챙기는거 진짜 자신없다. 대체로 6개월치 모아서 연체수수료랑 같이 낸다.

전구갈기 못박기 고장난거 뜯어보기(고치기라고는 안했다) 그러다 안되면 도움청하기- 잘하는 편이다.

애완동물한테는 좀 쌀쌀맞고 권위적이다.

내 영역 침범당하는거 별로 안좋아한다.

장보기- 완소!

돈 모으기-별로 관심 없다.

돈벌기-그냥 벌리면 벌리는가보다 한(하는 것 같)다. 안벌리면 배고플 때까지 대책없이 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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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들이 있다.

그중 한녀석의 어머니께서 '니 친구들은 결혼하고 그러는데 넌 남친도 없냐' 고 구박을 했더니

친구가 '나는 OO이랑(나) OOO이만 결혼 안하면 상관 없어.' 라고했다고,

그녀의 어머니가 우리 엄마한테 얘기해줬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예전에 우리가 모여서 '우리끼리 같이 사는' 얘기를 했던 것이 떠오르더니

그게 공상의 꼬리를 문다.

내가 음식만드는 걸 신기하게 생각하는 우리 친구들. 그치만 얘들이 설겆이는 잘한다.

이만한 궁합이면 맨날 전자렌지에 레또르트 식품 데워먹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미래의 동거인들과 내 스펙이 보완관계에 있다면 자아실현에도 도움이 될 듯.. ㅋ

각자 하고싶은 일 하고, 어쩌다 한녀석이 돈버는게 너무 뭐 같아서 '나 때려 치겠어!!' 하면

그날 밤에 거실에 모여서 맥주파티 열어서 백수 된 것을 축하해주고,

얘는 밀린 잠도 자고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심심하면 우리의 공동 생활 구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거나 (이거 사실 내가 하고싶은 역할 ㅋ)

아니면 우리를 버려둔 채 여행질이나 연애질을 하거나

뭐 그러겠지.

만일 우리 모두 다 '때려치겠어!'를 선언해버리면 그 때는 모여서 회의해야겠지

다같이 뭔가 해봐도 되고, 각자 파트타임 알바를 뛰어도 되고.

혹시 누가 애가 생기면 같이 키우면 재밌을 것 같다.

ㅎㅎㅎ 엄마가 세명...

애들이 많이 생기면... 그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다.

ㅎㅎㅎ 애가 열명....

 

옹.. 밥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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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늘 출근했다.

요꼬님의 [죽이지말아라 이 사람도 아닌것들아~] 에 관련된 글.

 

나도 출근했다.

오늘 아침 새벽같이 출근해서 병원 건물들을 아래위로 날라다녔다.

간간히 평택과 평택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됐지만,

주로 머리속에는 분 단위로 쪼개서 해야하는 병원일들이 들어 차 있었다.

 

그러다가 드레싱 어시스트를 하고 있는데,

병동에 있는 티비에서 흥분한 리포터의 목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쌍용차 건물 옥상에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방망이로 패고 있고, 컨테이너가 착륙하려는 걸 저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화면은 전쟁영화나, 게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리포터는 신이 난 음성이다.

무슨 격투기 생중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아... 어떡해......' 소리가 나왔다가

드레싱하던 선생님이 쳐다봐서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나서 좀 있다가는 또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일이 막 끝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데 문자가 왔다. 노조원 두명이 추락했다.

울컥 눈물이 나서 서둘러 사람이 잘 안다니는 계단으로 갔다.

그리고 이어서 온 문자. 같이 그곳에 가셨던 분들 중 막내가 화장실로 피신했는데 용역들이 거기까지 따라들어갔고 애는 안에 갇혀있다.

뭘 해야할지 몰라서, 전화를 걸어야겠다 싶은데, 누구한테 걸어야 하는지 생각이 안나서 한참을 전화기 잡고 서있다가, 갇혔다는 친구한테 걸었다. 이 친구는 잠시 후 일행과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잠시 여유가 생겨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 시간에 나는 여기서 이러고 있다.

 

요즘 자꾸 드는 생각이,

이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살고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곳은,

정신병원 뿐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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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쥐 살해

내 머릿속을 열심히 파헤쳐 보아도 무의식의 관여 정도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이를테면 어제 있었던 쥐 살해 사건.

 

요즘 성형외과에서 하는 쥐실험이 있는데, 그 일의 반은 사실 인턴인 내 몫이다. 이번 실험은 쥐의 피부를... 흠.. 자세한 내용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까 생략하고... 아무튼, 쥐를 마취시킬 때 잡아서 배가 드러나도록 뒤집는 것이 내 임무였다. 한살정도 된 꽤 커다란 놈들이라 잡는게 쉽지 않았는데, 내 손길이 서툶을 감지했는지 한 놈이 유독 반항이 심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목장갑과 surgical glove를 뚫고 내 손가락을 물어 피를 내고 말았다.

 어쨌든 재시도를 해서 녀석을 마취시키기는 했는데, (손가락에 피난다고 '좀 쉬어라' 나, '얘는 내가 잡을게 넌 딴거해' 따위는 없다. 왜냐하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은?, 답: 인턴을 시킨다, 이기 때문이다.) 이녀석이 성깔있는 놈이라 그런지 마취도 완벽하게 안되어 계속 움직인다. 그래서 선생님이 처치를 하는 동안 잡아 달라고 했는데, 녀석이 누를수록 바둥거린다. 나는 선생님이 실수하지 않도록 녀석의 뒷덜미를 더욱 세게 눌렀다.

 곧 녀석이 조용해졌다. 그런데 호흡도 없다.

 내가 얘를 목졸라 죽인 것이다...

 선생님은 그냥 웃으며, 실험할 거 하나 줄어서 잘됐다고 농담을 하시는데, 나는 죄책감에 떨며 (우습게도) 녀석을 supine으로 눕혀놓고 손가락 하나로 심장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차마 mouth to 'mouse'는 못했지만...;;  선생님이 울상이 된 나를 보고 웃으면서 됐다고 하며 쥐를 빼앗아 봉지에 넣고 묶어서 냉동실에 넣으셨다. ㅠ.ㅠ

 그 후로도 쥐 스무마리를 더 마취시키고 털깎고 드레싱 했으니 한참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나중에 몹시 찜찜한 이 기분의 정체를 따져보니 아까 그 쥐인거다. 그냥 내 손으로 한마리 죽였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따지고보면 그녀석들의 운명은 실험 후 폐기되는 걸로 다 정해져있는 셈이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가장 치열하게 저항한 그 쥐가, 마치 지난 7/29 닭장차로 끌려가던 나같이 느껴져서였다. 다른 쥐들보다 더 격렬하게 저항하는 그 쥐한테, 내가 했던 생각은 '어쭈 이놈봐라? 유별나게 사납네?' '감히 나를 물다니 괘씸한 놈!' 등이었다. 그리고 마취약을 맞고도 계속 꿈틀대는 놈을 제압하기 위해 조금 지나치게 세게 누른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날 나도 그랬다. 월요일날 출근해야된다는 강력한 모티브가 작용해서도 그랬지만, 대체로는 '원래 애가 그렇게 생겨먹은' 까닭에 끌고 가려는 경찰들을 있는대로 애먹이고, 버티고, 심지어 버스 안으로 들어가느니 버스 밑으로 들어가려고까지 했던거다. 그런 나를 제압하기 위해 그 경찰은 나를 '지나치게' 세게 누르고 구타도 좀 곁들인 거다. 그들이 돌아가며 내뱉던 말은, '이렇게 끝까지 반항하는 사람 첨 봤네. 도대체 왜그러냐? 그래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갈거 조용히 가라' 였다. 아무 생각 없는 넘들.

 그래. 뭐 나는 사람이고 얘는 쥐니까 그날 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한거고, 어제 나는 있을 수 있는 일을 한거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당하고 있다고 느꼈을거다. 그래서 반항한거고, 그래서 나한테 눌려 죽은거다.

 나는 쥐의 생명이 사람 것 만큼 소중하다고 믿고 있지도 않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 내가 불편한 것은 쥐를 제압하며 내가 생각 없이 가졌던 생각들과, 쥐의 목덜미를 누르면서 속으로 웅얼댄 'You earned this!' 라는 논리가, 그날 나를 밟던 경찰의 생각과 1c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라는 사실이다. 정말 내 무의식적인 복수심이 감히 나를 문 그 쥐를 죽도록 세게 누르게 한건지, 정신분석을 하기 전엔 진실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누르던 손을 떼고 보니, 도처에 널려있는 폭력이 내 손끝에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 그러고 보니 그날 내가 경찰한테 딱 쥐 취급 당한거라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이 나오는군...

* 그나저나, 무의식적으로 죽이고 싶은 쥐는 따로 있는데 말이지. 떡은 언제 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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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오늘 아침, 드레싱 하러 가다가 병원 로비에 있는 커다란 TV에서

쌍용차 협상 결렬됐다는 얘기가 속보로 나오고 있는 걸 보고,

의자에 앉아서 보고있는 환자, 보호자들 뒤로 쪼르르 가서 섰다.

'협상 결렬' 빼고는 다 하나마나한 얘기였다. 얼른 발걸음을 돌려 드레싱 하러 가던 길을 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불안하다.

문자 오면 깜짝 놀란다.

내가 이런다고 뭐 디테일 하나 변하겠는가만은,

어쩔수없다.

리타가 해준 말마따나, 우리는 섬이 아니라 모두 바다밑에선 연결되어있어서,

저쪽 어느 섬 하나가 통째로 해일에 잡아먹히게 생겼는데, 내 몸의 일부가 불에 탈지도 모르는데

무덤덤하게 별일 있으랴, 하고 있을 배짱이 없는건가보다.

agitation이 심해지면 커피가 먹고싶은데 커피를 먹었더니 더 심해진다.

자꾸만 신물이 올라온다.

 

 

 

 

그렇지만....

그래서 어쩌라구......

 

 

 

'사측 노동자' 가 도장공장에서 나온 파업투쟁중인 옛 동료에게 담배 피우라고 건네는 모습이란다.

이걸 '기삿거리'라 판단하고 포착한 카메라기자나, 이런 사소한 얘기가 기삿거리가 되는 무거(서)운 배경, 그걸 보고 가슴 찡은 커녕 짜증이 나는 나나,  다 무진장 재수없다.

 

 

이젠 전기를 끊었단다.

밥 끊고,

물 끊고,

의약품, 의료진도 끊고,

전기마저 끊어버렸다.

 

근데 나는 어떻게 저 굶주림과 갈증과 고통과 더위와 어둠을 바라만보고 있는걸까...

 

뭘 해야할 지 몰라서, 

지금 하고 있는 게 충분해서,

아니면,

저 모습을 보고 앞으로 올 것을 예상하는 일이 충분히 괴롭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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