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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과 민족주의

지역 시민단체들과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감시단' 발족을 위한 예비모임을 가졌다. 우리는 반  FTA 운동을 지역에서 조직하고 연대한다는 뜻에서 참여를 결의했고 예닐곱개 쯤 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지역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두차례의 예비 모임이 진행되었고 우리는 3차 회의에 처음 이들과 결합하게 되었다. 3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가 정말 짜증스럽다. 두시간 정도를 이름을 결정하는데 허비했다. 광우병 위험이 유독 미국산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굳이 미국산쇠고기 감시단이라 해야하는가가 첫번째 주장이었고,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에서 유일하게 쇠고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미국이므로 표기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다. 이 논쟁은 급기야 약간의 보수성향을 가진 단체에서 민족주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난상토론 형태로 회의가 어수선해져 버렸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반미'로 비춰질 수 있고 자칫 운동의 전체적인 흐름이 '민족주의'로 치우칠 위험이 있으므로 '우리 축산물 지킴이'운동으로 명칭을 수정하자는 내용이었다. 이쯤에서 나는 이 연대조직에 참여하게 된 것을 급격하게 후회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누르면서 짜증섞인 의견을 내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광우병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내고 광우병 위험이 있는 뼛조각이 섞인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는 현실을 막아보자는 것이 운동의 취지인 만큼 명확한 이름이 좋지 않겠는가, 이 운동을 민족주의 운동으로 가져가든 아니든 그것은 참여 단체 각자가 알아서 해라. 반 FTA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마저 없다면 연대가 무슨 의미있겠는가, 반  FTA를 민족주의 운동으로 연결하든, 우리농산물 살리기 운동으로 가져가든, 지역의 실업문제로 가져가든, 환경문제로 가져가든 그것은 각자의 몫으로 하자  등등의 유치한 논의들이 더 진행되고 나서야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FTA에 맞선 전선은 꼭 '민족주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한데 날을 세우면 세울수록 과격한 민족주의자로 취급받는 지역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다음 회의에서는 '난 주사파도 아니고 민족주의자도 아닙니다.'를 먼저 밝히고 의견을 얘기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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