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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

언제부터인가 명절이 즐겁지 않다. 흔히 주부들이 명절을 앞두고 몸살이 나는 것처럼..

명절이 다가오면 왠지 우울해진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별 애정이 없는 가족들과 모여서 가부장제의 폐악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 철이들고 부터는 체질에 영 맞지 않아진게 제일 큰 이유인것 같다. 우리 집안의 며느리들(아내를 포함해서..)은 모두 지랄같은 가부장제의 희생양들이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 적당히 젖어서 방관한 우리 사촌형제들과 나는 모두 가해자이며, 공범이다. 어느순간 내가 형수님들과 아내에게 명절에 행하고 있는 짓들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부터는 북적거리면서 모여서 음식을 나눠먹고 하는 일들이 다 싫어졌다.

 

분담을 해야 한다. 모여서 쓸데없이 뒹굴고 기껏 고스톱이나 치고 이런 짓말고..

같이 먹고, 즐기기 위함인데 노동을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 행복한 명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거의 백년이 가깝게 남자가 부엌드나드는 꼴을 고추떨어진다고 쌍스럽게 생각해온 우리 집안의 어른들은 이런 논리에 이빨도 안들어가니.. 적당히 눈치껏 죽어지내다 오는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나이가 삼촌뻘인 큰 형님 부터 시작해서 형제들은 모두 암묵적으로 이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형제들만 모이는 모임에서는 형수님들이 절대 음식 준비하지 않도록 무조건 외식하는 풍토이다. 그러고보면 어른들이 빨리 가셔야 이 불공평하면서 살인적인 명절의 가사노동이 끝날지 모르겠다.

 

나는 전투적인 패미니스트도 아니고, philogyny(여성 숭배주의)도 아니다.

그냥 모든 사람이 땀흘린 만큼 행복한 평등사회가 합리적이다는 생각이다.

 

명절의 가사노동이 행복하지 않은 이 땅의 여성들의 해방을 위해, 노동을 분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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