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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쉬면서 나만을 생각해 보자고.

13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0/26
    예의 없는 것들(4)
    말걸기
  2. 2007/10/06
    행인의 굴욕(6)
    말걸기
  3. 2007/09/30
    명절이 싫어!(4)
    말걸기
  4. 2007/09/05
    심란하구먼(4)
    말걸기
  5. 2007/09/01
    자정거 벙개, 방전되다.(10)
    말걸기
  6. 2007/08/31
    [수정] 자정거 벙개 (혼자서도 간다!)(11)
    말걸기
  7. 2007/08/26
    열심히 일하다(2)
    말걸기
  8. 2007/08/22
    이게 낫겠다
    말걸기
  9. 2007/08/18
    '겔뱅 부부'의 나들이(4)
    말걸기
  10. 2007/08/16
    두 가지 깨달은 바
    말걸기

예의 없는 것들

 

말걸기야 원래 예의 없는 놈이긴 하나,

예의 없는 인간들 보면 확 짜증이 밀려 온다.

 

 

집에 혼자 앉아 있으면 가끔씩 초인종이 울린다.

택배 배달 같은 거야 기다리고 있으니 '왔구나' 싶어 반갑지만

'도대체 무슨 일?'하며 화들짝 놀라게 하는 초인종 소리는 딱 두 가지다.

 

통장이나 반장이 아파트 일 때문에 찾거나 낯선이가 선교 목적으로 방문한 것이다.

통장이나 반장은 반가울 것 없지만 그래도 나름 사정이 있는지라 귀찮지도 않다.

그냥 덤덤한, 건조한 대면으로 끝.

 

선교 목적의 방문은 그 자체로 '사람 귀찮게 하네'이다.

전혀 관심도 없고 상관도 없는 이유로 하고 있던 일을 멈추어야 한다는 건 살짝 짜증이 난다.

그런데 선교하는 사람들도 다 같지는 않다.

상대를 귀찮게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초인종 소리에 인터폰 들고 '누구세요?'라고 물으면

'어디에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예의 있는 사람이다.

그 말 한 마디로 선교하러 왔다는 걸 알 수 있고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걸 곧바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반면 어떻게 말 좀 붙여보려고 횡설수설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조금 전에도 어떤 아줌마가 초인종을 눌렀길래 '누구세요?'라고 물어 봤더니

문부터 열고 대화나 해 보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세상의 어두운 소식만 들리고 어쩌고 횡설수설 한다.

말을 끊어서 왜 왔냐고 하니까 그제서야 교회 어쩌구 한다.

 

이런 사람들은 예의가 반푼 어치의 절반도 없는 사람들이다.

남의 집을 찾아 왔으면 자기가 누군지 왜 왔는지부터 밝히는 게 예의다.

그저 자기네 신 믿으라고 꼬셔댈 말들이나 지껄이는 아주 이기적인 인간들이다.

 

말걸기가 행여 신앙으로 돌아갈 일 있어도 저 따위 것들이랑은 상종을 안 할 테다.

싸가지 밥 말아먹은 것들!

 

 

행인의 굴욕

 

행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빌리아드 에버리지'가 200인데 '문래동 짠다마'이다.

 

지난 금요일 시내서 볼 일 좀 보고 행인의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행인은 말걸기가 손님이랍시고 저녁을 사주더니 소화를 위해서 당구장엘 데려갔다.

 

말걸기로 말할 것 같으면 17년 동안 '빌리아드 에버리지'가 50밖에 오르지 못한 '물 80'이다.

 

말걸기의 마지막 쿠션은 쫑나서 들어갔다.

행인이 당구비 물렸다. ㅋㅋ.

 

 

***

 

 

이 날 행인이 괴로워 했던 일은 따로 있다.

말걸기 말 안 듣더니 혼쭐 났다.

아직도 혼나고 있으려나?

 

주말에 잘 해야 할 터인데 어쩌고 있을까.

그래야 연애 자랑 더 하지.

당고님 쫓아 '염장질' 어쩌구 하더니 샘통이닷. ㅋㅋ.

 

 

명절이 싫어!

 

너나나나님의 [추석 때 일하기] 에 관련된 글.

 

 

말걸기는 명절이 싫다. 이번 명절은 진짜 싫었다.

 

 

명절에는 파란꼬리 부모님댁에도 가야 하고 말걸기 부모님댁에도 가야 하는 게 싫다. 연휴의 여유. 여유라기보다는 그 방만함을 맘껏 누릴 기회가 없어지니 아쉬움이 크다. 그도 그렇지만 '어른들' 앞에서 명절다운 '예'를 지키는 게 못마땅하다.

 

사실은 파란꼬리네도 그렇고 말걸기네도 그렇고, 명절이라고 제사 지내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는 이보다 자유로운 명절을 보내는 가족들을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을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 먹어야 할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 관계에 따른 '역할'이 주어진다. 이런 역할 가지고 티격태격 하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명절이기도 하다.

 

 

지난 추석 연휴. 이번의 그 기나긴 연휴는 여느 명절과는 달랐다. 우선 파란꼬리 부모님께서 말걸기네로 올라오셨다. 이사 후 집구경도 못하셨다면서 일요일에 올라오셨다. 말걸기가 먼 길을 가야 하지 않아서 감사했고, 또 맘 편한 집구석에서 지낼 수 있어 감사했다. 그렇지만 식사 준비는 호스트네가 해야 한다는 거...

 

게다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파란꼬리 작은아버지네 식구들도 함께 왔다. 전날까지 언제 온다, 누가 온다는 말도 없이 당일 오후에 전화 한 통 날리며 방문이라니. 이것 참. 4인분 식사가 7인분으로 늘어야 했다.

 

말걸기는 계획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지는 게 싫다. '처가네 식구'들이라 크게 짜증도 못내고 있었는데 여기에다가 다른 사소한 일들까지 겹쳐 그날은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말걸기는 기분이 얼굴에 나 드러나는 성격이라 파란꼬리는 심통난 말걸기 눈치 보고 지냈단다. 큰 일에는 별로 맘 상하지도 않으면서 작은 일에만 예민한 말걸기.

 

그래도 그날 방문한 파란꼬리 사촌들과 놀다 보니 마음은 조금 풀어졌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파란꼬리 부모님께 대접한답시고 말걸기가 미역국을 끓였는데 평소보다 맛이 없었다. 이게 왜 말걸기를 화나게 했는지 모르겠다. 혼자서 신경질 팍팍 내고. 명절날 맛 없는 걸 먹게 되어서이거나 아님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파란꼬리 부모님은 맛없는 미역국을 드시고선 조금 있다가 고향인 부여로 내려가셨다. 그날 말걸기와 파란꼬리는 말걸기 부모님댁에 가려고 했다. 말걸기 엄니가 부탁한 일이 있어서 이걸 끝내고 개봉동으로 가야했다. 이 일이라는 게 30분이면 끝나야 하는데 반나절 넘게 붙잡게 되었다. 하여튼 물건은 좋은 거 써야 한다니까.

 

늦게라도 가야 추석 당일 날 말걸기 엄니가 음식 준비하는 걸 아침부터 도울 수 있으니 밤 10시가 다 되었지만 집을 나섰다. 그런데 왠 걸. 버스 막차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끊겼다. 이눔의 고양시 버스! 다시 집을 빽.

 

 

추석날 개봉동에 도착했을 때 말걸기 엄니는 명절 음식 재료를 준비해 두었다. 혼자 일도 많이 하셨군. 어쨌든 이번 명절 부침개는 말걸기가 다 부쳤다. 튀김까지 해부렸네.

 

추석날 점심. 저녁. 다음날 아점까지 만들고 차리는 일과 설거지. 심지어 과일 깎는 것까지 99%의 일을 말걸기, 말걸기 엄니, 파란꼬리가 다 했다. 아홉이 모여서 셋만 일하니 확실히 불공평하긴 하다. 근데 이러는 것도 다 핑계가 있다.

 

말걸기 아버지는 당연히 일은 안 한다. 이거야 설명이 필요 없고. 누나는, 자기 말로는 시댁에서 일을 많이 하고 와서 허리가 아프단다. 어째 명절마다 똑같냐. 자형은 이 집 사위인데 사위가 나서서 집안일 하기 참 멋적은 데가 있다. 이건 말걸기도 좀 안다. 그래서 자형은 상 펴고 닦고, 불판이 필요하면 가스렌지 꺼내고 등등을 한다. 조카는 초딩 2년인데 딱히 일 시키기에도 적당치 못한 나이다. 가끔 상 닦으라는 정도.

 

문제는 말걸기 형네다. 형수는 한 달 후면 해산한다. 배가 산만큼 나왔는데 일 안 한다고 갈구기도 좀 그렇다. 그래도 하는 척은 하는데 이걸 보면 말걸기 엄니는 일하지 말라고 말리신다. 그럼 형수는 바로 제자리. 아무리 그래도 자리에 앉아서 과일도 못 깎나? 게다가 형은? 집에서는 손 하나 까딱 않는 스타일인데 이번 명절에는 깜짝 놀랄 일까지 목격했다. 추석날 저녁에 비빔밥을 해 먹었는데 형수가 형 밥까지 비벼 주더라. 이것 참.

 

 

말걸기가 부침개 하나에 천 원 씩 내고 먹으라 해도 죄다 생까더라. 그 돈 모아서 일한 사람들끼리 맛나는 거 먹을라 했더만. 이번 명절은 참 얄미운 생각만 가득했다. 말걸기는 짜증나서 다음 명절부터는 집에 있자고 했지만 파란꼬리는 말걸기 엄니 혼자 음식 준비하는 거 못 봐주겠단다. 그래서 가서 일해야 한단다.

 

음... 그래서 말걸기가 생각해 낸 건 다음 명절부터는 말걸기 엄니만 말걸기네로 오시라 하고 셋이서 맛 나는 거 해먹는 거다. 아니면 다들 돈 많이 벌어서 명절마다 각자 외국 여행들 가거나.

 

 

 

이번 연휴에 먹은 음식마다 말걸기가 참견했는데 죄다 맛이 별로였다. 꿀꿀한 연휴였다.

 

 

심란하구먼

 

주변이 시끄럽다.

 

살다보면 들락거리는 동네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동네들이 참 다들 복잡하다.

 

꼬여 있는, 그리고 꼬이는 인간관계가 애석하기도 하다.

냉정히 보면 말걸기도 그 당사자 중에 하나인데도.

 

올 가을에는 '목표들'이 있어 말걸기에게도 가끔씩 생기가 찾아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무언가를 하게 되니까.

그런데 동네마다 꼬이니 오늘 갑자기 귀차니즘이 몰아친다.

 

 

그래도 쉽게 놓아서는 안 되는 인간관계겠지?

 

 

자정거 벙개, 방전되다.

 

말걸기님의 [자정거 벙개] 에 관련된 글.

 

 

말걸기가 친 번개가 다 그렇지 뭐.

번개가 방전되어 버렸다.

 

비도 내리고 오겠다는 사람도 없었지만

11시에 백마역 나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무도 없다.

 

비가 와서 멀리 가긴 좀 그렇고 해서

소진로 한바퀴 돌고 집에 왔다.

 

그래도 국수는 땡겨서 파란꼬리 퇴근시간을 기다렸건만

파란꼬리네 학교에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

점심도 같이 못 먹게 되었다.

 

음... ㅎㅎ

 

 

[수정] 자정거 벙개 (혼자서도 간다!)

 

자정거를 타공 살짝쿵 서울 나들이 가볼까나?

 

 

요즘 자전거를 타고 일산에서 서울 나가는 길을 알아보았답니다.

 

말걸기는 차 다니는 도로는 싫어해서(사실은 무서워서) 자전거 전용도로나 뒷길을 찾았지요. 네이버 '자출사'에서 검색해 보니 참으로 대단한 양반들이 있더군요. 이 양반들이 안내를 쫓아서 한강 북단 자전거 도로와 남단 자전거 도로로 나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강북단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방화대교 아래에서 끊겼습니다.

그래서 벙개 코스 수정

 

※ 혹시 국수 벙개만 참석하실 분은 12시에 행주내동(행주산성입구) 버스정류장으로 오세요. 서울에서는 합정에서 921번 있습니다.

 

 

■ 자정거 벙개

 

○ 일시 : 2007. 9. 1. (토) 11:00

○ 장소 : 일산 백마역 앞

 

○ 코스(이거 뭐 다니다 보면 바뀔 수도 있는 거)

백마역 - 행주내동(국수 먹장) - 행주대교 북단 - 양화대교 남단(턴) - 행주대교 남단 - 행주대교 북단 - 백마역

 

※ 국수값은 3,000원. 양 많음.

※ 비가 많이 오면 국수나 먹고 놀든가. 지금으로서는 비 안 온다고 함.

※ 말걸기를 너무 믿지 말 것. 가다가 "안 갈래" 할지도 모름. 퍼진다는...

 

 

열심히 일하다

 

8월의 마지막 토요일.

열심히 일했다.

 

밥도 하고 찌개도 하고.

밥상도 차리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두 번 하고, 그것도 삶는 빨래를.

게다가 더운 날씨에 장도 보고.

 

웬일이냐?

 

 

이게 낫겠다

 

ScanPlease님의 [반짝반짝 스캔] 에 관련된 글.

 


 

심심해서 따라해 봤당.

이것 저것 넣었다가 이게 낫겠다 싶었다.

 

 

"싸랑해요~"

 


I got my name in lights with notcelebrity.co.uk

 

 

'겔뱅 부부'의 나들이

 

* '겔뱅 부부'란 게으른 부부로서 말걸기와 파란꼬리를 말한다.

 

 

어제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어졌다. 오후에 소포를 부칠 일이 있어 우체국에 들른 김에 마트에 가서 김밥 재료들을 한아름 장 봐왔다. 길지 않은 시간에 동네 한바퀴를 돌았건만 왜 이리 지치는지... 저녁으로 김밥 해 먹는 건 포기하고 오늘로 미루었다.

 

늦잠 자고 일어났더니 김밥 만들기가 귀찮아졌다. 그래서 뭔가 김밥을 해먹을 만한 동기가 필요했다.

 

"올커니, 나들이를 가자. "

 

파란꼬리는 오전에 볼 일이 있으니 파란꼬리가 돌아오면 점심 먹고 김밥 도시락을 싸서 모네 전시를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 시내에 나가서 그림도 보고 어디 그늘에 앉아서 김밥 도시락 까먹을 생각하니 김밥을 만들고 싶어졌다. 오케~이!

 

오이 절일 식초도 없어 가게를 왔다 갔다... 재료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준비하는 시간은 오래도 걸렸다. 오이 절이고 밥하고 당근, 햄, 맛살 볶고, 계란 부치고... 김 굽고 밥에 양념 좀 하고...

 

파란꼬리가 돌아왔다. 점심을 따로 챙겨 먹을 일 있나? 김밥 말아서 점심으로도 먹고 도시락도 챙기자.

 

자~ 중국산 대나무 김발 두 번씩이나 삶았으니 맘 놓고 말아보자. 김밥용 김이 아닌 터라 구멍이 숭숭 하지만 뭐 어때. 말걸기와 파란꼬리 둘이 앉아서 김밥을 하나 말았다. 맛을 봐야지. 썰기도 귀찮다, 그냥 손에 쥐고 김밥을 뜯어 먹었다. 괜찮네.

 

김밥 하나 말고 그 자리에서 썰지도 않고 우걱우걱 먹어버리기를 일곱 번. 굵은 깁밥 일곱 줄을 둘이서 먹으니 배가 불렀다. 아~ 다 귀찮다. 김밥 말던 자리에 누워버렸다.

 

@ 파란꼬리 作

 

저녁에 먹을 김밥 도시락 싸기 귀찮아서 남은 재료 냉장고에 넣고 둘 다 낮잠 자세를 취했다. 잠은 오는데 배불러서 잠이 잘 들지 않다가 한참을 자고서는 깼다.

 

"어, 저녁이 다 됐네."

"ㅡㅡa"

 

냉장고에서 재료 꺼내서 다시 김밥을 말았다. 점심 때처럼 앉은 자리에서 썰지도 않고 우걱우걱. 파란 하늘을 보니 나갔으면 무지 더운 하루를 보냈을 것 갔다. 이 더위에 나들이는 무슨...

 

'겔뱅 부부'의 나들이는 이렇게 무산되었다.

 

 

두 가지 깨달은 바

 

최근, 아주 최근 말걸기가 깨달은 바가 두 가지가 있는데 뭐 별 건 아니고...

 

(1) 손님을 집에서 치르기는 힘들다.

(2) 말걸기의 피의 반은 경상도 피다.

 

 

 

말걸기의 작은 이모는 파독 간호사였다. 공부를 잘 해서 독일에서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독일인 의사를 만나서 셋을 낳고 여전히 독일에서 의사로 살고 있다.

 

그 셋 중 막내 동생이 얼마 전 한국엘 방문했다. 다 늙으신 말걸기의 엄니가 멀리서 온 조카 데리고 이 동제 저 동네 죄다 구경 시켜주기는 힘들지. 말걸기가 경주와 서울을 보여주기로 하고... 5박 6일 간 손님을 치렀다.

 

입국 하는 날 공항 가서 집으로 데려와서 저녁 차려 주는 것부터 해서 2박 3일의 경주 나들이, 한강 자전거 투어, 그리고 제주 가는 비행기 태우기까지...

 

5박 6일 동안 대화를 '콩글리쉬'로 하니, 이거 원... 갑갑함도 한 바가지다. 그래도 파란꼬리는 '콩글리쉬'로 아사달-아사녀 얘기와 서동요 얘기도 하더라... 대단!

 

어쨌거나 깨닫게 되었는데 말걸기와 파란꼬리는 손님을 집에 두고 대접해 본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냥 잠깐 손님 와서 밥 한끼 대접하고 놀다가 집에 보낸 거야 몇 번 있었지만 손님을 제대로 치른 적은 없었던 것.

 

6일 간 돌아다니느라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진을 뺐다. 그게 손님 치르는 것인가 보다. 손님 보낸 다음 날은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다. 여전히 힘들다. 입안에 상처가 생겼고 낫질 않는다.

 

 

 

두 번째, 말걸기의 유전적(?) 경향을 발견한 것이다. 사촌동생과 6일 지내더니 파란꼬리가 다음의 글을 어느 카페에 남겼다.

 

"그는 매우 친절했습니다. 어디 가면 문을 열어주고, 제가 짐을 들면 들어주고, 그냥 편안하게 저를 배려해 줬습니다...... 그는 계속 저를 배려하고 있었고, 그것은 몸에 밴 행동이었습니다. 말걸기와 꼬리는 말걸기 생후 ㅇㅇ년 만에 말걸기의 피에도 경상도 남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파란꼬리는 그런 배려가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남자가 여자한테 꼭 그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고, 누군가 자기를 배려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 자체가 좋았던 모양이다.

 

말걸기는 파란꼬리와 함께 있을 때 문을 열어 준다거나 짐을 대신 들어준다거나 하지 않는다. 앞에 가는 사람이 문 먼저 열고 들어가는 거고 자기 짐은 자기가 드는 거니까. 이러는 게 꼭 '경상도' 어쩌구 할 만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배려가 몸에 밴 것'은 확실히 아닌 듯.

 

결정적으로 버스에 타면 말걸기가 먼저 앉으니까...(파란꼬리가 이 얘기는 꼭 쓰라고 하네...ㅋㅋ)

 

파란꼬리랑 함께 있다보면 파란꼬리가 말걸기를 배려하는 게 더 많다. 이러고 살다가 말걸기와 다른 태도를 가진 손님과 6일을 보내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말걸기는 그렇게 배려하고 친절하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왜냐면 게으르니까), 파란꼬리가 살짝 맛을 본 이상 고민이 된다. 약간의 위기 의식이랄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