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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3
    홍아 9일째(20)
    말걸기
  2. 2009/03/06
    홍아의 얼굴과 이름(29)
    말걸기
  3. 2009/03/06
    홍아 첫날(4)
    말걸기
  4. 2009/03/04
    내일이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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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9/02/25
    운명의 점 풀이(14)
    말걸기
  6. 2009/02/24
    운명을 점쳐 보시라!(11)
    말걸기
  7. 2009/02/20
    이런저런 이야기(18)
    말걸기
  8. 2009/02/20
    렌즈 팔아요~(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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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9/02/10
    그림자
    말걸기
  10. 2009/02/06
    홍아 사진(4)
    말걸기

"우리는 무적의..."

 

"우리는 무적의 가제수건 부대다."

 

 

 

 

 

"우리는 무적의 가제수건 부대다.

아가의 목구멍을 타고 넘치는 젖도,

볼기짝에 눌러붙은 똥도 오줌도 두렵지 않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아가의 살결을 빛내는, 무적의 가제수건 부대다."

 

 

 

가제 수건을 매일매일 삶는다. 아가가 태어나기 전에 이래 저래, 여기 저기서 받은 가제 수건이 서른 장 정도인데 어느 날은 하루에 스무 장을 넘게 썼다. 아무래도 50장은 있어야 맘 편히 쓰겠다. 진경맘은 기저귀 발진 때문에 기저귀 안에 덧대는 데에도 가제 수건을 썼다는데, 그렇게까지 하려면 50장도 여유롭진 못할 것 같다.

 

출산 전에 어딜 가든 가제 수건 준비하라는 소릴 빠짐 없이 들었는데 별 데 쓰니 그럴만하다. 그리고 아가와 엄가가 다녀간 곳에는 가제수건이 남겨진 걸 많이 목격하곤 했는데, 이렇게 많으니 하나둘 쯤 흘리고 다닌다고 문제될 것도 없겠더라.

 

 

'부대'라는 말 좋아하진 않는데 그냥 흉내 내보느라 써봤다.

 

 

출생신고

 

홍아 태어난 지 14일 째가 된 지난 18일(수)에 출생 신고를 하였다.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 한 장 딸랑 동사무소에 들고 가서 출생 신고 양식에 끄적 대었더니 한 명의 대한민국민이 생겨났다.

 

 

홍아의 국가등록명은 결국 말걸기가 지은 이름이 되었다. 홍아의 할머니가 말걸기를 데리고 '백운선생'을 찾았는데, 작명가가 그 이름이 너무 좋다 하여 홍아의 할머니가 지어주고자 했던 이름과의 경쟁은 그 자리에서 끝냈다.

 

작명소에 다녀온 후 몇 일을 두고 생각해 보았지만 더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가를 돌보는 데에 지쳐 있어서 파란꼬리도 더 이상 떠오르는 게 없다 했다. 좋은 이름이라 생각해서 지어주었는데 막상 출생 신고를 하려니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출생 신고를 할 때 말걸기 성씨의 본과 파란꼬리 이름, 파란꼬리 성씨의 본을 모두 한자로 적어야 했는데 하도 한자와 멀리 산 세월이 길다 보니 제대로 기억을 못했다. 동사무소 직원이 한자 정도는 조회해 줄 터이니 다른 칸을 채우라 했다. 왠지 창피했다. 동사무소 직원은 여느 업무와는 달리 무척 신중하고 꼼꼼하게 출생 신고를 처리했다. 사람은 병원이 아니라 그곳에서 태어나는 듯했다.

 

홍아 출생 신고를 했더니 주민등록등본에 홍아 이름이 찍혀 나온다. 가족관계증명서에도 생겨났을 터이다. 그리고 홍아에게 '주민번호'가 발급되었다.

 

주민번호... 아이가 태어났다고 국가에 신고했더니 처음 주는 것이라고는 평생 따라다니며, 언제나 실존을 증명할 때마다 튀어나올 강력한 숫자 13 자리이다. 이 땅에 태어났으니 이제 다 자랄 동안 의료와 교육은 국가가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도 못해주고, 심지어 예방 접종을 공짜로 못 해주는 국가가 꼬리표나 붙인다. 서글픈 일이다.

 

출생 신고를 하니 홍아도 속박의 그늘을 피할 수 없는 현세의 인간이 된 듯하다. 살아가면서 별별 불쾌한 경험을 하겠지만 적절히 견뎌내길 바랄 뿐이다. 말걸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말걸기가 국가에게 홍아가 태어났다고 일러바친 날, 홍아는 여전히 파란꼬리 품에서 젖을 빨았고 기저귀 차림으로 몸부림도 쳤다.


 

 

 

홍아 9일째

 

홍아가 태어나 9일째를 맞이했다.

얼굴이 조금씩 달라진다. 더 예뻐지고 있다.

오늘에야 처음으로 여자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꼬리는 진작부터 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지만...

 

 

홍아가 입는 옷들은 분명 신생아용이라고 했는데 다들 몸에 비해 크다.

오른팔을 꿈틀꿈틀 움직여서 목 구멍으로 내놓는다. 탈출 마술의 재능을 보이고 있다.

 

 

가끔씩 홍아 발도 튀어 나온다.

젖을 빨고 있는 홍아의 발이다.

뭔가 쥐고 있는 듯하다.

 

 

 

* 어도비가 PS CS3에서 5D Mark Ⅱ RAW를 다룰 수 있는 ACR을 제작하지 않았다. CS4에서나 작동한다. 상위 기종의 DSLR은 CS4만 사용하라는 거냐, 이 어도비야! 넘한다. >.< jpg로는 색맞추기도 힘든데 말이지...

 

 

 

 

홍아의 얼굴과 이름

 

홍아 얼굴을 공개한다. 태어난 지 6시간 30분 만의 얼굴이다. 자고 있다.

 

탄생 10여 분 만의 사진은 공개할 수 없다. 외국의 한 사진가는 어린 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찍은 사진을 작품으로 발표했는데 그 때문에 딸에게 소송당했다. 결과는 아직 모르겠고...

 

 

직접 볼 때는 그래도 이쁘장 했는데 사진에서는 성깔 있어 보이네... 뿌연 유리창과 고감도 촬영으로 실물에 비해서는 사진이 영...

 

 

 

홍아의 이름으로 생각해 둔 게 있다. 그 중 하나가 '지후'였는데 꽃남 때문에 후보에서 버렸다. 또 하나 이유는, 후보작으로 떠올릴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이름은 홍아의 두 사촌언니 이름에서 한 자씩 따 온 이름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홍아의 이름 후보작은 셋이다. 아주 가까운 몇의 지목한 경쟁력 순이다.

 

○ 수안

○ 시윤

○ 태리

 

'수안'과 '태리'는 말걸기가 내놓은 후보작이다. 성씨와 함께 붙였을 때 발음이 쉽고 어감이 좋은 이름을 찾고 있었다. 흔한 것도 싫고 지나치게 예쁜 척하는 이름도 싫다. 튀지 않으면서도 별로 없는 이름이 좋다. '수안'은 이리 저리 음을 조합하다가 떠올린 후보작이고 '태리'는 말걸기의 누나의 친구 이름이라 생각이 났다.

 

'시윤'은 말걸기의 엄니의 후보작이다. 이름에 파란꼬리의 성씨의 한자를 넣을 수는 없으나 발음이 같은 글자가 들어가는 것도 좋단다. 파란꼬리가 혹한다. 말걸기는 엄니와 경쟁하게 생겼다.

 

 

홍아 첫날

 

홍아가 태어난 첫날.

 

 

○ 2009년 3월 5일 목요일 08시 58분 탄생. 己丑年 二月 九日 辰時 生.

 

○ 3.18kg, 50cm.

 

○ 새벽에 일어나서 7시 조금 넘어 병원에 도착했다. 파란꼬리가 병원에서 지낼 준비물과 홍아를 위한 몇 가지 옷가지들. 그 시각에 벌써 말걸기의 엄니는 입원실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고. 도착하자마자 맨먼저 수술, 홍아 처방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했다.

 

○ 8시가 되기 전에 수술실로 내려가 파란꼬리는 수술 준비를 했다. 밖에서 말걸기와 엄니는 홍아 키우는 얘기를 나누었다. 수술을 위한 마취 직전에 파란꼬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밝은 미소와 함께 설레임을 나눈 파란꼬리.

 

○ 얼마 후 간호사의 안내로 말걸기는 수술실에 입장했다. 입장 전에 수술 가운, 마스크, 모자를 착용했고  TV에서나 보던 손 세척을 하였다. 그때 수술실 안에서는 파란꼬리의 작은 비명이 들렸다. 마취가 덜 된 모양인지...

 

○ 수술실에 입장해서 누워 있는 파란꼬리의 오른편에 앉아 손을 잡았다. 의사, 간호사 셋이 파란꼬리의 불룩한 배 주위를 둘러섰고 파란꼬리 머리맡에는 마취과 의사가 서 있었다. 수술을 시작하기 전에 집도의인 병원 원장께서 잠시 기도를 하고...

 

○ 칼이 배를 가르는 순간 파란꼬리는 비명을 질렀다. 마취가 제 때 역할을 못한 것. 마취과 의사는 마취약을 조금씩 늘렸지만 파란꼬리는 계속 아프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며. 손을 꼭 쥐었지만 계속...

 

○ 마취과 의사는 파란꼬리가 잠들게 했고, 결국 파란꼬리는 태어난 장소인 병원 수술실에서 홍아를 보지 못했다. 의사 옆구리 사이로 파란꼬리의 배가 살짝 보였고 절개된 배 단면도 조금 눈에 들어왔지만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진 못했다. 아파하는 파란꼬리 손을 주무르며 얼굴만 쳐다 보았다. 제발 아무일 없길.

 

○ 집도의는 아가를 꺼냈는데 홍아는 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눕힌 모양이다. 집도의는 홍아를 꺼낸 후에도 파란꼬리의 뱃속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훑고 있었다. 태반 덩어리를 꺼냈다.

 

○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잠든 파란꼬리 곁을 떠나 홍아에게로 갔다. 간호사와 함께 홍아를,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로 옮겼다. 불편한지 운다. 머리를 바치니 울퉁불퉁한 홍아의 뒤통수가 느껴진다. 따뜻하다. 피부는 선홍빛이 도는 회색이었다. 온 몸에 노란색 물질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양수인가? 양수 속에 있는, 홍아와 39주를 보낸 그 무엇이겠지.

 

○ 몸은 가늘고 길어 보였다. 홍아 머리맡에서 얼굴을 바라보니 얼굴을 잘 볼 수는 없었다. 따뜻한 욕조 안에서 홍아는 울음 멈추었다. 기분이 좋은지 살짝 미소 짓는 것 같기도 하고. 탯줄은 아직 30cm 정도 붙어 있었다. 배 쪽으로는 20cm 정도 길이에 굵고 속이 꽉찬 탯줄이 가위가 집힌 쪽으로는 속이 빈 채 하얬다.  간호사가 굵은 탯줄과 하얀 탯줄 경계를 또 하나의 가위로 집더니 그 사이를 자르라고 했다. 자연분만할 때는 아가의 아빠가 엄마 몸에 붙은 탯줄을 직접 자르게 하지만 제왕절개에서는 이렇게 '의식'으로 대신한단다. 가위 끝에 질긴 탯줄이 느껴졌다.

 

○ 파란꼬리와 홍아를 두고 밖으로 나왔다. 그 직전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몇 시에 태어났는지를 확인하는 대화를 들었다. 잠시 후에 홍아가 침대에 누운 채 나왔다. 신생아실로 옮겨져서 씻기기 전이었다. 홍아의 할머니와 말걸기는 울고 있는 홍아를 잠시 만났고 사진도 찍었다. 변화한 환경이 서러운가 보다. 간호사는 홍아를 달래지 않았는데 갓 태어나서는 울면서 폐가 확장된다 하여 한동안은 울게 둔다고 한다.

 

○ 홍아의 사진은 홍아가 태어난지 10여 분 만이었다. 홍아의 피부는 좀 더 분홍빛에 가까와졌다. 두 컷 찍었는데 이 사진을 공개하면 훗날 홍아가 말걸기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지도 모르겠다. 두고서 홍아에게 주자.

 

○ 얼마가 지났는지 수술은 끝난 모양이다. 파란꼬리는 회복실에 있다는데 별 얘기가 없다. 파란꼬리도 홍아도 건강하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회복실 간호사를 호출했더니 수술 후 출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 꽤 기다렸더니 파란꼬리가 어느 정도 회복된 모양이었다. 말걸기와 홍아의 할머니가 번갈아 가며 파란꼬리를 면회했다. 말걸기가 면회할 때 파란꼬리는 홍아를 처음 보았다. 이쁘다며 좋아라 한다. 근데 둘 다 닮지 않아 보여 누구를 닮았을까 우리는 궁금해 했다. 홍아에게 젖을 물렸더니 냉큼 빨아댄다. 아무것도 나올리 없으니 조금 후엔 포기했다.

 

○ 홍아의 할머니는 말걸기를 데리고 밥을 먹였고 말걸기는 큰일을 치른 흔적도 없이 잘도 먹었다. 입맛도 없었는데 밥이 뱃속으로 잘도 들어갔다. 홍아의 할머니는 세번째 손녀라서 그런지 크게 긴장도 하지 않으셨고 아가가 당신을 닮았다며 무척이나 좋아라 하신다.

 

○ 식사 후에 도로 수술실 앞으로 가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홍아의 할머니는 주로 홍아 키우는 문제를 얘기하셨다. 아이는 어떻게 길러야 한다 따위는 결코 아니다. 홍아의 할머니는 그런 걸로 아들래미와 며느리에게 간섭하시지는 않는다. 육아의 일을 홍아의 할머니가 상당히 부담하실 수 있으니 어찌어찌 하는 게 좋겠다는 것. 지금 키우고 있는 조카 사진도 일별해 주시면 아기가 어떻게 이뻐지는지도 핸드폰으로 보여주신다. 직접 키우는 조카에게 정이 많이 가듯 홍아에게도 정을 듬뿍 주시고 싶은 모양이다.

 

○ 병실이 정리되었다 하여 12경에 모두 병실로 올라갔다. 파란꼬리를 침사에 눕히는 간호사를 도와주고 잠시 자리를 피했다. 간호사가 무슨 처치를 하는 모양이다. 파란꼬리는 여전히 힘이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웃는데 이쁘다.

 

○ 홍아의 할머니는 홍아의 사촌언니를 돌보러 다시 댁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잠시 홍아를 만났다. 홍아는 졸린지 하품하면서 칭얼거린다. 자주 보러 올 건 아닌 모양이다. 병실에서 파란꼬리와 둘이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말걸기는 왜 이리 피곤한지 파란꼬리의 다리도 몇 번 주무르지 못하고 한 시간 가량 파란꼬리 침대 옆 바닥에서 잠을 잤다.

 

○ 파란꼬리의 부모님께서 대전에서 올라오셨다. 3시 경 화정터미널에 가서 모시고 왔다. 파란꼬리와 홍아를 위한 선물도 한 가득 챙겨오셨다. 병실에 도착했을 때 파란꼬리의 동생도 와 있었다. 세 분 모시고 신생아실로 가서 홍아를 잠깐 보았다. 잘 졸고 있었다. 이제 아가 피부색이다.

 

○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파란꼬리를 옆에 뉘어 놓고 대전에서 싸온 음식을 먹었다. 또 잘도 먹힌다. 그런데 너무 힘들다. 파란꼬리의 엄니께서 싸오신 물건을 자동차에 싣고 혼자 집으로 왔다. 그런데 가방을 병원에 두고 와서 열쇠가 없었다. 다시 병원에 가서 가방을 가지고 돌아왔다.

 

○ 이것저것 할 것도 많지만 제대로 한 것 없시 몇 시간 퍼져 있었다. 홍아 첫날밤 파란꼬리와 함께 있게되지 않은 건 조금 미안하다. 아침에 밥을 해서 병실로 가져가야 한다. 파란꼬리의 부모님께서 드실 식사. 예상치 못한 몇 가지 물건도 챙겨야 한다. 여전히 몸은 힘들다. 파란꼬리 만큼은 아니겠지만 괴롭다.

 

○ 홍아보다는 파란꼬리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파란꼬리가 더 많이 생각난다. 홍아도 생각나는 데 실감이 나질 않는다. 꿈 꿨나 싶다. 집은 조용하고 파란꼬리도 없는 걸 보아 꿈은 아닌 듯한다.

 

 

 

※ 2009년 3월 24일. 잘못된 기억이 있어 고쳤다. 기억은 여럿이서 기억해야 한다.

 

 

내일이면...

 

내일이면 홍아를 만난다.

 

파란꼬리는 홍아를 39주 동안 배 속에 넣고 있었으니 많이 친숙해져 있을 터인데 말걸기는 그렇지 못하다. 뻘쭘하고 쑥스러운 만남이 될지도 모르겠다. 홍아에게 자극이 될까봐 조심한답시고 자주 쓰다듬어 주지도 못했다. 그래도 파란꼬리와 수다는 무척 떨었으니, 손길의 감촉은 몰라도 말걸기의 목소리는 알아 듣겠지.

 

 

임신을 노력했던 시절까지 합한다면 불안과 초조의 시간은 2년이다. 임신을 성공하지 못한다면 입양을 해야할까 고민하던 차에 어렵게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처음 홍아가 생겼을 때는 주수에 비해 크기가 너무 작아서 유산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다. 수주 동안 조마조마 마음 졸이며 지냈더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홍아가 파란꼬리의 뱃속에서 커갈수록 홍아의 존재가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홍아도 한 생명인데 스스로 성장하려는 본능이 있지 않겠는가. 인간도 그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 안전한 임신 상태를 대물림했을 터이다. 임신 개월수가 늘어나니 파란꼬리도 기운을 차렸고 우리는 슬쩍슬쩍 잘도 놀았다.

 

어느 시점을 지나자 임신의 불안은 파란꼬리와 홍아의 의학적 상태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파란꼬리의 배가 티나게 불룩 솟기 전에는 지나치는 사람들이 임신 사실을 알 턱이 없으니 길을 걸어도 불안했다. 서비스 정신이 제로에 가까운 일산의 버스들을 타고 다닐 때는 난폭 운전 때문에 언제나 긴장을 했다. 태어날 생명은 뱃속에서 나름 알아서 잘 크니 스스로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위협은 언제나 문명에 있다.

 

 

올해가 시작할 때 쯤, 홍아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버릇대로 머릿속으로만 말이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2월이 되어서야 계획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고 그것도 느지막이 수행했다. 결국 이 글을 쓰기 직전까지 홍아를 맞이하기 위한 일들을 하고 있었다.

 

홍아에게 방을 하나 주어야 하니 그 방에 있었던 파란꼬리와 말걸기의 옷가지와 물건들을 꺼내 다른 방들로 옮겨야 했고 그 방들의 물건들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연쇄 작업을 해야 했다. 집이 40평 정도라면야 대충 구겨 넣으면 되겠지만 20평 대 아파트니 쓰지 않는 물건들은 버려야 했다. 옷이라고는 거의 사 입지 않고 얻어 입는 파란꼬리와 말걸기는 리어카 하나 분량의 옷을 버렸다. 물론 재활용품으로.

 

말걸기는30여 년의 과거의 족적들을 아주 약간만 남겨두고 죄다 버렸다. 옷이야 얻어 온 것이니 별 거 아니지만 과거를 버린 것 같아 기분이 좋진 못하다. 아주 잠시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족적을 남기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파란꼬리는 대학시절의 10분의 1만 하고 살라고 한다.

 

홍아 덕에 이번 기회에 사료들도 버렸다. 싸구려 사료일지는 몰라도 누군가는 기록, 보관해야 할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게 말걸기 책임은 아니니 그냥 내다 버렸다. 기록 관리가 중요하다고 6년을 떠들어 봐야 콧방귀도 뀌지 않는 운동권 조직들의 임무를 말걸기가 부담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얼마 전에 컴퓨터 업그레이드 하면서 실수로 수 GB의 자료들을 날렸는데 말걸기 돈 들여서 복구할 책임을 못 느껴서 그냥 생깠더랬다.

 

 

이제 새 역사는 홍아와 함께 시작할 모양이다. 어쨌거나 과거는 상당히 털어버렸으니 앞만 보고 가야 하는 운명이 도래했나 보다. 홍아를 만난다니 설렘도 있지만 생활이 아주 달라질 터라 두려움과 불만도 있다. 어찌 되었든 내일은 정신없이 지날 것이고 차차 새로운 생활에 익숙지자.

 

내일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밥 먹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경칩이네.

 

 

 

운명의 점 풀이

 

[운명을 점쳐 보시라!]와 깊은 관련이 있는 글.

 

 

● 문제 ●

 

'나', '거북이', '다리', '문', 열쇠', 이 다섯 낱말을 활용해서 상황, 사건을 만들어 봅시다.

 

※ 여기서 '다리'는 bridge.

 

 

● 풀이 ●

 

○ '나' = 상황, 사건을 만든 당사자.

○ '거북이' = 짝꿍, 파트너, 배우자.

○ '다리' = 인생의 난관.

○ '문' = 성공, 성취의 문.

○ '열쇠' = 성공, 성취의 문을 여는 열쇠.

 

[파란꼬리의 답] 나는 다리를 건너 열쇠를 쥐고 문 앞에 서 있다. 거북이는 다리 아래에서 가만히 있다.

: 파란꼬리가 힘들게 성공의 문 앞에 도달해 있다. 말걸기는 파란꼬리와 아무 상관 없이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다.

 

[말걸기의 답] 거북이가 다리를 건너 열쇠로 문을 열었더니 그곳에 내가 있다.

: 파란꼬리가 역경을 이겨내고 인생의 큰 성취를 얻었더니 그 자리에 말걸기가 있다.

 

 

각자 쓴 답을 풀이해 보세요.

감비님의 답이 아주 멋지군요. 범상한 분이 아닌 듯...

 

 

운명을 점쳐 보시라!

 

제목은 거창하게 붙였으나 가끔씩 구전하는 각자 푸는, 점치는 퀴즈류일 뿐.

 

 

● 문제 ●

 

'나', '거북이', '다리', '문', 열쇠', 이 다섯 낱말을 활용해서 상황, 사건을 만들어 봅시다.

 

※ 여기서 '다리'는 bridge. (감비님 덧글 보고 수정)

 

 

● 풀이 예 ●

 

[파란꼬리의 답] 나는 다리를 건너 열쇠를 쥐고 문 앞에 서 있다. 거북이는 다리 아래에서 가만히 있다.

 

[말걸기의 답] 거북이가 다리를 건너 열쇠로 문을 열었더니 그곳에 내가 있다.

 

 

 

잠시 쉬어가고 싶은 분들은 이런 놀이로라고 해 보심이...

풀이는 반응 봐서... ^^; 하면 안 되겠죠?

하루  쯤 있다가 풀이를 올리도록 하지용. ㅎㅎ.

 

 

이런저런 이야기

 

1. 집안일 하는데 계획표까지 짜?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해야할 일을 대충이라도 정리해서 일정을 만들어 놓고 매일매일 계획대로 처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짓 말이다.

 

3월 5일이면 홍아가 태어난다. 홍아가 태어나서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준비해 둘 것이 많다. 홍아의 복은 태어나기 전부터 터져서 홍아는 이미 부자다. 작은 방 하나를 가득채울 옷가지와 물건들이 홍아를 기다리고 있다.

 

홍아는 복이 터졌고 말걸기는 일복이 터졌다. 방 하나를 싹 비워서 홍아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그 방에 있던 물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결국 집 전체를 정리하지 않으면 홍아가 살아가기 불편한 집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말걸기도 불편해지겠지.

 

2주도 남지 않은 날동안 할 일을 정리해서 계획표도 간단하게 만들었는데, 일이 일을 부르는지라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녔는데도 일이 밀린다. 피곤하다. 만삭 파란꼬리는 더 피곤하다.

 

 

2. 심각한 불황 속 최대 호황?

 

말걸기네는 지금 이 시절 세계 불황 가운데에서도 집안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호황은 알뜰하신 파란꼬리, 파란꼬리와 말걸기의 어머니들, 두 사람의 지인들 덕이다. 말걸기의 역할은 이 호황을 잘 타는 것이다. 여기서 호황이란 돈 잘 번다는 뜻이 아니고 호황 때 못지 않게 물질적인 풍족을 누린다는 뜻이다.

 

홍아가 입을 수 있는 옷을 하루님이 이마안큼 보내주셨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입이 딱 벌어졌더랬다. 그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전에 파란꼬리의 주변에서 한 벌 두 벌 선물을 해 주었는데 그게 또 이마안큼 쌓였다. 게다가 홍아의 아빠의 엄마께서, 홍아의 아빠의 누나의 딸과 홍아의 아빠의 형의 딸이 쓰던 옷가지와 물건이라며 이마아아아안큼 가져다 주셨다. 오호~!

 

옷과 함께 이런저런 출산용품과 육아 물품으로 방 하나가 가득한데, 바리네, 슈아네에서 책과 장남감 등으로 채워주었다. 파란꼬리 동료들도 적지않게 보태주었다. 파란꼬리와 말걸기가 육아박람회에서 사가지고 온 물건도 꽤 많지만 선물 사이에 묻힌다. 히요~!

 

어제는 아가 옷 삶는 세탁기가 배달되었다. 홍아의 아빠의 엄마가 보내주셨다. 그 보다 꽤 오래 전에는 홍아의 아빠의 누나가 홍아만 타고 다닐 수 있는, 바퀴가 8개나 달린 잉글레시나 유모차를 사 주었다. 히익~!

 

파란꼬리와 말걸기는, 아기가 생기면 자동차가 있어야 편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충고에 귀가 얇아져서 모닝 한 대 뽑을까 작당을 하다가, 돈도 없는데 관두자고 포기를 했더랬었다. 그러던 어느날 홍아의 엄마의 엄마께서 돈을 부쳐 주셨다. 그래서 오늘 새빠 아반떼 뽑았다. 허억~!

 

일단 호황은 누릴 만큼 누려 보자. 아직도 파란꼬리와 말걸기, 그리고 홍아의 호황에 기여하지 못한 분들은 서둘러 동참하길 바란다. 아반떼 두 대 필요 없고 잉글레시나 두 대 필요 없다. 행인의 짝꿍께서는 양주에서 고양까지 손수 쑤신 호박죽을 들고 오셨더랬다. 맛있다.

 

홍아는 복도 많다. 이게 파란꼬리 복이냐, 말걸기 복이냐. 파란꼬리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셋의 복!"

 

 

3. 바쁘니까 입을 다물고 산다?

 

세상에 대한 온갖 불만을 떠들고 사는 까칠한 말걸기가 바쁘니까 입을 다물고 살게 된다. 역시 시끄러운 놈은 하는 일이 별로 없는 놈인가 보다(꼭 누구 들으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고... ^^;).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과 빠이빠이 하였는데 슬프다. 한때는 오랜 시간을 진지한 카톨릭 신자로 살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말걸기 감정은 그렇다치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슬픈 사건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개인적인 사건으로 보자면 호상이라 할 수 있는데 말이다. 권력자에게 불편한 사람이 사라졌다는 느낌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보수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민주화 시대 이후'에는 '각 설 일'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박정희와 전두환에게 '개긴 몇 인'이었기 때문에 '민주화 시대 이후'에도 양심적 종교인으로서, 강자에겐 부담스럽고 약자에겐 존경받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고, 이 보다는 20세기 후반 한국 카톨릭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조명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20세기 후반 한국 카톨릭은 수백만 명의 신도를 거들이게 되었고 로마 교황청으로부터도 더 높으로 지위를 얻게 되었다. 이때 한국 카톨릭의 계급적 기반이 쁘띠부르조아에게 서서히 이전되어 카톨릭 내부에서도 권력의 중심이 대단히 보수적인 인사들로 이동되었다. 이것이 한국의 '민주화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 카톨릭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보수 성향은 '민주화 시대'에는 '권력에게 불편한 양심적 인사'로서의 면모는 줄어들게 했을 것이다. 또한 그의 고령화와 함께 그도 카톨릭 내 권력에서 점점 멀어졌을 것이다.

 

한국에서 앞으로는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종교인은 없을 것 같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정치가든 뭐가 되었든 말이다. 암울한 지난 시대는 대중으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을 만들어냈지만 암울한 이 시대는 대중으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을 만들지 못할 것 같은 게,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더욱 슬프게 하는 이유인 듯하다(행여 이 말을 두고 '사람 중심의 사고'라며 '칫'한다면 그대는 바보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얘기 말고도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은 많다. 교육과학기술부 뻘짓 사건과 진보신당 조직개편 논의는 정말 한국 사회 정치 수준을 보이는 표본처럼 보인다. <워낭소리>의 '이면'에 대해서도 궁금하게 생긴다. 좌파 일각에서 띄엄띄엄, 그러나 진지하게 혁명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 두고도 하고픈 말들이 있다. 쟁점에 끼어들어서 누구 편을 들거나 하고픈게 아니고 다른 맥락에서 따져보는 것들이다.

 

할 일이 많으니 피곤하기도 하지만 맘도 바빠서 정리를 못하겠다. 다만 최근에 누군가의 블로그에 덧글 달았다가 '지적'받은 적이 있었는데(다 알겠지만 굳이 필명도 거론하지 않고 링크로 걸지 않은 이유는 논쟁을 만들기 싫어서이니 이해 바람), 이건 짧게 씨부리고 싶다. 약간 짜증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신파조로.

 

과학, 사회과학 좋아하는 사람 많다. 그런데 현실적인 구속력을 가진 법적용을 무시하면 그게 사회과학일 수 있을까? 부르조아의 법체계가 오직 자본의 운동으로만 만들어졌나? 만약 착취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 사이에서만 벌어진다는 게 마르크스와 사회주의의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주장'이라면 마르크스와 사회주의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아니면 착취라는 개념이, 그렇게밖에 쓸 수 없는 '고상한 개념'이라면 갈취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든가.

 

 

렌즈 팔아요~

 

말걸기가 렌즈를 팝니다. 모두 니콘 마운트입니다.

 

 

■ 판매 물품

 


AF MICRO NIKKOR 105mm F2.8D (내수) -> 팔림

 

- 가격 : 340,000원
- 구성물 : 박스, UV필터(Praktica), 구매 영수증
- 구입일자 : 2006년 5월 23일
- 상태 : 별 흠집없습니다.


AF NIKKOR 28mm F2.8D (정품)

 

- 가격 190,000원
- 구성물 : 박스, UV필터(Kenko), 구매 영수증
- 구입일자 : 2007년 10월 27일
- 무상서비스기간 : 2009년 10월 26일
- 상태 : 별 흠집없습니다.


토파즈 접사링셋 Kenko 컨버터 2X Teleplus PRO 300 DG -> 팔림

 

- 가격 : 일괄 140,000원
- 토파즈 접사링셋는 13mm+21mm+31mm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MF입니다.
- 구성물 : 캡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 상태 : 접사링은 뻑뻑하고 외관은 오래되어 보입니다. 컨버터는 마운트 부분에 미세한 기스가 있습니다.

 


■ 거래 지역과 방법

 


○ 거래 지역 : 서울 및 고양시

 

○ 거래 방식 : 직거래

- 상태를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덧글에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제가 자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루에 두 번은 확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