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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showtime~~

(영화도 공개되었으니 이제 본명을 써야할 듯 ^^)

 

한별, 은별 어린이집에 수요일에 산타가 오신다고 한다.

쇼가 필요한 시간이다.

아이들이 자란 만큼 더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얼마 전,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한별이가 물었다.

"아빠, 어린이집에 오는 산타는 진짜야, 가짜야?"
남편이 진짜일 거라고 하자 한별이 눈에 의혹의 빛이 스치더니

"수염이랑 가짜던데~" 하는 것이었다.

 

내가 얼른 "그 산타는 부탁받고 오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가짜인 경우도 있어."

했더니 한별이가 안심하는 표정으로 "그렇지? 진짜 산타는 우리 잘 때 오는 거지?" 했다.

남편은 입을 다물고 사무실 동료들은 한별이 말에 깊이 동감한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 세심한 아이는 그동안 긴 시간의 관찰과 고민 속에서 생각이 많았으나

나름의 결론을 내린 것같다.

이제 나는 그 결론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 한다.

한별이는 뽀로로탱탱볼, 은별이는 비행기장난감을 받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은별의 묘사가 정확하지 못해서 비행기장난감이 어떤건지 잘 모르겠다.

하은은..... 다행히 여전히 산타를 믿고 있다.

어떤 아이들은 산타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을 발설해버리면 선물을 못받을까봐

산타가 있다고 믿는 척 한다는 소문도 있던데.

산타한테 어떤 선물을 받고 싶냐는 물음에 하은이는 오랫동안 망설였다.

엄마 아빠한테는 비밀인데.....하면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털어놓았다.

"내가 받고 싶은 건 뜨개질 세트야.

산타할아버지한테 그 선물을 받으면 엄마, 아빠 모자를 뜨고 싶어"

가슴이 뭉클해져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산타는 한 번에 선물 하나씩만 주는 거같지?" 했더니

하은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아니야~ 나 선물 많이 받은 적 있어~!" 했다.

하은이는 몇년 전의 선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해의 성탄은 교회식구들과 함께 강촌의 수도원에서 보냈는데

미처 선물을 준비못한 산타들은 24일 저녁에

시장을 보러간다는 핑계로 강촌의 가게들을 돌아다녔으나...

문방구도, 선물가게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풍선, 빈칸공책, 곰돌이 푸 반창고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여러개 샀다.

그 때 교회식구들하고 함께 쇼핑을 하면서 "애들이 그러겠다. 올해 산타는 왜 이리 쪼잔하냐..... "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 몰래몰래 선물을 준비했는데

하은은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 은별이는 없었다. 한별이가 세살이었으니까 4년전이네)

 

자,올해의 산타는 어떤 쇼를 준비할 것인가.

한별이가 어린이집 산타는 가짜이거나 부탁받고 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받고 싶은 것, 보다는 산타가 주고 싶은 걸 주면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 또 뭘 준비해야하는지 고민도 되고...

오늘까지 어린이집에 선물 보내야하는데 뭘 해야할지....

 

그나저나 오늘 또 운전학원에 다녀왔다.

2주일 전에 안전교육을 받고

지난 주는 독립영화제에 가느라 수업이 없었고

오늘 처음으로 장내기능 수업을 받았다.

첫번째 시간에는 오락기계같은 거 앞에 앉아서 시뮬레이션으로 운전을 했는데

바다에 세 번이나 빠졌다.

지도하는 선생님이 나한테 "혹시 교포세요? 말을 잘 못 알아들으시겠어요?" 했다.

 

두번째 시간에는 진짜 차로 운전을 했는데

선생님이 브레이크를 빨리 밟으면 차가 어떻게 서는지 실험을 해보이면서

그러지 말라고 했다. 좀 무서웠고 운전하기 싫다는 생각이 더 진하게 들었지만.....

어쩔 수없잖아. 강화에서 살아가려면.

뭘 모르는 애들은 내가 학원에 한 번만 갔다오면 운전할 수 있는 줄 알고

왜 운전안하냐고 막 난리다.

필기시험문제집을 보고 있으면 다 달려들어서 막 물어본다. (아...귀찮아. 나도 좀 공부 좀 하자구~)

공부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다 있다.

 

10. 폭설로 차들이 정체되고 있을 때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1. 공격적인 자세

   2. 배타적인 자세

   3. 인내하는 자세

 

내가 이 문제 읽어주면서 막 웃었는데 애들은 웃지 않아서 좀 뻘쭘했다.

애들하고 무궁화꽃이, 숨바꼭질, 야구 이런 거 하고 놀다보면 친구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럴 때 애들은 애인 거다.

한별과 은별은 '공격'과 '배타'와 '인내' 세 단어를 다 몰랐고

하은은 '배타'라는 말을 몰랐다. 그러니 혼자 웃을 수밖에 없었던 거다.

하은이가 책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모리가 사준 '야오네집'만 외우도록 보고 있다.

그래, 뭐 그렇게라도....

 

아무튼 열심히 연습해서 운전면허를 따야한다.

안그러면 애들이 진짜 실망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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