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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중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노력중이다.

어제 학과필기시험을 보고 오늘 아침 8시에 장내기능시험을 볼 예정이다.

미리미리 해뒀으면 좋았을 걸 어제 하루종일 정말 바빴다.

어제부로 장내기능수업이 모두 끝났는데

지난 주에 네시간 연습하고 수요일부터 강화에 있다가

이번 주 화요일에 다시 네 시간 하려니까 기억이 하나도 안나서 애를 먹었다.

그래서 어제 장내기능수업이 모두 끝나자마자 곧바로 시험을 보기로 했다.

 

허나....

장내기능시험을 보려면 학과필기시험을 먼저 합격했어야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시험을 보려고 하니 강화에 주민등록증을 두고 왔다.

여권을 살펴보니 2007년에 이미 기간이 만료되었다.

주민증을 대체할만한 게 뭐가 있나 곰곰히 생각해보다 결국 하루를 그냥 보내고

수요일, 남편이 서울에 볼 일이 있다길래 주민등록증을 좀 갖다 달라고 했다.

학원에서 마지막 수업을 끝낸 게 12시,

방학이라 갈 데가 없는 하은이를 사무실에 두고 온 터라

다시 사무실에 가서 피아노학원에 데려다주고

시청 근처에 있는 남편을 만나서 주민증을 받은 게 2시 40분.

서부면허시험장에서 마지막 시험이 4시까지라고 나와있어서

열심히 열심히 시험장에 갔다.

갔더니.....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번호표를 두 번이나 뽑아놓고 어디 둔지 몰라서 다시 뽑고

마스크도 잃어버리고 아무튼 엄청나게 정신없는 상황에서 접수를 하고 시험을 보려는데

심히 걱정이었다.

 

학원에서 나눠준 예상문제집은 100페이지 가까이 되는데

나는 앞에 20페이지도 다 못읽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노치는 '상식에 따르면 된다'고 했으나

앞부분 20페이지 까지에는 외울 게 무척 많았다.

스탠딩 웨이브니 베이퍼 록이니 뜻을 알 수 없는 단어들도 문제에 나왔고

엘피지가 휘발유보다 대기오염발생이 적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모든 접수가 끝나고 3층에 올라가서 시험을 보라는데

시험장 앞에서 막판 초치기로 열심히 문제집을 보았다.

나는 거기 앉아있으면 부르는 줄 알고 문제집을 보고 있었는데...

그냥 들어가서 시험을 보면 되는 거였다. (하마터면 시험 못 보고 올 뻔)

들어가서 시험을 보았다.

열심히 보고 시험종료를 누르는데 안 푼 문제가 한 문제 있다는 거다.

앞뒤로 열심히 뒤져봐도 모두 풀었는데 왜 그러지?

감독관에서 손을 들어 물어보니 한 문제를 짚어주면서 "안 푼 문제 있네요" 했다.

앞, 뒤, 옆자리 사람들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

자리에 꾹 앉아서 내게 주어진 40분의 시간을 거의 다 쓰면서

말과 말, 문장과 문장, 예문과 예문 사이를 면밀히 분석해가며 문제를 풀었더니 합격을 했다. ㅋㅋ

 

서부면허시험장에서 '합격'이라는 도장이 찍힌 원서를 들고

다시 광명 학원에 가서 시험 접수를 하고 

아이들한테 시험 얘기를 했더니 한별이가 "그럼 이제 운전할 수 있는 거야?" 하고 좋아했다.

얘야....앞으로 두 개의 관문이 더 남아있단다.

일단 네시간 후에 장내기능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그 시험이 끝나면 10시간 도로주행수업을 받아야하고

세번째 시험을 통과해야지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참 하기 싫은 운전이었는데 하다보니 재미가 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어쨌든 이렇게 나도 드라이버가 되는구나.

스무살 시절에 학교 총학생회에서 방학이면 운전수업을 싸게 하곤 했었는데

그 때 같이 수업을 듣자던 선배언니가 엄청 낯설어보였었다.

내가 운전을 할 일은 평생 없을 것같았다.

여전히 큰 버스와 큰 지하철을 두고 작은 차를 몇 명이서만 타고 다닌다는 게

썩 내키는 건 하니지만 강화의 외딴 집에서는 마을로 걸어나오는 데만 40분 정도가 걸린다.

혼자몸이라면 싸목싸목 걸어도 괜찮을 길이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힘든 게 사실.

 

차 살 일도 걱정이라서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마티즈나 모닝같은 작는 차는

새차 값과 중고차 값이 거기서 거기였다. 인기가 많은가봐.

신년가족모임에서 그런 얘기를 듣던 오빠가 차를 주시겠다고 해서 기뻐하는 중.

하지만 오빠가 물었다. "지금 어디 배우는 중?"

대답을 들은 오빠, 차 가져가려면 한참 걸리겠네.

흥, 오빠. 차를 금방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새벽에 남편이 들어와서 잠깐 깨었는데 그 뒤로 잠이 안온다.

머리 속에서 장내기능시험 시뮬레이션이 몇 번이고 돌아간다.

좋은 상상을 해야지 좋은 상상.

나는 네 시간 후에 합격을 하고 도로주행 시간표를 짜고 있을 거야.

좋은 상상을 열심히 해야지.

빨리 잠부터 자고.

 

아 참, 새해에 시작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에서 실천여성학전공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

어제 사무실 선배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래? 공부를 하면 좀 차가워질거야" 하셨다.

작년 내내 가편집 시사회 때마다 걱정을 하시던 감독님은

부산영화제에서의 객석의 분위기를 말씀하시면서 "너는 영화 너무 잘 만들면 안되겠다~"

하며 웃으셨다.

여성학 공부를 하고 싶고 그래서 영화가 좀더 풍부해졌으면 좋겠고....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차가워진다는 말은 영화를 좀더 잘만든다는 말인가요? 하고 물으니

너는 좀 차가워질 필요가 있긴 하지, 하셨다.

 

내가 무엇이 될지는 잘 모르지만 열심히 살고는 싶다.

올 한 해는 <아이들> 상영이 많이 되어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면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기 바라고

그 만남 속에서 배우고, 그리고 대학원에서 배우고....

그렇게 배우면서 또 열심히 살면서 영화도 열심히 만들거다.

마흔 한 살 나의 꿈은 깨어있는 여성주의 영화감독이 되는 거다.

꿈이라는 건 끝없이 두드리고 말하는 거니까

늦었다는 생각 하지 말고 새로이 꿈을 정하고 그 꿈을 두드려보는 거다.

신발 밑창이  닳아지도록 열심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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