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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상 받았어요~

2010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불장군상을 받았습니다.

좋은 작품들이 많아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의 배우들인 하은, 한별, 은별이가

독립스타상을 받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극영화 배우들 중에서 받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어제 폐막식에 도착했는데 로비에서 김동현 사무국장님이

"독립스타상 후보들이네~"라고 말씀하셔서

혹시 올해부터 다큐멘터리 부문까지로 확장된 거 아닌가 하는 기대를 했는데

'혜화, 동'의 배우가 받았어요. ^^

 

독불장군상은 가장 독립영화다운 독립영화한테 주는 상이라는 생각을 해왔고

저는.... 아이들과 일상을 돌보느라 시대정신에 치열할 수도 없었고

('엄마...'때부터 제가 독립영화의 연성화 경향에 한몫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물론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

형식적으로 여전히 올드하고 촌스럽기 때문이지요.

이강현감독의 '보라'를 보고나서

김태일감독님하고 같이 나눈대화는 "우리는 참 순진하다, 그치?"였고

박경근감독의 '청계천 메들리'를 보고 나서

김미례감독님하고 같이 나눈 대화는 "우린 좀 촌스러워, 그치?'

그랬거든요.

 

당황스러워서 수상소감을 뭐라고 말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마 열심히 하겠다고했을 것같은데

어제 밤에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식상한 말이지만 정말 공감이 가는 게

잘했다고 주는 상이 아니라 더 잘하라고...

이 상에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살아가라고...

지난 여름, 아침 저녁으로 버스에만 앉으면 주루룩 눈물이 나던 그 시간에

'나는 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 부터 "나는 왜 아이들을 그렇게 많이 낳았을까?"와 같은

얼토당토없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 자책같은 것을 하곤 했는데

아마도....

앞으로의 시간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걸어온 길보다 쉽지는 않을 것같습니다.

 

도망가고 싶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제가 2010년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 수상자였다는 사실을 꺼내볼께요.

평생 달고가야할 이 꼬리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제가 상을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상도 저를 사랑스러워하도록

상을 주신 분들께도 실망시키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그렇게 열심히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하은, 한별, 은별~!

엄마 상 탔단다~

엄마 영화에 출연해줘서 고마워.

계속 잘 부탁해~~~

 

영화 못 만들었다고 걱정하는 내게 "잘 봤다"고 격려해주시던 윤성혜 음악감독님,

최종편집본보다 더 업그레이드시킬 방안을 같이 고민해주던 미디액트 표용수 기사님,

밤을 새며 화면 한 컷 한 컷을 만져주고 자막을 만들어주던 미디액트 백경원 기사님,

함께 밤을 새며 번역을 해준 수경언니, 미영, 라파엘

그리고...

몇년만에 편집을 하는 내게 편집툴을 알려주고

긴 시간, 나를 견뎌준 조연출 김재영감독님

 

당신들에게 다음 영화를 들고 갈 때엔 좀더 성숙하고 좀더 자라있을 수 있도록 노력할께요.

 

무엇보다 내가 항상 꿈꾸던 곳, 관객과의 대화.

이 영화를 끝내고나면 내가 설 수 있을 그 자리.

그 자리를 떠올리면서 내내 그리워하고 바라던 나의 관객들.

그 공감과 지지와 비판이 제가 살아갈 동력입니다.

항상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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