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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지 한 달도 넘었는데 글이 이제 올라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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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례 "같은 무늬를 가진 당신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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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례(영화감독)
첫애 하은이를 낳고서 식당에 간 적이 있다. 아기를 보느라 남편과 교대로 밥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 아주머니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요즘 애기엄마들은 참 대단해. 어떻게 저런 어린 애를 데리고 식당엘 오냐? 애가 다 클 때까지 참아야지~!" 농사일 때문에 아이를 묶어놓고 들일을 나갔다거나, 자는 아이를 두고 시장을 보고 왔다는 엄마나 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확실히 우리 세대의 육아는 윗세대보다는 편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애 보기 힘들다는 얘기를 하려다가도 슬그머니 입을 다문다.
하지만 그렇게 입을 다물다 보니 나중에는 말이 가슴 밑바닥에 고인 채 굳어가는 듯했다. 선배엄마들한테는 "그게 무슨 고생이라고?"라는 말을 들을까 봐, 결혼하지 않은 후배들한테는 "아기 얘기 좀 그만해"라는 말을 들을까 봐, 하고 싶은 말이 가슴 가득 고여 있는데도 말을 아꼈다. 그러다 영화 <엄마…>를 만들었고, 또 <아이들>을 만들었다. 내가 딸을 둔 엄마가 되어 우리 엄마를 바라보는 <엄마…>나, 세 아이와 함께 지내온 10년간의 육아일기인 <아이들>은 사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평범한 내가 그 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 영화를 만들자,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기억을 불러내었다. <아이들>을 보고 나서 어떤 관객이 썼던 "나도, 그도, 우리 모두 지나온, 기억할 수 없지만 존재했던 시기의 애틋함"이라는 문구처럼, 나는 내 영화가 기억의 문을 여는 문고리가 되길 바란다. 생활의 격랑에 밀려서 당신이 흘려보냈던 그 모든 시간은 고스란히 마음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나의 영화가 당신의 그 반짝거리는 기억들을 불러낼 수 있다면, 그 기억의 문을 여는 작은 문고리가 될 수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이고, 또한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나와 같은 무늬를 가진 당신, 나의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 류미례 감독▒출생 1971년▒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졸업▒수상-2002년 제27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중편우수상/2004년 서울여성영화제 본상▒ 연출 -<친구>(2001), <엄마…>(2004), <아이들>(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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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목록
파란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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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실린 글 읽다 전에 쓰신 다른 글도 읽었네요. 혹시 2006년에 쓰신 육아일기 세 번째 편은 없을까요? ㅜㅠ 꼭 보고 싶어요!!!부가 정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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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게요.저도 찾아볼께요... 그 사이트는 폐쇄가 되어버렸고....제 하드에는 없어서...어제도 예전에 썼던 기획안을 다행히 아는 분이 하나갖고 있어서 얼마나 기쁘든지...^^;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