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방학

애들 방학 첫날.

정말....빨리 개학했으면 좋겠다.

작업보다 더 힘든 게 애들 보는 일.

쉴 새가 없다.

 

여름성경학교를 다녀온 하은이가 아파서

온수리 병원에 갔다가

라면 먹고 싶다고 해서

읍에 생겼다는 자연드림에 가려고 했다.

지금 동네는 수도공사로 온 길들이 다 파헤쳐져있다.

이 공사가 끝나면 우리도 서울시민들과 같은 물을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길로 가야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막혀 있었다.

길은 없고 소들만 멀뚱멀뚱 우리들을 쳐다봤다.

돌아나갈 길이 없어서 후진을 하다가(엄청 엄청 오래 후진을 했다)

사잇길이 있어서 그 쪽에서 차를 돌리려고 했는데...

진창이라 차가 빠졌다.

처음엔 빠진 건지 몰랐는데 차가 앞으로도 뒤로도 안갔다.

 

결국 기어를 2단으로 놓고서 서서히, 세게, rpm의 숫자가 점점 올라가도록

밟고 밟았으나 차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애들은 흙이 앞면 유리창까지 튄다고 배를 잡고 웃었다.

정말...이런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라는 말밖에.

애들은 사람없는 시골길, 흙이 튀는 그 상황이 신기하고 즐거워서 웃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나는 도랑으로 빠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엑셀러레이터를 밟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결국 어찌어찌하여 나왔다.

 

4월에 도랑에 빠진 후에 한동안 오솔길 가는 거 무서워했었는데

이로써 뭔가 레벨업 된 듯.

피하지 않고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내가 해결해야할 과제를 담담하게 마주보기.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오직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상황.

깔깔대고 웃는 아이들에게 공포를 전염시키지 않으면서

진창에서 빠져나오기.

오늘 내가 했던 일.

장하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