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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둘째언니가 이혼을 원할 때

당시 가장이었던 오빠는 말했다.

0서방이 바람을 피웠냐,  때리기를 했냐, 도박을 했냐

도대체 니가 왜 그러는 거냐.

모든 가족들의 반대를 알고서도 언닌 씩씩하게 이혼했고 씩씩하게 잘 산다.

 

전 둘째형부, 언니의 전남편을 가끔 성공회대에서 만난다.

그는 나름 진보적인 학자니까.

89학번인 나는 그가 번역한 책으로 세미나를 하며

우리 형부가 진보적인 학자라는 걸 자랑스러워하기도 했었다.

스무살 시절엔 그랬다.

 

바람이나, 폭력이나, 도박이 아니더라도

남편,이라고 불리는 존재랑 살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주변인들은 비슷한 어투로 책망한다.

네가 왜.....라고.

바람과 폭력과 도박 말고도

못견디겠는 모습을 직면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삶은 그토록 무거운 건지

세세한 거부감에 대해서는 마음쓰는 걸 경계한다.

 

옥상에서 오래오래 저수지의 야광찌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별은 늦은 밤에 엄마를 불렀다.

나는 내 아이의 부름에 스르르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위해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바람이나 폭력이나 도박같은 큰 일 말고는

조용히 견디는 듯.

그렇게 삶은 계속되고

그렇게 이 체제는 유지되는 듯.

 

오늘 밤.

나의 비겁을 체감한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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