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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숨이 멎는 것같은 이 아픔 어찌해야 하나

 

 
[현장] 삼성반도체 근무 고 이윤정씨 노제... 삼성, 운구차 가로막아
12.05.10 13:12 ㅣ최종 업데이트 12.05.10 13:12 조정훈 (tghome) / 유성호 (hoyah35)

 
 
  
고 이윤정씨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엄수된 노제에서 남편 정희수씨가 아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들 뒤쪽으로 고 이윤정씨의 영정사진이 운구차량에 놓여져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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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윤정씨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엄수된 노제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 삼성일반노조, 시민들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이들은 손에 국화와 '산업재해 인정하라', '이윤정을 살려내라' 등의 피켓을 들고 삼성의 사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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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지금 나는 마음이 무너진다. 많은 이들이 하는 말처럼 이제는 아프지 말고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너 없이 살아가야 할 아이들과 나를 두고 먼저 간 너를 원망해야 하는건지… 머리는 어지럽고 숨이 멎는 것 같은 이 아픔을 어찌해야 되는지 너무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기까지 하구나."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투병 중 숨진 고 이윤정씨의 시민사회장 영결식과 노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서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노제에는 고 이윤정씨의 남편 정희수씨와 두 자녀, 그리고 유족들과 삼성일반노조, 피해자 가족,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삼성은 사과하라', '삼성은 또하나의 가족을 죽였다', '이윤정을 살려내라' 등의 글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날 참가자 만큼이나 되는 직원들을 동원해 삼성 본관 앞을 가로막았고, 도로에서도 운구차를 가로막고 1시간 30분 동안이나 움직이지 못하도록 방해해 유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고 이윤정씨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엄수된 노제에서 한 시민이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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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윤정씨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엄수된 노제에서 고인의 시어머니 김정숙씨가 오열하며 삼성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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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윤정씨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엄수된 노제에서 춤꾼 이삼헌씨가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진혼굿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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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제는 '건강한 노동세상' 장안석씨의 사회로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가 고 이윤정씨의 약력을 소개하고 이씨의 막내동생 이상섭씨의 마지막 편지글 낭독, 이적 시인의 시낭송, 조사, 남편 정희수씨의 고별사 등으로 진행됐다.

 

장안석씨는 "이윤정씨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웨덴 등의 노동안전 활동가들이 삼성과 정부에 산업재해를 인정하라는 공식적인 서한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 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공정한 전자산업을 이야기하는 회의가 진행 중인데 18개국 38명의 참가자들이 "정부는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삼성은 이윤정씨에게 사죄하고 작업환경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종란 노무사는 "우리가 사랑했던, 2년 동안 같이 아파하고 함께했던 윤정씨가 죽었다, 우리는 삼성에서 직업병 사망자가 55번째라고 이야기하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며 "훨씬 많은 삼성 노동자들이 죽어가는데 정부는 왜 조사를 안 하나? 우리 반올림이 무슨 힘이 있다고 제보가 우리한테만 들어오는지 우리도 정말 괴롭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정부가 나서 삼성의 산업재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생 이상섭씨는 누나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통해 "차라리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인 내가 아팠으면 나았을걸…왜 하필 누나가 그런 몹쓸 병에 걸려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힘들어해야 했는지 모르겠어"라고 울먹였다. 이씨는 "부디 그곳에서는 아파하지 말고 외로워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누나는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했고 앞으로도 생각할거야, 사랑해 누나…"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기흥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사망한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대신 읽은 이적 시인의 시 '아들에게'는 읽는 동안 이날 노제에 참석한 모든 사람을 눈물짓게 했다.

 

"여덟살짜리 아들이 묻는다

엄마는 아직 서른두살인데 왜 죽었냐고

아들아 엄마는 죽은 것이 아니라 불의한 세상구조에 맞서 싸우다 잠시 안식을 취하는 거란다

여덟살 아들이 다시 묻는다

엄마가 싸운 불의한 세상이 뭐냐고

.

.

.

아들아 울지 말자

엄마는 죽은 것이 아니라 정의의 세상이 빨리 오도록 우리에게 부활의 몸짓을 하는구나

엄마를 보낸 다음 우리 다시 싸우자 그리고 싸워서 이겨 엄마에게 편지를 쓰자..."

 

고 이윤정씨를 보내는 남편 정희수씨의 얼굴은 많이 부어 있었다.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엄마 잃은 진수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아들 진혁이도 따라 울었다. 그러자 딸 진수가 아빠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아빠 울지마..."

 

정씨는 이날 아침까지도 삼성에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했다. 정씨는 "오히려 노제를 지내려고 하니 직원들을 동원해 도로에서 차를 못 대도록 방해하고, 인도까지도 차지하는 비열한 모습에 더욱 화가 난다"고 했다.

 

정씨는 아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통해 "너를 보내기 위해 나는 아직도 아무런 준비를 못했는데…"라며 "이렇게 후회만 하면서 바보같이 슬퍼하는구나, 우리 만나 사랑하고 아이들 낳고 키우면서 행복했던 것만 기억하자"고 울먹였다.

 

한편 서초서 정보계장은 고인의 운구차 앞에서 유족들을 향해 "잘 하시라고… 고인을 위해 엄숙하게 하는데 잘 하시라고. 기사분, 잘 하셔야 돼. 잘 지켜서 하란 말이야"라며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심기를 건드리기도 해 잠시 말싸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노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삼성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조화를 삼성본관 쪽으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1시간여의 노제를 마친 유족들과 참가자들은 고 이윤정씨의 장지인 경기도 화성 천주교 비봉추모관으로 떠났다.

 

  
고 이윤정씨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 삼성일반노조, 시민들이 노제를 마친뒤 고인에 대한 삼성측의 한마디의 사과가 없자, 손에 든 국화를 삼성 본관으로 향해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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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 삼성일반노조, 시민들이 고인의 죽음에 대해 삼성측의 한마디의 사과가 없자, 삼성 본관으로 향해 던진 국화 꽃이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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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윤정씨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엄수된 노제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 삼성일반노조, 시민들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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