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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오 나쓰오

친구 덕분에 새로 알게된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구내서점에 갔는데 없었다.

다시 주문하기도 그렇고....사실 그 때 논문을 막 끝낸 상태라

미야베 미유키의 문장들이 간절했으므로 사려고 했던 거였지만

주문을 하고 일주일을 더 기다려서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주문은 하지 않았다.

다니는 도서관마다 책이 없거나, 있어도 이미 대출 중이라 예약을 해야하는 상태.

예약을 해두었지만 연락은 오지 않는다.

그러다 친구가 짐을 줄인다고 쌓아둔 버린 책 더미에서 발견한 기리오 나쓰오의 책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이 컴컴한 세상에서도 따뜻한 손길 하나를 마주잡는 느낌을 건넨다면

기리오 나쓰오의 소설들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 잠을 이룰 수 없게 한다.

봉준호와 박찬욱의 차이라고나 할까...

박찬욱 영화를 보고 나서의 그 쓸쓸함과 심란함과 절망 같은 거.....

대부분 여성인 주인공들은 시작점보다 늘 더 어둡고 축축한 곳으로 추락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이상심리와 질투에 찬 여성들의 적나라한 감정들은

내 삶의 어느 국면에서 한 번쯤 빠졌던 나의 바닥을 상기시키고

그래서 괴롭다.

삶은 그렇게 비루하고 혹독하며 잔인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달달한 이야기들의 끝에서 내 삶의 남루함을 바라보며 무기력증에 빠져있다가

바닥까지 가라앉게 만드는 이런 이야기들을 거친 후에 담담해지는 나를 느낀다.

의외다.

 

나만 그런 거 아님. 역자도 이렇게 말하고 있음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내면의 괴물적인 본능이나

충동을 이 소설은 깊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치유하게끔 한다.

어쩌면 그것은 망가져가는 주인공들을 내려다보면서 우월감에 젖어들거나

혹은 그런 괴물적인 인간과는 무관한 자신에 대한 안도감일지도 모르지만.

요컨대, 이 작품은 인간 모두의 내면에 스며들어 있고,

또 장차 스며들 여지가 있는  '현실의 균열'을 바로 보게 하고,

도려내어 주는 철두철미한 작품 구성과 표현이 돋보이며,

바로 그런 점이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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