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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https://t.co/q3qIR5st2a

J와 함께 만든 영상.

함께라기 보다는 J가 거의 다 함.

<금요일에 돌아오렴>의 문장을 뽑아

간자막으로 쓰려고 했는데

책장을 펼쳤으나 세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 포기 포기

그러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책을 다시 찾으니

책이 없어 다시 사야만 했던.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시간이 부족하자

어느 순간, 감정이입없이 문장을 뽑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약간 놀람.

이제 다음은 탈핵.

 

세월호 영상과 관련해서는

인터뷰 도중 절제하지 못했던 태도를 반성하며 스스로 근신 결심.

2014년 4월 16일 이후 안산이나 분향소는 계속 피해다녔던 게

그 앞에 말끔한 얼굴로 서있을 자신이 없어서였는데.

용케 미디어교육도 하고 생존자 학생과 만나서 서로 웃으며 얘기도 하고

분향소에 가서 몇 백개의 영정 앞에 담담히 서있기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견디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200일> 때에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이를 잃은 부모 앞에서 내가 과연 숨이라도 쉴 수 있을까 

그런 생각과 걱정들이 현실 안에서 조금씩 사그러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2주 전에 소리내어 울었다.

인터뷰를 하던 K엄마는 그런 나에게 "선생님이 더 많이 우시면 어떻게 해요?"라며

눈물을 닦으며 물었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지.

돌아와서 팀에 인권실태조사 촬영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조사를 해야하는데 울고 앉아있으면 울음바다가 되어버릴 것같아서.

나는 원래 부모 담당이었다.

포기하고 지내다 오늘, 아니 어제 촬영을 가야했다.

그 때 시간있는 사람이 나라서.

일곱명의 남자들. 몸에서 말에서 행동에서 남성성이 넘치는 그들이 지나온 시간을 말했다.

너무나 안타까워서 한 명이라도 구하고 싶어서 달려갔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이야기하고 신체의 고통을 쏟아놓았다.

그리고 국가에 대한 배신감, 훼손된 자존감에 대한 고백들.....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는 어떤 분은 이렇게 말했다.

"아디다스 추리닝만 보면 미쳐버릴 것같아...."

 

천안함 때 두 명의 희생자를 수습했다던 분이 말했다.

"나는 지금도 그 상황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죽어있었는지 지금까지 선명해요.

그런데 이번엔 몇 백명의 죽음을 보았어요.

내가 수습했고, 다른 누군가 수습하면 몸은 괜찮은가 함께 가서 보았고

그렇게 수많은 죽음을 내가 다 보았는데..... 

이 기억은 언제까지 갈까요"

듣던 다른 사람이 말했다. 죽을 때까지.

 

수면유도제를 먹어야 잠이 든다는 사람들.

골괴사로 8개월째 일도 못하고 있어서 생계가 막막하다는 이 사람들.

그러면서도 말한다.

"유족들이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경제적 문제를 얘기합니까..."

착한 사람들.

인터뷰를 진행했던 사람이 말해주었다.

화물차 운전자들도 한 달에 몇 백만원씩 차량대금을 물어내면서도

생계수단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려 벌이가 없으면서도

보상은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유족들도 있는데...." 라며.

 

마지막 질문.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혹시나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났을 때

구조활동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외면하라고 할 것입니다. "

"길에 쓰러진 사람 부축했다가 그 사람이 죽어있으면 내가 살인자로 몰릴 것입니다"

아아...국가는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오직 자신의 특기로 생명을 구하고 싶어서 뛰어온 이들을 

그렇게까지 길어질지 몰라 갈아입을 옷도 가져오지 않은 채 달려온 이들을

국가는 헌신짝 취급하며 내버렸다.

그런데도 그들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말하며 

자신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세상에는 보이는 악보다는 

보이지 않는 선이 더많다,

라고 말하면서도 

그 말이 결심같다고

주문을 외우는 것같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정말이었다.

그토록 많은 선이 존재하고 있고......

그리고 고통당하고 있다.

 

당신의 슬픔과 고통은 내게 그대로 전해오는데

우리들의 귀기울임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나요?

슬픔은 번지기만 하고

묽어지지는 않는 것같아요.

당신의 아픔이 전해져서

내가 아픕니다.

내가 아픈게 당신에게 위로가 될까요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돌아오는 동안 내내 함께 했던 생각.

답은 없음.

그리고 나 또한 불면의 밤.

나는 이제 울지 않는다.

다만 목 아래까지 물이 차오른 것같다.  

눈물은 흐르지 않으나 목울대가 아프고 귀 뒤쪽이 뻐근.

모두들 이렇게 참고 살아가고 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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