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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9

오늘 일정

1. 10:30~1시 선정회의
2. 3~5시 복지관 강의
3. 밤 8~10:30 <아이들> 상영 및 씨네토크
 
1. 
장애코드로 콘텐츠를 읽는다는 건
코드가 먼저이기 때문에
기술적 완성도는 부차적인 고려요소가 된다.
문제는
기술적 완성도는 누구나 느낄 만큼
가시화되기 쉬운 요소인 반면
장애코드 혹은 장애인권감수성은
현실의 경험과 미학적 체험에 있어서
끊임없이 갈고 닦으면서
예민하게 깨어있어야 
겨우 얻을 수 있다는 거다.
 
독립/ 영화/ 감독이자
2000년부터 장애코드로 문화생산물들을 읽어온
나는
미학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주류적 혹은 보편성이라는 이름의 고정관념과는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같은 회의는 힘에 겹다.
나와 같은 자리에 서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늘의 멤버는 
대형포털 모금 담당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
사회복지학과 교수.
하지만 가끔씩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오늘은 그 발견의 기쁨에 기대를 거는 걸로.
공모작들은 전반적으로 테크닉은 뛰어났지만
인권감수성에 관해서는
내가 가진 막들을 미세하게 떨게 하거나
혹은 찢어발기기까지 했다.
기쁨을 기대하며
 
2.
싼, 혹은 댓가없는 글쓰기를 하는 행위는
가끔 오늘의 교육 같은 것으로 되돌아온다.
글을 본 이들이 교육을 요청하는 거다.
오늘 교육은 저번에 망한
국립재활원 교육의 재탕이다.
재활원 교육이 망한 이유를 나름 분석한 결과;
학회에서 주로 통용되는 20분 발표는
나한테는 낯설다.
대부분 1시간 이상이 할애된 강의만 해오다가
20분 안에 내용을 전달하는 거 힘들었음.
특히나 동영상클립을 튼 게 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그래서 스틸컷 띄워놓고 설명만 하자고 다짐.
근데 오늘은 2시간을 쓸 수 있다.
그러니 국립재활원 강의의 애초 의도대로
오늘은 해볼 수 있는 거다.
연구자들처럼 담론이 발달하지 못한 내가
청중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은 
데이터다.
해당 영화의 중요 포인트를 클립으로 준비해서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내가 그나마 잘하는 일이다.
 
한 번의 강의가 성공하면
전국화된다.
저번 국립재활원 강의는 그럴 수 있는
좋은 계기였는데
망했다.
모자란 시간 안에
허둥지둥 강의를 마치면서
나는 내게 주어졌던 기회가
연기처럼 스러지는 것을 느꼈다.
 
오늘의 강의는.....
어떨까?
 
3.
어제 촬영감독과 강화를 돌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운대가 있나봐. 요즘 이상해"
라고 말해놓고나니
진짜 요즘 이상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이번 주만 <아이들> 상영 두 번.
다음 주 한 번.
그리고 9월, 10월에 각각 한 번.
2012,2013년에 대학원 학비를 충당할만큼
전국을 돌아다니며 신나게 상영했는데
그 후로는 뚝 끊겼다.
그리고 2016년,
상영기회가 꾸준히 생기니 좋음.
오늘은 나의 히로인인 하늘양과 같이 가는 걸로.
 
4.
내가 바쁘면 집안이 엉망이 된다.
발 디딜 틈이 없다.
어제 오늘 두 번이나
남편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
어제 저녁에 전화를 해서
촬영감독을 서울가는 버스 타는 데까지 
바래다주고 오겠다고 했는데
김포에서 돌아오는 길에 받은 남편의 전화는
"지금 어디야?" 였다.
그러니까 내가 두시간 전에 한 말을
까맣게 잊은 거다.
 
어제부터 오늘아침까지
오늘 하루는 이동거리가 너무 많은
세 가지 일이 겹쳤다고 세 번 정도는 말한 것같은데
아침에 개학한 큰애와 나갈 준비를 하는데
왜 그렇게 빨리 가냐고
아래 두 애들은 누가 데려다주냐고 물었다.
 
2013년 실직 후 내 말에 귀를 좀 기울이더니
이제 일이 잘되나보다.
내 말을 안 듣는다.
네가 그럴 거라는 걸 예상은 했는데
정말 그러니 좀 맥이 빠진다.
 
그래
나 지금 여기 서있는 거야.
투명인간으로.
 
5.
나는 왜 쓰는가.
기억하기 위해.
나는 왜 쓰는가.
나와 같은 자리에 있는
나와 같은 무늬를 가진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구글과 빙과 다음과 네이버에
내 이름을 쳐본 후에
이 블로그로 연결되는 글들을 다 지우고 있다.
어떤 신부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내 블로그를 링크해두어서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하루는
검색으로 나오는 그 사람과는 다른 존재이다.
세글자 이름을 가진 그 사람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연결시키지 말아주세요...
하루가 아닌 세 글자 이름의 그 사람에게
하루의 이야기를 발설하지 말아주세요...
나는 하루입니다.
당신이 모르는.
리얼 스페이스에 없는.
오직 이 곳에만 있는.
 
당신이 그 약속을 지켜준다면
저는 더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텐데요.
내가 겪고 내가 기억하고 내가 만들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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