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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사무실에 온 익명편지를 moon이 전해주었다.

두 통이었는데 moon이 보지 말라고 그랬다.

자기도 읽다가 그냥 포기했다고 했다.

발신인 주소는 그동안 예술의 전당, 이룸센터, 한예종이다. 

한 군데는 어딘지 잘 모르겠다.

참 애쓴다 싶다.

 

내게 편지가 왔다고 알려준 다른 단체의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읽다가 도저히 더 못 읽고 그냥 접어서 서랍에 넣어두었다는 거다.

단어와 문장에 배인 증오가 그토록 강렬하다. 

그건 내가 이미 두 번 겪었다. 그래서 다시는 편지를 열지 않으리라.

내가 먼저 전화해서 "혹시 이상한 편지가 왔나요?"라고 물으니

머뭇거리다 대답을 했던 한 사람은

"자기 이름도 밝히지 못하는 그까짓 편지!

버릴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갖고 있다"라고 했다.

형사와 연결이 되었다.

다른 단체들이 받은 편지를 부탁해서 받기로 했고

사무실로 온 편지들을 모아서 건네기로 했다. 

앞으로 사무실로 오는 편지는 가능한한 뜯지 말고

그대로 전달해달라고 형사는 말했다.

 

누가 편지를 보내는지 알 것같다.

그녀는 망상이 심해서 주변 사람들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만 모른다.

최근에는 어떤 남자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녀서

"아니 1년에 한 두번 보는데 좋아하고 말고가 어디있냐"고

그 남자는 어이없어하며 황당함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망상이 안됐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독기를 품고 내게 전해오니 

호의든 악의든 망상이라는 건 참 상대방을 피곤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 남자도 피곤해했었는데. 

 

학자든 활동가든 50대가 넘어서면 어떻게든 자기 자리를 마련해보려고 한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자리는 없는 그녀.

활동하는 영역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아무개보다 내가 더 열심히 활동하는데 아무개만 뜬다고 불평을 하며

어느 해인가는 집회사진에  왜 아무개 사진이 더 크게 나왔냐고 

신문사에 전화해서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고.

 

동지라 불리는 이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망상과 질투가 심해서 한 번 일한 사람은 다시 함께 하자고  청하지 않아서

그러니까 어디에서도 불러주지 않아

작은 단체 하나를 꾸린 그녀는

어떻게든 세상에 알려지기를 열망한다. 

 

자기가 경쟁자로  생각하는 아무개는

(아무개를 그녀의 경쟁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망상그녀 뿐이다.  

그 아무개는 진영과 출신에 무관하게 모두가 존경하는 이다) 

총선 때면 비례후보로 뽑히며 진영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되는데

자기가 꾸린 작은 단체는 여전히 위태위태.

다른 이들의 노력을 착취해서라도 이름을 높이고 싶은데

그 착취에 대해 성원들이 문제제기하고

결국 그 성과는 자기 것이 되지 못했다.

누구든 한 사람이라도 걸려라,라는 그 마음에

그 한 사람이 내가 된 것같다.

친구도  동지도 한 명씩 떠나가고

단체는 어렵고

그 안풀리는 상황이 다  어떤 한 사람 때문인 것같다.

그래서 모든 증오를 그 한 사람에게 퍼붓는다. 그게 나다.  

그녀가 가엾다.

편지와 관련해서 만난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그녀와 얽혀있었다.

이번에는 편지라는 방법인 거고

그전에도 그렇게 누군가를 집중 미워하며 집중 흉을 보고 다녔다고.

내가 만난 사람들은 자신들도 그렇게 집중적으로 미움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왜 가만 있었어요? 물으니 대답했다. 

불쌍하니까.

 

나는 그들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무시할 게 아니라

잘못된 행동은 지적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들어가고 되는 일은 없고

입지는 점점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그녀의 남탓하기는 더심해지고

결국 현재 내가 당하고 있는 이런 상태까지 야기한 거다.

내게  가하고 있는 그녀의 행위는 범죄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 대해서 잘 모르니

다른 사람들처럼 불쌍해하며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물이 있으면 치운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다.

역겹고 힘들더라도 치워야지 뒤에 오는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 

나는 그런 면에서 그녀에게 비슷한 피해를 당한 다른 이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방치가 그녀를 더 강화시켰고 

그들의 방치가 그녀의 병증을 더 악화시켰다.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처벌이 필요하면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그것이 그녀를 위하는 일이다. 

 

쌓이는 편지만큼 그녀에 대한 증거 또한 하나하나 쌓일테니

편지가 오는 걸 오히려 반겨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이 사건이 종결되고나면

그녀는 그녀가 가진 그 하나의 조직마저 잃게 될 것이다.

운동사회의 기본은 도덕성이니

그녀는 사회적으로 매장된 채 쓸쓸한 여생을 보낼 것이다. 

안됐지만 그건 내탓은 아니다.

자기를 성찰하지 못하고

밖에서 원인을 찾던 이가 직면하게 되는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일 뿐이다.

 

당신은 지옥문을 연 거다. 돌이킬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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