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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

모두 잠든 이 밤에

배가 아프다.

이럴 줄 알았다.
내내 먹는 게 신경쓰이더니
결국 아프다.

웬만하면 약을 안먹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구급약통을 뒤져보는데
소화제만 없다.

누웠다가 그래도 너무 아파서
다시 여기저기 뒤져보는데
오래 전 ms가 일본출장길에 사다준
약이 있다.
잘 체하고 배변이 잘 안되는 나를 위한 특효약이라며 
ms가 선물한 이 약을
나는 뜯지도 않았다.

이 새벽에 어쩔 수 없어서
먹긴 했는데
일본어는 몰라서 
지금 나한테 맞는 약인지 모르겠다.
그림이나 드문드문 아는 한자 몇개로 추측해보자면
변비약인 듯도 한데
어쩔 수 없어서
다른 방법이 없어서 먹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약을 먹고 핫팩을 배에 대고 끙끙 앓으며 ms생각을 잠깐 했다.

인터넷에서 그녀의 이름을 가끔 보고

한 번은 마주치기도 했다.

그 때 나는 그녀를 공기인양 무심한 얼굴로 스쳐지나갔다.

그녀의 얼굴은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네.

우리는 2011년 이전, 서로를 몰랐던 때처럼

스쳐지나갔다.

한때 많이 좋아했고 많이 존경했지만

그녀는 나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실망할 수 있는 모든 계기들을 다 선물했다.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것들이 뒤집어진다. 

가라앉아있는 것들은 다양한 감정들의 분말.

그리움이나 애틋함은 한 두 개 정도.

분노나  배신감이나 슬픔, 혹은 후회같은 것들이 백만개 정도.

......
 

아픈 밤은 참 길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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