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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1.

매주 수요일에 학생들과 면담을 한다.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이 많아서 좀 지친다.

7시간동안 7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그들의 과거, 그들의 현재, 그리고 

땅에서 1cm정도 떠있는 상태에서 고민하는 영화의 모양새들. 

해마다 반복해서 해마다 모든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앞으로의 1년, 혹은 2년

졸업작품을 만드는 시간은 삶의 다양한 태도를 배우는 순간이기도 하다.

당신의 작업은 당신이 가장 잘 안다.

나는 같이 걷는 사람일 뿐.

이렇게 한발한발 앞으로 가다보면

중간에 벽을 만날 것이다.

작업의 질은 벽에 부딪치는 순간의 태도로 결정된다.

거기서 봉합할 수도 있다.

거기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그 벽 너머로 가고 싶어서 온갖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의연하게 그 순간을 맞기를 바란다.

졸업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정해진 시간 안에 펼치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시뮬레이션게임일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졸업작품을 만들 수 있는 당신들이 정말 부럽다...."

 

어제는 14세부터 18세까지

나와  비슷한  삶의  태도로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남.

이미지메이킹.

시골뜨기였던 내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식.

홀홀단신의 몸으로 미국유학을 떠났던 그 애가 선택한 방식.

이미지메이킹을 하면서 만들었던 페르소나가

안감과 겉감처럼 딱 붙어버린  46살의 나.

너는 그렇게 살지 마. 너의 일부를 절대로 포기하면 안돼.

너는 아직 20대잖아.

 

그런데 이렇게 말해놓고 갑자기 후회가 됐다.

함부로 삶에 관여하는 건 꼰대들의 방식.

꼰대가 되어버린 건가.

조심 또 조심.

 

2.

김연수는 모든 삶은 스무살의 반복이거나 재현이라는 말을 썼다.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의 처음을 대부분 스무살에 만난다는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좀 다를 수도  있겠다.

김연수와 같은 사회적 나이를 가진 내게 그 말은 맞다.

스무살에 모든 처음을 다 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면 그 즈음 어느 순간이 떠오른다.

스무살의 어느 밤에 89학번들의 아지트였던

SH의 방에서 반복해서 듣던 이 노래.

볼빨간사춘기의 음성으로 다시 듣는다.

고마워요 나뭇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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