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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현실이 꿈에 스미고 꿈이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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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07
    세 조각
    하루

세 조각

<민족예술>에서 일할 때 편집장은 가끔 내게 "네 머리속을 한 번 들여다보고 싶어. 너의 뇌는 특이할 것같아"라는 말을 했었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 내 머리 속을 한 번 들여다보고 싶어. 그런데 꿈이 머리 속에서 나오는 거야? 아닌 것같아.

1. 

미디어교육사 재교육 멘토링을 했던 나, O, J가 숲 속 별장 앞에 서있었다.  거기에 형광색 제복을 입은 열 명의 남자들이 줄을 맞춰 서있었다. O와 한 명의 제복이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앞 부분 언쟁은 놓쳤고 그들에게 다가서는 나를 보며 언쟁을 벌이던 제목이 "당신들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내가 친절한 목소리로 "저는 강화도에서 왔구요, 이 분은...."하면서 설명하려는데 O가 "당신은 지금 레드커뮤니케이션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며 내게 대답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제복 중에 우두머리 격인 사람과 J는 한 켠에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J는 방관자적 태도임에 반해 우두머리는 여차하면 우리를 잡아가거나 할 기세. 언쟁을 벌이는 제복은 다소 무례하게 때로는 사정조로  나와 O를 벌갈아보며 말을 한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 겁니까, 그런 것도 못 물어봅니까?" O는 강경하게 말한다. "당신이 묻는 내용들은 사소한 것같지만 당신은 이미 우리를 어떤 프레임 안에 몰아놓기 위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답하지 않겠다! "

언쟁하는 제복은 그냥 넘어가고 싶어한다. 그에게 우리의 정보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물론 O의 말도 맞다. 이미 제복이 저질러놓은 일을 그냥 넘어가는 것은 우리의 자존감, 우리의 원칙에 스크래치가 나는 일이다. 꿈 속에서의 내 입장은 이렇다. 

 

O가 지키고 싶어하는 것을 지켜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실 우리는 더 큰, 더 중요한 일을 앞두고있다. 여기서 지체하는 시간이 아깝다. 무엇보다 예의 주시하고 있는 제복들의 우두머리가 헤까닥해서 난동을 부리면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중요한 일을 못할 수도 있다. 이들은 우리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일을 방해할 힘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그렇다고 내가 처음에 했던 태도처럼 "저는 강화도에서 왔구요~~" 하며 생글생글 웃으면서 넘어가는 것도 적당치않다. 훼손된 자존감을 어떻게든 복원하는 것, 하지만 이 상황을 잘 넘기는 것, 두 가지 다를 위해 지혜롭게 대처해야한다. 

 

2.

반짝거리는 대형 병원의 넓찍한 로비에서 나는 깨어났다. 나는 방금 큰 수술을 마쳤는지 수술용 가운을 입고 누워 있다. 저 쪽에 선생님이 보이는데 선생님은 다른 일로 바쁘고 뒷모습이 냉정하다. 방치된 느낌이다. 그런데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옷을 여며주고 이불을 덮어준 후 라디에이터 위에 침상을 올려서 따뜻하게 해준다. 나는 너무나 고마워서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아주머니가 말한다. "나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요. 저기 저 선생님이 당신이 깨어나면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 거니까"  

 

3.

가로등 빛이 없는 캄캄한 버스정류장에서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나 말고 대 여섯명의 사람들이 더 서성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세 대의 버스가 연이어 온다. 가장 첫번째로 도착한 버스는 가장 가까운 전철역까지 가는 버스인데 초만원이다. 정류장에 서있던 사람들 모두 그 버스에 타기 위해 줄을 선다. 나도 그 버스를 타기 위해 줄 안에 서있다. 승객이 너무 많아 쉽게 들어서지 못해서 버스타는 일은 지체된다. 나는 줄 뒤쪽에 서서 생각한다.

'어차피 나는 다시 공항철도로 갈아타야하니 꼭 가까운 전철역에 갈 필요는 없어. 일단 4호선을 타야하니까 다른 버스를 타도 되잖아'

그래서 나는 승객이 좀더 적은 다른 버스를 타려고 줄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다른 두 개의 버스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그냥 떠나버린다. 나 빼고 모든 사람들은 그 빽빽한 버스를 타고 떠나버렸다. 캄캄한 버스정류장에서 홀로 남겨진 나는 내 결정을 후회하며 서있다. 사람이 얼마 없는 버스들이 연이어 온다. 타려고 다가가니 대중교통용 버스가 아니라 회사버스라 나는 탈 수가 없다. 버스는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한 대의 버스가 오는데 그 버스는 사당으로 직행하는 버스이다.(현실에서는 아닌데 꿈 속에서는 사당에 공항철도가 있다 ^^). 얼른 그 버스를 타고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서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이 버스의 존재를 모르는 거지? 어쨌든 다행이다. 집에 편히 갈 수 있겠구나"  

 

내러티브가 있는 꿈을 분석하는 일은 무척 재미있다. 오랜만에 꿈 해설가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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