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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7
    그 페미니즘
    하루

컴백홈

떠돌고 떠돌다 다시 집으로.

 

집 밖으로 나가니 험한 일들이 널려있더군요.

예를 들면 이런 일  그런게 입에 똥을 무는거라면.. .

이글루스 탑에 걸려있던 저 글에

제가 처음 스크랩 했던 글이 자동검색에 걸려서 간이 콩알만해졌다는....

그런 스스로의 비겁이 싫어 공들여 글을 쓰다가 결국 포기.

그 후 입은 꽁꽁 닫혀버렸어요.

 

어쨌든 개학으로 경황은 없고 쑥스럽지만 이렇게 다시 시작.

한다고 말을 해놓으면 닫힌 입이 좀 풀리지 않을까 싶어서요.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채 잊혀지는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한 달 동안 겪으면서 생각한 것들은 차차 풀어낼께요.

 

그리고 광고.

푸른영상과 함께 다큐보기가 있어요.

 

언제 : 8월 29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장소 : 푸른영상 02) 823-9124

상영작 : <필승 Ver2.0 연영석>



 

높낮이없는 세상을 노래하는 음악 다큐

태준식 감독의 <필승 연영석>


영화 바깥 이야기부터 하자면 태준식 감독은 나의 스승이다. 1997년, 내가 다녔던 비디오제작학교의 선생님이었으며 그 해 여름, 초등학생들과 함께 했던 영상캠프에서도 조담임이었던 나를 이끈 책임강사였다. 한편으로 그는 독립다큐멘터리계의 전설이기도 하다.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면 녹화가 실행되기까지에는 미세한 시간차가 존재하는데(통상 0.3초 정도라고 한다) 태감독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초점, 화이트밸런스, 노출을 맞춘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는 내가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했던(결국은 퇴짜를 맞았던)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 학생시절부터 이미 활동을 시작했던 사람이다.

 

영화 주인공 연영석씨는 서른 살이 넘어서 음악을 시작한 미대 출신의 예술가이다. 지금까지 3장의 앨범을 발매하였고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 주요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그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였는데 그는 여전히 이주노동자,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과 가장 가까이 결합해 있는 민중가수이기도 하다. 밀려난 이들의 피로한 영혼을 위로하며 그들과 함께 높낮이 없는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

 

<필승 연영석>은 이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많은 기대를 품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는 돌지 않는 환풍기 아래, 두 세 명이 일하는 작은 섬유공장에서 시작한다. 한국에 온 지 15년 되었다는 이주노동자 검구릉씨는 말하는 사이사이, 기침을 컹컹 거리며 고용허가제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현재를 말한다. 그리고 식사를 한다. 그가 먹는 것은 빵과 우유. 두 세 입에 자취를 감춰버리는 작은 빵을 검구릉씨가 묵묵히 먹는 그 조용한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솟는다.

 

영화는 그런 식이다. 두 줄이 넘지 않는 건조한 자막으로 우리가 무수히 들어왔을, 그러나 누구도 기억 속에 담아두지 않았을 노동현실들을 언급한다. 이주노동자 검구릉,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 KTX 여승무원노동자, 이랜드비정규여성노동자, 레이크사이드 CC노동자……. 이들이 6박 7일간의 총파업 농성이나 800일이 넘는 천막 농성, 잡혀갈 위험을 감수하는 거리시위 등을 통해 얻은 것들, 혹은 얻고자 하는 것들은 허무할 정도로 당연하다.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겠다는 사측의 약속, 혹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 그리고 동일한 노동에 차별없는 처우를 원하는 것 정도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이 땅에서는 여전한 차별과 그보다 더한 무관심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연영석씨의 노래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그 모든 등장인물들을 한 줄로 엮어주는 끈이 된다. 그리고 그는 그 노래를 들고 그들의 현장에 함께 한다.

“음악이 너무 좋은 거야. 살면서 가슴이 움직일 때가 세 번 있었는데. 한번은 미술. 한 번은 운동. 한 번은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을 때”

 

그러나 그는 “이주노동자를 만나고 파업현장에 가더라도 그건 음악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한다. “음악을 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지만 음악을 하지 않았다 해도 그건 세상을 보는 눈”이고 “노동해방을 하고 계급을 얘기하더라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그의 음악에는 담겨 있다. 그래서 그는 기타 없이 집회에 참석하고 웃는 얼굴로 핸드 마이크를 머리에 인 채 함께 투쟁의 대열에 선다. 그는 노래로만이 아니라 평등세상을 꿈꾸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필승 연영석>은 다큐멘터리 ‘필승’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2003년 주봉희(현 민주노총 부위원장. 당시 방송사 비정규직 노조 위원장)씨를 주인공으로 해서 밀리고 밀려 설 자리를 잃어 가는 우리 이웃들과 함께 하는 인물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시작했던 태준식감독은 두 번째 작품으로 연영석씨를 소개한다. 첫 번째 주인공인 주봉희씨에 비해 연영석씨는 좀더 부드럽고 좀더 솔직하다. 

 

음악은 음악의 몫이 있다. 죄어서 갈 필요는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죄어오는 현실 때문에 고민한다. 언제부터인가 “현장으로부터 얻는 에너지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고 그래서 자신의 마지막 남은 불씨가 꺼져가는 것같은데도 현장에 가야만 하는 건지”, “(예술가로서) 내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는 건지” 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의 행로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너무 많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같다.

 

“(영화 제목이) <필승 연영석>이잖아? 맞아, 나는 필승이야. 나의 필승은 뭐냐면 이렇게 사는 거야. 내일이라도 음악 그만 둘지도 모르고 농사 지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내가 원하면 그게 나한테 필승인거야. 나는 그게 필승이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가는 길,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잔잔한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필승 연영석>이라는 영화가 주는 선물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과 함께 그 선물을 받아보았으면 좋겠다.  

 

http://cafe.naver.com/finalvi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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