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현실과 꿈은 분리해야하지 않을까?

99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7/14
    여름 들판에서 뛰어놀기(14)
    하루

이름붙이기 어려운 글

오랜만입니다.

미안하고 불편해서 글을 씁니다.

며칠 전에 달군의 편지를 받고 많이 미안하고 마음이 복잡해져서 고민중입니다.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그 때 그냥 조용히 블로그를 닫을걸

왜 그렇게 떠들었을까 하는 후회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책임 때문인것같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께요.

 

전 녀름님의 글을 그 분이 글을 쓴 직후에 읽었습니다.

보통 블로그홈에서 관심가는 글을 클릭해서 읽는데 '엄마들이여~~'

그런 제목이 관심을 끌었었거든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뭐랄까...무척 마음이 상했습니다.

그냥 닫아두고서 혼자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 이렇게 마음이 상한 걸까. 나만 이렇게 마음이 상한 걸까? 왜 그럴까....

 

진보넷 블로그에 많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느라 어디 다니지 못할 때

세상을 향한 창이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이었거든요.

출산휴가가 끝난 후 블질은 좀 뜸해졌지요.

역시나 오프라인이 활발하면 온라인은 뜸해지더라구요.

그리고 또다시 출산휴가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전엔 그래도 아이업고 자주 나다녔는데 이번엔 좀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진보넷 블로그가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곳이었던 것같습니다.

돌봐야할 사람들이 너무 많고 처리해야할 일들이 또 너무 많아서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뭐 그런 역할에 치이다보면

생각하는 일이 쉽지가 않아요.

가까이 계시던 엄마도 멀리 이사를 가버리시고

믿고 있던 어린이집도 문을 닫아버리고

큰애는 학교에 들어가고....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숨돌리고 또 눈을 돌릴 수 있는 휴식같은 곳이었습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하자면

그동안 세 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그때마다 최소한 7번 이상씩은 편집을 했던 것같아요.

편집을 하고 내부시사회를 하고, 또 편집을 하고 내부시사회를 하고....

그리고 할 만큼 했다(절대로 잘 했다는 아니고....)는 평가를 받을 때

관객에게 선을 보입니다.

관객에게 공개하기 전의 그 가편집본들을

저는 제 사무실 동료들과 가족들, 그 정도로 가까운 이들에게만 보여줍니다.

다른 다큐감독들은 가편집본들을 보여주면서 코멘트를 부탁하기도 하던데

저는 그렇게 못하겠더라구요.

자신감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이기도 해요.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진보넷 블로그는 제 영화의 가편집본처럼 익지 않은 생각들,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편하게 올리는 곳이었습니다.

혼자서 무작정 정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건 다시 말하면 생판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는 제 블로그를 찾는 분들께 호의와 감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진보넷 블로거들에게도 호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녀름님의 글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내가 이 곳을 오해하고 있었구나..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가편집본을 막 돌린 사람이 된 것인양 부끄러웠어요.

만약 녀름님이 나의 블로그를 잠시라도 들렀었더라면 참 짜증이 났었겠구나...그런 것.

그런데 다음 날인가...블로거진에 녀름님의 글이 올라왔더라구요.

추천을 많이 받았구나....그런 생각에 씁쓸했고

깔깔거리는 듯한 덧글들에서 소외감과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누군가가 녀름님의 글에 바리의 글을 읽어보라는 권유를 했었고

일주일 후 바리의 글이 올라왔지만 뭐 특별한 반응은 없었지요.

 

'결혼하는 기회주의자들'이라는 달군의 표현에 소외감은 더 짙어졌고

ㅋㅋㅋㅋ거리는 덧글들을 보며 마음이 닫혀갔습니다.

그래도 구차하게 남아보겠다고 말을 꺼냈다가

갑작스런 트랙백과 준비되지않은 논쟁에 마음을 다쳤습니다. 양날의 칼이었죠.

.........................

'결혼하는 기회주의자들'이라는 저 단어를 따기 위해

달군의 블로그에 확인차 갔다가 다시 마음이 굳어져버렸습니다.  

이런 식이더라구요. 이럴 때 쓰는 말들이 있죠.

도대체 뭔 영화를 바라고 이러고 있나....그런 것.

 

블로그를 닫은 지 일주일만에 한 달만의 회의 참석 차 사무실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작은 선술집에서 정종을 마셨어요.

마시다가 그냥...그때 가장 크게 자리잡던 게 블로그 일이라서

"오늘로써 일주일째인데 술기운에 거기 찾아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주저렸던 기억이 나네요.

어쨌든 잊고싶었고 빠졌어요.

잊지 않고싶은 이들 몇몇이 즐겨찾기에 있었는데

갔다가 버릇처럼 블로그홈을 누르고 또 글들을 보다보면

다시 마음은 딱딱해졌어요.

"자신의 블로그에 혹은 다른 이에게

댓글로 분노하고 화르르 타오른 엄마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

하는 그분을 보면서 이렇게 닫아버려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남아있었다면 나는 또다시 버닝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리고 즐겨찾기를 몽땅 다 지웠어요.

진보넷에는 아예 발걸음을 말자....

시간은 지나고 정말 차차 잊혀져갔어요.

 

지금은 99년부터 5군데에 흩어져있는 글들을 모으는 중입니다.

사무실 홈피가 개편작업에 들어가서

거기있던 제 글들을 백업해야 하거든요.

99년부터의 글들을 새로운 블로그에 매일매일 조금씩 옮기는 중이예요.

그러다가 2002년 경부터 멈춰있어요.

제 홈피에 덧글을 달아줬던 분들, 잊지 않고 찾아오셨던 분들

자그마한 에피소드들에 맞장구 쳐주던 분들을 생각하다가

그 분들에게 알엠 시절의 블로그까지 안내를 했는데

갑작스럽게 알엠 블로그를 닫으면서 어떤 안내도 못한 게

무척 미안하더라구요. 그리고 진보넷 블로그의 글들은 어떻게 옮기나

덧글이나 트랙백들은 또 어떻게 하나 고민하느라 멈춰있어요.

새 블로그에 '예전 블로그' 그런 식으로 링크를 해도 되겠다 싶기도하고... ^^

 

며칠 전에 하늘이 싸웠어요.

S라는 얘랑 말싸움을 하다가 하늘이 듣기 싫다는 제스쳐로 양손으로 귀를 막았대요.

S가 귀를 막고 있는 하늘의 손을 떼려다가 실수로 하늘의 손을 꼬집었고

하늘이 앙갚음으로 S를 꼬집었대요.

그런데 하늘에겐 자국이  안 남았는데 S에겐 자국이 남았다네요.

공부방 선생님이 제게 전화를 해서 S엄마한테 사과를 좀 하라고 그러시더라구요.

S의 엄마와는 서먹한 사이인데 정말 사과전화를 하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남편에게 대신 사과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남편은 전화로는 이상할 것같다고 하며 가서 그 엄마를 만나서 사과를 했어요.

일방적으로 잘못한 게 아닌데 사과한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그 때 알았어요.

하늘, 하돌은 주로 맞고 다녀서 그동안은 제가 사과할 일은 별로 없었거든요.

 

달군의 편지를 받고서 왜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잘 생각이 안되더라구요.

지금이니까 하는 말이겠지만 "본 뜻은 그게 아닌데 불쾌하셨다면 사과해요"라고

그렇게 가볍게 지나갔으면 좋았을 걸. 이런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

가사노동의 문제라든지 비혼고민이라든지 그렇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건

그 다음에 해도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요.

감정이 상해있는 사람에게 토론을 하자고 하니 힘들었던 것같아요.

뭐 지금 와서 말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지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라는 속담이 있지요?

마음이 상해있는 사람에게 "저 사람은 이런 이런 뜻으로 한 말이야"

혹은 "그렇게 마음 상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행위들이 섭섭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토론들로 끌어가려는 시도들이 성급하게 느껴졌어요.

왜 아무도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않은 걸까?

섭섭한 건데. 믿었던 당신들의 비아냥이(설령 그것이 주관적인 느낌이었다 하더라도)

너무너무 섭섭했던 것일 뿐인데 왜 거기서부터 시작하지 않은 걸까?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떠나놓고서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책임의 무게가 저를 짓눌러서예요.

조용히 떠나버렸으면 될 걸 왜 그렇게 말을 쏟았을까 후회도 되구요.

괜히 화목한 판을 깨뜨린 것같은 미안함도 들고요.

그리고 모두가 다 말을 꺼내놓으며 이런 저런 성찰들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의도는 그렇지 않으시겠지만

바리를 재촉하고 채근하는 것같아서

바리의 짐이 너무 무거운 것같아서...마음이 아파서예요.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지나며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건

"참 속상했겠다"라는 뻐꾸기님의 짧은 한마디였어요.

그리고 바리에게 쓴 비올의 편지였어요.

저는 뻐꾸기나 비올이 이번 일에 대해서 다른 느낌, 다른 입장이라는 것을 알아요.

입장이나 느낌이 달랐음에도 그분들의 말이 다가왔던 이유는

다른 자리에 서있는 이, 다른 감성을 가진 이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물론 뎡야나 레이의 조심스러운 설명들도 고마웠어요.

ㅋㅋㅋㅋ에 대해서 힘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뎡야의 설명을 보면서

그럴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걱정했던 것같아요.

제가 글들을 다 읽은 건 아니라서 이 정도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쓰다가 다시 살펴봅니다.

혹시나 이 글 때문에 누군가가 마음이 굳어지지는 않을까.

사실 어떤 글들은 보다보면 마음이 딱딱해져서 후다닥 창을 닫기도 했어요.

제가 그랬기 때문에 지금 저는 정말 조심스럽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저 위에 인용한 글들을 보니 아마 달군이나 녀름님의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겠네요.

기분이 나쁘셨다면 미안해요. 지울까 하다가 그러다보면 뺄 게 너무 많아질 것같아서.

녀름의 마지막 글을 읽었고 녀름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달군의 편지와 달군의 최근 글을 보면서 당신들도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또 생각을 했어요.

 

내가 어떻게 했었어야 했을까?

나는 왜 그렇게 모멸감을 느꼈던 것일까?

누군가의 덧글에서 '자기존중감이 약하다'라는 말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보면서 정말 그런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빨간경순언니의 <쇼킹패밀리>를 보면서 그 시원시원함에 매혹되었어요.

그리고 매일 밥 먹고 설거지하고 아이 키우면서 이런 저런 한탄을 늘어놓는

저의 글이나 영화가 참 찌질하게 느껴졌어요.

결혼 초와는 달리 많이 싸우지도 않지요.

그것이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잘 알아요.

이 시간 속에서 비겁하지않게 산다는 것이 참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고있어요.

불안해할 아이 때문에, 감당해야할 감정의 뒤끝때문에

참아버리고 살다 보니 싸움은 없어졌지만 그렇게 위장된 평화 속에서

강요된 침묵 속에서 조금씩 무뎌져가고 있어요.

 

세상도 그렇겠지만 독한 놈이 살아남는 것같아요.

자기 일과 돌봐야할 아이 사이에서

자기를 더 사랑하고 자기 일을 더 아끼는 독한 놈이 자기 일을 지키지요.

그렇게 빠져나가도 누군가가 남으니까요. 아기는 버려지지 않으니까요. 

저는 변해가고 있어요.

에전에는 어떻게든 일을 하고싶어서 아이를 여기저기 맡기면서 일을 했는데

지금은 일만 없으면 내년에 완성해야하는 영화만 없으면 행복할 것같아요.

앵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참 좋아요.

2000년에 함께 출산휴가에 들어갔던 세 명의 동료들이

왜 돌아오지않는지 200% 이해해가고 있어요.

 

그동안도 영화가 쉽게 완성되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느끼지요.

내 몸이 너무 무겁구나. 카메라가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들 수가 없구나.

촛불 집회에 한 번 나갔다가 그나마도 아이들 때문에 일찍 돌아오면서

내가 매일 쓸 수 있는 말은 하늘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앵두가 어떤 이쁜 짓을 했는지 밖에 없어져버리는구나 자책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요.

 

저는 죽었다 깨나도 <쇼킹 패밀리>같은 영화는 만들 수 없어요.

사는 게 이러니깐요.

제가 발딛고 서있는 현실이 이런데 내가 숨쉬는 공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애초에 <엄마..>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도

더이상 다른 작업을 할 수가 없어서

그렇지만 어떻게라도 작업을 하고싶어서

내 이야기를 시작한 거니까.

그런데 그 늪이 너무나 깊어지네요.

 

당시만 해도 '다큐멘터리는 살아가는 힘이다'라고 생각했어요.

박완서선생님처럼 내가 겪는 이 시간, 이 세상을 잊지 않고 기록해야지

그렇게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하려던 얘기들이 누군가한테는 폭력이 될 수도

짜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번 일은 어찌됐든 제게는 참 좋은 교훈이었어요.

다시 한 번 제 선 자리를 곰곰히 짚어보게 되었으니까요.

(갑자기 넋두리가.....^^;)

 

또 생각했어요.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을까?

'200원 사건' 때 저는 회의가 끝난 후 집에 전화를 걸어서

아이들 밥은 잘먹었는지 등등을 체크하는 중이었어요.

그런 정황은 블로그의 제 글에 나타나지요.

녀름님의 글에 등장하는 엄마의 모습은 제 모습이기도 했어요.

아,그 글을 사람들은 그런 시선으로 보았겠구나.

'엄마들이여 제발....' 그런 시선.

언젠가 바리가 진경과 통화한 이야기를 올려놓은 적이 있었지요.

바리의 그 글도 그렇게 보였겠구나.

 

'엄마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잘못 풀어가는 경우'라는

달군의 글에 달린 공룡나비님의 덧글을 보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별 생각이 다 들었지요.

한 두달 쯤 전에 <엄마...> 상영회를 갔다가 아이때문에 일을 그만둔

다큐감독을 만났어요. 그 엄마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시어머니도 돈 안되는 일 하면서 남편 밥 굶긴다고 그러고

사무실도 아이가진 엄마라고 고려해주는 상황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사무실 동료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회의 때마다

앵두를 회의 탁자 가운데에 앉히고 우리들은 회의를 하거든요.

회의가 끝나면 사무실 동료들이 한번씩이라도 아이를 안아주는데

너무너무 좋거든요.

누가 아이를 봐주는 게 참 좋더라구요.

 

그러면서도 항상 미안하지요.

아이때문에 웃다가 회의가 산만해지기도하고

아이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방해하는 게 느껴지니까요.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에 나가니까 모두들 참아주는 것같기도 해요.

어쨌든 그런저런 일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마움, 미안함, 조심스러움

그런 감정들을 곱씹고 생각하고 정리했어요.

참고로 저희 사무실에 여성은 저 혼자랍니다.

만약 상황이 달랐다면 또 달랐을 수도 있겠지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엄마들의 블로그에 대해서

"무엇을 먹이고 어떻고 저떻고 시시콜콜 비슷비슷한 이야기쓰고

서로 애키우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인 것처럼 위로하고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안든다"라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요.

저 또한 그런 비슷한 메일을 받은 적이 있었고

가끔은 엄마들 블로그에 그런 류의 덧글이 달린 적도 많았지요.

그런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가 끈질기게 글을 쓰고 의견을 교환하는 이유는 다른 통로가 없기 때문이예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하던데

엄마들은 정말 빗방울처럼 외롭게 각개약진하고 있는 것같아요.

처음 하늘을 낳고 키울 때 누군가를 책임져야한다는 사실이 정말 너무 힘들더라구요.

무섭기도 하고...

분리불안장애라든지 각종 컴플렉스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다 어릴 때 생기는 거라잖아요.

나 한사람 때문에 누군가가 성격이상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정말정말 두렵고도 무서운 것같아요.

그래서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건지 우리 아이가 괜찮은 건지

엄마들에게 묻고 또 물어요.

그래서 매일 바리의 블로그에 드나들었던 것같아요.

 

얼마 전에 바리의 블로그에 다시 갔어요.

왜냐하면 앵두가, 14.5개월인 앵두가 도무지 뭘 먹질 않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하나...이럴 때 물어볼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어요.

정보는 많은데 선택은 어렵거든요.

바리의 블로그는 그럴 때마다 찾아보고 물어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마침 정말 너무 딱 맞게도 '14.5'라는 포스트가 있어서 아주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아무도 엄마가 되는 일이 어떤 건지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힘들다 토로하면 "그래도 그 때가 좋은 것이야~"라는 말로 겁을 주었지요.

그런데 다 잊어버렸어요.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며 하나씩 하나씩 몸으로 알아두었던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세째를 키우는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을 하고 있어요.

바리의 기록은 그런 저에게 아주 유용했어요.

 

그저 한가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일에 대해서 몰두하고 주저리는 행위가

그것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길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제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이 시간도

제 친구 MY가 적령기 신화에 시달리며 이국땅에서 외로워하는 시간도

모두 소중하고 값지다고 생각해요.

여러 블로그들의 사는 이야기들을 관심을 갖고 들여다봤던 것처럼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거죠.

관심이 없는 분야는 안가면 되는 거구요.

 

꼭 녀름님한테만 하는 얘기는 아니구요

엄마 블로거들이 아기 이야기를 하는 행위와

"결혼을 해봐야, 애를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라는 저잣거리의 이야기를

동일시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같은 엄마입장에서도 통하는 사람이 있고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있고

다른 처지에 있으면서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잖아요.

 

음....어쨌든 지금 아이가 깨서 왔다갔다 하느라 좀 정신이 없는데요

며칠 전 달군 메일 받고서 글을 써야지 하는데

짬이 안나서 계속 미루다 지금 누덕누덕 쓰느라 참 힘드네요 ^^;

 

솔직하게 정리하자면

녀름님의 글에 마음이 상했고

덧글들에 섭섭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섭섭했던 건

바리의 글이 올라온 후의 그 침묵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글을 삐딱하게 올린 후에

폭풍처럼 쏟아지던 그 말들이 참 섭섭했어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섭섭한 것 투성이네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네가 마음이 상했다면 미안해"

그리고 "하지만 사실은 이런 말을 하고싶었던 거야"라고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았을 것같아요.

그리고 그런 말들이 오고갈 동안 지켜보는 이들은

"나는 이렇게 느꼈는데 당신은 그렇게 느꼈군요"와 같은 말들을 주고 받으며

기다렸으면 좋았을 것같아요.

"그 사람은 이러이러하게 말한 건데 너는 이러이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논평이 아니라요.

혹은 그것으로부터 촉발된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요

좀 기다려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어쨌든...

지금의 시간이 잘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블로그를 닫아버린 제 과격한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립니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라도 누구는 저렇게 블로그를 닫을 정도로 마음이 상했는데

나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하는 게 미안해서 글쓰는게 망설여지는 분이 계시다면

역시 사과를 드립니다.

 

한 식탁에 앉아있는 가족,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교실에 앉아있는 사람들....같은

그런 분위기인것 같아요.

한 사건 때문에 진보넷블로그가 멈춰있는 것같다고 느끼는 게 참 부담스러운 것같아요.

제가 미안하고 부담스러운 것도 그 이유인 것같은데...

진보넷 블로그에 많은 분들이 계시니

이 시간도 곧 흘러갈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떠나간 이는 떠나간대로

멈춰있는 이는 멈춰있는 대로 좀 기다려주시는 게 어떨까 싶어요.

 

그 일이 있기 전에도 그리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도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왜 저렇게 과민해?...라는 류의 반응이었어요.

이해가 안되면 왜 저럴까,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안될까요?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돼, 라는 글은 또 마음을 저만큼 물러가게 했던 것같아요. 

저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하지 않으면

이 상태에서 그냥 돌아서버리면

진보넷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고두고 마음이 아파올 거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피하고 싶었던 것같아요.

처음 작은 상처 때문에 힘들었는데

내가 마음이 상했어, 라고 말하는 순간

점점 더 상처는 커지지요.

어떤 이들의 글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의 폭을 넓혀주지만

어떤 이들의 글은 입장의 다름 때문이 아니라 그 표현 방식 때문에

상처를 크게 하고 외면하게 만들어요.

 

같은 식탁에 앉아있는 것만 같은 진보넷 블로거 여러분들.

서로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섬세함으로

조금씩 생각들을 나눴으면 좋겠어요.

블로글를 닫기 전의 몇몇 포스팅은 열어둡니다.

제가 그 글을 쓴 이유는 내가 마음을 다친 만큼

누군가에게 되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해서 후회합니다.

어쨌든 사과를 드립니다.

 

괜히 또 분란을 일으키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만

이만 씁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