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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현실과 꿈은 분리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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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3
    2008/07/03(9)
    하루

그 페미니즘

* 이 글은 무위님의 [진짜 마쵸?] 에 관련된 글입니다.

글 올릴 짬이 없는데 무위가 재미있는 글을 올려서 나도 모르게 글을 쓴다.

왜냐하면...이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잊어버릴 것같으니까!

저번에 고백한다고 해놓고 진짜 고백해야할 것은 못한 것도 있고 하니까.



페미니스트와 여성주의자라는 말이 같은 뜻으로 쓰이는 건가?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서 국립국어원 사전을 찾아보니

페미니스트(feminist)[명사]
1.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2.여성 숭배자, 또는 여성에게 친절한 남자. 

그리고 여성주의, 혹은 여성주의자라는 단어는 없었다.

조합해서 어찌어찌 해볼 수도 있겠지만

사전에 안나왔다는 말은 통용어가 아니라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경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언젠가 남편과의 대화를 언급하면서

"나는 페미니스트 싫어!"라고 말했다고 했는데

내가 만난 최초의 페미니스트는 욕심쟁이였고 이기적이었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돈버는 수익사업과 자기 작업이 있다.

내가 내 작업을 할 때 동료가 돈을 번다.

그리고 다음 번에 동료가 작업을 할 땐 내가 돈 버는 일을 한다.

자기 작업을 한다는 이유로 모든 공동작업에서 제외시켜준 상황에서

몰래몰래 자기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여자.

사무실 사람들은 그녀가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고 알고 있었고

사무실 바깥 사람들은 그녀가 사무실에 '돈벌어주느라' 바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 식의 현명한(?) 처세도 재수없었지.

 

사정이 어려워서 그랬을 거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명의로 된 집에서 혼자 사는 비혼의 여성이었다.

비혼과 기혼을 가르려는 게 아니다.

누구나 다 어렵고 누구나 다 가난한 나와 나의 동료들의 사정을 말하는 거다

 

지금도 가끔 그녀를 생글거리며 만난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녀가 내게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면

나도 모르게 이런 저런 교육과 아르바이트를 알아봐주기도 했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녀는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이다.

아니...왜 이 이야기를 길게 쓰는 거지?

또 미움의 감정이 날 휘몰아가기 전에 얼른 생각을 끊어야지.

어쨌든 3년 정도 함께 했던 시간 동안 그녀는 뽑을 건 다 뽑아서 나갔다.

그녀를 증오하는 만큼 페미니즘을 증오했고

그녀를 싫어하는 만큼 페미니스트가 싫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여성으로서의 자각을 한 것같다.

아, 이 말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지만 뭔가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몇 번 고백했지만 난 명예남성이었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희생이 당연시되고 부당한 요구에 따라야하는  

내 처지 속에서 처음으로 차별을 느꼈다.

 

머뭇거리는 내게 나루가 여성주의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내가 만난 두번째 페미니스트이다.

내게 증오만을 안겨준 최초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감정에 대해

"그 페미니즘", "그 페미니스트" 가 모든 것들을 대표하는 건 아니라고

그렇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머뭇거리며 하지만 자랑스럽게 그 이름을 받아들였다.

마이링에 가입했고 링크들을 돌아다니다.

어느 날, 어떤 블로그를 보며 뭔지 모를 소외감? 위화감 같은 걸 느꼈다.

비슷한 느낌을 예전에  받은 적이 있었다.

 

최근에 받은 느낌도 비슷하다.

그 누군가가 페미니스트 이름을 달건 말건 이제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같다.

엄마라는 이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인 것 뿐이지.

이름 때문에 기대를 하고 호감을 가지는 짓 따위는 이제 그만 하고 싶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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