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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7
    [한겨레21]쟤들 노는 거야, 농성하는 거야?
    지오네
2010/05/07 05:21
아꽁

[한겨레21]쟤들 노는 거야, 농성하는 거야?

 

쟤들 노는 거야, 농성하는 거야? [2010.05.07 제809호]
 
[레드기획]
철거 닥친 홍익대 인근 칼국숫집 ‘두리반’을 지키는 문화난장꾼들…
점거·저항·생산의 즐거운 ‘뉴타운 컬처’

 

 
 
» 격주 월요일마다 두리반에서 ‘하늘지붕음악회’를 여는 김선수·엄보컬 부부. 박김형준 사진가 제공
 
 
 

5월1일 노동절,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뉴타운 컬처 파티 51+> 페스티벌이 열렸다. 노동절을 맞아 ‘음악 하는 노동자’인 인디음악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판을 벌인 잔치다. 3호선 버터플라이, 연영석, 한음파, 백현진 등 60여 밴드는 이날 낮 12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릴레이 공연을 펼쳤다. 음악 파티는 클럽이 아닌 철거 위기에 처한 한 건물에서 진행됐다. 동교동 로터리 근방 재개발 지구에 위태롭게 서 있는 칼국숫집 두리반이다. 전기도 물도 간신히 흐르는 건물에서 좋은 음향장비나 조명시설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왜 인디음악가들은 클럽을 마다하고 철거 예정인 건물에서 파티를 열었을까?

 

글·노래·그림·영화… 자신의 처지에서

 

<뉴타운 컬처 파티 51+>는 인디음악가들을 위한 파티이기도 하지만, 민간 개발업자의 철거에 맞서는 두리반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연 공연이다. 홍익대 앞 ‘작은 용산’으로 불리는 두리반은 유채림·안종려 부부의 가게다. 1억원이 넘는 보증금과 권리금도 보상받지 못한 채 이주비 300만원만 받고 쫓겨날 처지에 놓인 이들은 재협상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말부터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농성을 시작한 지 벌써 120일이 지났다.

투기자본에 맞서 싸움을 하는 건 부부만이 아니다. 평택 대추리 마을,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민의 아픔을 함께한 예술가와 홍익대 앞 인디신이 부부와 함께 투쟁 중이다. 농성 방식도 흥미롭다. 팔뚝질을 하며 힘찬 구호를 외치고 장중한 민중가요를 따라하는 대신 신나는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보며, 신나게 수다를 떤다. 밖에서 보면 농성을 하는 건지, 놀고 있는 건지 구별하기 어렵다. 점거와 저항은 새로운 창작물을 생산해냈다. 자립음악가인 한받씨는 “문화예술가들이 재개발 지역에 모여 철거민과 함께 농성하며 문화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뉴타운 컬처’가 두리반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며 “투쟁을 축제처럼 즐기는 중”이라고 했다.

두리반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건 올해 2월이다. 두리반 주인이자 소설가인 유채림씨는 “노동자는 노동자의 방식으로, 농민은 농민의 방식으로 싸우듯 작가인 나도 작가의 방식으로 싸우기 위해 문화운동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무기는 글이다. 그는 각종 언론사를 통해 두리반의 위기를 알렸다. 한국작가회의 동료인 김명남 시인, 홍새라 소설가, 이명희 시인 등이 글로 함께 싸워줬다.


 



철거민의 눈물과 아픔은 철거 현장에 서본 이들이 안다. 다양한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민과 함께 문화농성을 한 활동가들이 두리반 소식을 듣고 하나둘 찾아와 힘을 보탰다. 음악 하는 엄보컬·김선수 부부, 조약골, 단편선 등이다. 설치미술 등을 전공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건물 3층 빈 공간을 작업실로 쓰겠다며 찾아왔다. 이들은 두리반에 필요한 각종 미술설치물을 만들어낸다. 두리반의 투쟁을 기록하고 싶다는 다큐멘터리 감독도 ‘두리반 지킴이’가 됐다. 이들은 지하 1층과 지상 3층, 총 4층짜리 건물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한다. 주인은 칼국수 한 그릇 대접하지 못하는데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글·노래·그림·영화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두리반은 문화콘서트홀로 변했다. 월요일엔 ‘하늘지붕음악회’, 화요일엔 푸른 영상이 지원하는 ‘다큐 상영회’, 목요일엔 ‘촛불예배’, 금요일엔 ‘칼국수음악회’, 토요일엔 ‘자립음악회’가 열린다.

 
 
» 글·노래·그림·영화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두리반은 문화콘서트홀로 변했다. 지난 4월3일 열린 칼국수음악회에 찾아온 사람들이 아나키스트 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조약골씨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박김형준 사진가 제공
 
 
 

망루 쌓기 전에 용산에서도 이뤄졌다면…

 

월요일에 찾아오는 엄보컬·김선수 부부는 그룹 천지인의 멤버였다. 광우병 파동, 기륭전자 농성, 용산 참사 등의 현장에서 이들은 기타와 아코디언을 들고 나와 노래를 불렀다. 엄보컬씨는 “내 노래가 지난하고 고단한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재충전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철거민들이 마지막 수단이라는 망루를 쌓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철거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면 용산 참사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도 안타깝다”며 “두리반은 망루를 쌓기 전에 많은 이들이 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했다.

금요일 칼국수음악회의 주인공인 조약골씨는 아나키스트 운동가로 통한다. 대추리 마을의 지킴이, 용산 레아호프 라디오 디제이 등을 한 그는 두리반에서 금요일 음악요리사가 된다. 대추리 마을에서 만든 그의 음반 <평화가 무엇이냐>는 용산에 이어 두리반에서도 가슴을 적신다. 토요일 음악회는 인디라는 이름으로 불리길 거부하는 자립음악가들이 공연한다. 한받·단편선·박다함·정동민 등으로 이들은 밴드 ‘그룹 51’도 만들었다. 두리반 때문에 결성됐고, 두리반을 위해 공연하는 밴드다. 인디신을 모은 <뉴타운 컬처 파티 51+> 노동절 공연도 이들이 기획했다. 박다함씨는 “우아하고 활기차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공연을 기획했다”며 “(1960년대 이래 반전·평화·인권 운동으로 자리잡은 음악 페스티벌 ‘우드스톡’처럼) 두리반에서 하는 음악활동이 새로운 ‘21세기 우드스톡’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가들이 함께하는 평화 투쟁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쉽다.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팀장은 “재개발 지역에서 벌어지는 문화농성이 철거 문제에 관심 없던 대중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참여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절 공연을 보러온 관객 200여 명이 두리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갔다.

 
 
» 〈뉴타운 컬처 파티 51 +〉 공연을 기획한 그룹51은 두리반 때문에 결성됐고, 두리반을 위해 공연하는 밴드다. 밴드 멤버인 단편선, 박다함, 한받, 정동민, 존도우(왼쪽부터).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뉴타운 컬처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대추리와 용산에 이어 두리반까지 문화농성을 통해 꽃핀 뉴타운 컬처는 재개발 지역의 색을 그대로 담아낸다. 대추리마을 초등학교와 빈집 벽에는 마을 사람들의 초상화와 시가 적혔다. 대추초등학교 앞 비닐하우스는 콘서트장으로 쓰였다. 철거되기 전의 정겨운 시골 모습을 간직하려 애썼다. 5명의 희생자를 낸 용산에는 장중하고 무거운 문화창작물이 넘쳤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망루 위 외침은 걸개그림으로 남아 레아호프와 남일당 앞에서 펄럭였다. 용산 참사 현장의 희생자와 참사 순간을 기록한 그림·사진 등은 비장미가 흘렀다. 1년이 넘는 장기투쟁을 벌였던 대추리와 용산에 비해 농성기간이 짧은 두리반에서는 요일마다 열리는 문화콘서트에 집중한다. 음악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활기차게 투쟁해간다. 1995년 중반 홍익대 앞에 인디신이 생겨난 이래 처음으로 음악가들이 자발적으로 철거 현장에서 공동의 목소리를 냈다는 기록도 남겼다.

 

건설사가 지쳐 떨어져나갈 때까지

 

그러나 문화농성과 뉴타운 컬처는 철거민들의 승리를 위한 한 조건일 뿐이다. 두리반에 모인 이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쟁을 벌이는 지금도 두리반을 위협해온 건설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곳 외에도 수많은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민의 눈물과 아픔이 계속되고 있다. 엄보컬씨는 “투기자본은 철거민이 제풀에 지쳐 떨어져나가기를 기다리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다함씨도 “지금 농성하는 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다음 사람들이 중요한 것 같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관심을 갖고 더 나은 긍정적인 투쟁 방식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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