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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말고 지원만 달라?

정부 지원 무조건 더 달라?

지난달 27일 에너지경제연구원 대강당에서는 ‘석탄산업 장기발전 방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려 석탄산업을 둘러싼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석탄협회와 강원도청 관계자들은 정부지원만 강조해 눈총을 샀다.

박대주 석탄협회 부회장은 시장경제질서와 기업환경 차원에서 연탄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부지원에 대해서는 에너지안보와 저소득층 보호를 강조하는 이중적인 자세를 보였다.

박 부회장은 “중국이 과도한 생산 때문에 조만간 석탄 수입국으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제시장에서 중국과 석탄수입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석탄을 돈을 주고 사기 어려운 시기가 올 수도 있는데 국내 탄광 다 죽은 다음에 석탄 돌아봐야 소용없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박 부회장에 따르면 폐광하려면 2년 정도 준비를 해야 하고 가동을 계속 하려면 2-3년 선행투자가 필요하며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데 5년 정도 필요하다. 그는 “탄광을 운영하는 사람들로서는 이제 폐광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며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정부가 지금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회장은 연탄 수급불균형에 대해서도 “연탄가격을 둘러싸고 정부와 매년 상당히 강한 실랑이를 벌인다”며 “연탄가격이 너무나 왜곡돼 있어 연탄가격을 시장가격에 근접하게 하자는 게 석탄협회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부에서는 인상하자는 것에 합의했지만 국회에서 정치논리로 인해 올해도 가격인상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대로 가면 연탄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연탄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이 연탄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안종섭 강원도청 탄광지역개발과장은 전형적인 ‘묻지마 개발’을 강조하면서 ‘묻지마 지원’을 요구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석탄 합리화사업 이후 천문학적 액수를 투입했지만 강원랜드를 빼고는 된 게 없다”며 “투자이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대기업들이 민자유치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안 과장은 이밖에도 시내교통여건, 상하수도, 교육여건, 생활여건 등을 거론하면서 민자유치가 어렵다는 점을 줄곧 강조한다. 그는 “주접근도로가 국도 구실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투자 효율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한다, 결국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도로공사’를 비롯한 각종 개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앞으로 7천억원 이상 필요하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정부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로 끝맺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7일 오전 8시 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2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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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제학자 100인 재벌개혁 촉구

경영·경제학자 100인은 지난 3일 참여정부의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이 후퇴한다고 비판하며 시장개혁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경영·경제학자들이 재벌개혁과 금융개혁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 성명을 공동주관한 경실련과 참여연대 관계자, 서명교수들은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단 없는 개혁 촉구 △대기업 은행소유 반대 △엄정하고 공정한 시장감독기구 법집행 등을 주장했다. 이번 공동성명을 주도한 학자들은 참여정부가 명확한 원칙이나 구체적인 목표 없이 표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증권집단소송법 시행 유예,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불협화음, 이건희 회장의 삼성에버랜드 등기이사 사임과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규정 적용 회피 시도 등의 사례를 들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재벌총수 일가가 실정법을 어기는 문제에 엄정하게 대처해 시장규율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실정법을 위반한 기업을 정치논리에 따라 봐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이 크게 수정됏기 때문에 한국도 분리원칙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국회의원과 윤증현 금감위원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금융기관 고객의 돈으로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일부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의 법률내용과 입법의도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이 왜곡된 논리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은 그 본분을 잊은 행위”라고 강하게 윤 금감위원장을 규탄했다.

이날 성명에는 김성훈 상지대 총장, 권영준 경희대 교수, 장하성 고려대 교수, 이종훈 중앙대 명예교수, 홍원탁 서울대 명예교수,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 시민단체에 참여해 온 학자들과 원로학자들이 참여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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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폐수 환경오염 심각

석탄합리화사업으로 3백곳이 넘는 탄광을 폐쇄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탄광은 7개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실업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부작용 말고도 환경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폐갱구에서 유출되는 갱내수는 주변하천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괴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갱내수는 관리가 안되는 폐광구와 저품위 석탄같은 광산 폐기물에서 생긴다. 폐광 주변에 쌓여있는 오염원이 지하수나 빗물 등에 녹을 수 있고 이 물질들이 지하수나 인근 하천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갱내수의 주성분은 철, 알루미늄, 망간, 칼슘, 마그네슘, 황산이온 등이다. 특히 국내 폐탄광의 절반 이상이 태백 인근에 있는데 태백은 바로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상열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4일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폐탄광 1천822개 가운데 광해방지사업을 완료한 탄광은 2004년 말 현재 703개(38.5%)에 불과하다. 광해방지사업을 하지 시행하지 못한 곳은 1천119개소나 된다. 갱내수 유출현황을 보면 136개 탄광 중 강원 81개, 충청 24개, 경상 23개, 호남 8개에 이르고 폐수가 유출되는 136개 탄광 중 66개 탄광은 수질정화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중금속 오염으로 인한 쌀 폐기처분량은 81톤, 경남, 경북, 충북, 충남의 일부 폐광지역은 2∼3년동안 연속해서 폐기처분했다.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중금속에 오염된 농작물을 폐기처분한 지역은 2001년 8곳, 2002년 6곳, 2003년 2곳, 2004년 2곳 등 18곳에서 81톤의 쌀을 수매해 폐기처분했다. 특히 농림부는 중금속 오염농경지에서 카드뮴이 우려기준 이상으로 검출된 폐광산에 대해서는 ‘광산지역 광해방지사업’이 우선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것과 카드뮴 대책기준을 초과한지역의 폐광산에 대해서는 광해방지사업을 최우선적으로 포함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02년 1월부터 2005년 8월 현재까지 재해위로금 지급청구, 폐광대책비 청구, 석탄감축지원금 청구 등 각종 이유로 사업단을 상대로 한 소송 건수가 37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폐광대책비 청구 건이 18건으로 가장 많다. 특히 2000년 1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지원금 지급 업무와 관련한 소송 수행결과는 1심 이상 판결소송 18건 가운데 10건이나 패소했고 승소종결 3건 1심패소 후 계류중 5건으로 패소율이 83%에 이른다. 패소사유로는 폐광대책비 지급규정 등 하위규정이 석탄산업법 등 상위법령에서 위임한 범위에 근거하지 않는 등 법률적인 검토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7일 오전 8시 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2호 8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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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 그 자체가 생활사박물관

한때 일본 유바리시는 폐광촌의 대안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당시 영화를 관광테마상품으로 한 대규모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국제영화제도 유치하는 등 유바리시는 폐광지역이 따라야 할 길을 제시해 주는 것으로 비쳤다. 그러나 지난 8월 이곳을 직접 방문한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유바리시는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할 사례”일 뿐이다. 원 소장은 ‘보존을 통한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원 소장은 “폐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1989년 이래 수많은 탄광이 문을 닫고 마을이 없어졌다”며 “폐광시설과 환경파괴현장을 정비하고 복구하면서 깨끗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뒤늦게 깨달은 것은 바로 사라지는 것의 소중함”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위험하고 보기 흉한 시설을 철거하고 복구하면서 정말 보물과 같은 산업문화유산도 아무런 구분없이 함께 사라져 버렸다”며 “그 때문에 석탄박물관을 만들어 놓고도 전시할 물품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광부 생애 체험하는 열린 박물관

원 소장이 ‘석탄동향’ 6월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비미쉬 박물관은 ‘생애 체험’을 관광상품으로 만든 곳이다. 원 소장은 “비미쉬에서는 영국 탄광촌 사람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만났는데 우리는 어디에서 한국의 탄광촌 사람들의 삶을 만날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고 털어놓는다.

영국 북동부 더럼(Durham)은 한때 탄광 350개에서 17만명이나 되는 광부들이 일하던 곳으로 산업혁명을 이끌던 원동력이 됐던 곳이다. 하지만 석탄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이 급속히 이뤄지고 실업자가 속출하면서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게 된다.

1970년 문을 연 비미쉬 박물관은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다. 지역 추진위는 생활물품들을 수집했고 주민들은 이에 호응해 거대한 군사용 천막 22개가 가득 찰 정도로 기증품이 쌓였다. 현재 박물관에 있는 모든 건축물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옮겨 복원한 것들이다.

박물관은 광부들의 삶과 문화, 광산촌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은행에 들어가면 은행원 차림을 한 직원들이 1913년 당시 은행업무를 재현하고 자동차 수리공장에서는 수리공으로 분장한 이들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거리를 달렸던 자동차들을 설명해주며 자동차를 수리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옛날 과자를 전시하는 과자가게에서는 직접 판매도 한다. 광부들이 살던 곳에서는 광부들이 탄가루를 뒤집어 쓴 채 집안에서 양동이에 따뜻한 물을 채워 목욕하던 장면도 볼 수 있다. 은퇴한 광부출신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광객이 직접 석탄을 캘 수 있는 체험코스도 있다.  

‘마을 통째로 박물관 만들기’ 프로젝트

1989년 제정된 석탄합리화법에 기초해 1993년 강원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태백시 철암동은 급속히 쇠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광산지역사회연구소는 ‘보존을 통한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마을 통째로 박물관 만들기’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장을 통째로 박물관으로 만들어서 문화상품으로 활용하자는 계획이다.

철암축제도 열고 탄광소에 조명도 설치했다. 보존을 통한 개발에 동의하며 함께 하는 마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과 2002년에 심각한 태풍피해를 겪으면서 하천공사에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었다. 태백시는 이 공사에 도로확장공사도 포함시켰다. 개발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태백시는 황지, 장성, 철암 등을 잇는 환 4차선도로를 개발하려고 하는데 그 도로가 완공될 경우 철암은 두조각이 난다. 보존을 통한 개발은 물건너가는 셈이다.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고 주민들은 언성을 높여가며 토론을 계속했다. 김동찬 광산지역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아직도 주민들 의견이 반으로 갈라져 있다”며 “그래도 대세는 도로확장이 아니라 ‘보존을 통한 개발’로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애초 반대입장을 보이던 태백시도 한 발 물러섰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보존을 통한 개발’에 400억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7일 오전 8시 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2호 8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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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산업 지원 밑빠진 독 물붓기

2003년 현재 국내총생산에서 석탄산업은 3천57억원 규모로 0.05%를 차지한다. 하지만 석탄산업 총생산에 포함된 2003년도 정부보조금 2천957억원을 빼면 실제로는 1백억원에 불과하다. 여기다 석탄공사 지원 4백억원, 지역지원 등 각종지원 4천억원을 더하면 사실상 석탄산업은 정부예산으로 4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메꾸는 ‘밑빠진 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다.

2005년도 예산안에서 석탄산업에 지원하는 액수는 6천481억원에 이른다. 이는 에너지자원특별회계에서 석탄산업합리화사업관련 예산과 일반광자원개발사업 중 공해와 광해 방지사업의 액수, 무연탄발전지원사업에 포함되는 지원금을 포함한 액수다. 그러나 석탄관련 정부지원에 관한 전체 규모는 다양한 부분에 예산이 혼재돼 있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재해복구비 등 정치적으로 지원되고 편성되는 예산은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연관되는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조족지혈’ 대체에너지 지원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에너지자원특별회계(에특회계)와 전력기금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 중 2005년도 에특회계에서 석탄관련예산은 4천583억원으로 에특회계 순계 2조911억원의 21.6%를 차지하며 특히 투자계정에서는 1조2천466억원 가운데 36%나 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1천186억원에 불과하고 융자및유가완충계정 800억원을 포함하더라도 1천986억원 뿐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도 대체에너지발전지원사업은 68억원(2004년 기준)에 불과한 반면 무연탄발전소에는 2천여억원을 지출했다.

1989년 이후 정부가 석탄산업에 직접지원한 액수만 7조7천668억원이 넘고 연평균 4천569억원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지역지원과 석탄공사 등에 대한 출자, 발전보조 등을 합하면 1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를 석탄산업에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한다. 석탄공사가 조승수 전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석탄생산량 286만톤 가운데 82.37%에 이르는 235만6천톤을 발전용으로 썼다. 이 가운데 정부 보조금은 1천503억여원에 달한다. 정부는 무연탄을 발전 원료로 사용하는 영동화력, 서천화력, 동해화력 등 3개 화력발전소와 협약을 체결해 국내 무연탄을 생산한 전력량에 대해 전력시장에서 보전받지 못한 변동비 손실분을 보전해 주고 있다. 석탄생산과 발전소 가동 모두 정부지원을 받기 때문에 결국 이중으로 지원을 받는 셈이다.

전력시장 경쟁체제에서 국내무연탄은 발전연료로서 경쟁력이 없다. 무연탄을 사용하는 발전소는 유연탄을 사용하는 발전소보다 연료비가 2.7배나 많이 들어간다. 또 열악한 채탄여건과 인건비 상승, 거기다 늘어난 생산비까지 겹치면서 무연탄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진다.

연탄은 값이 싸다?

탄가안정대책사업은 국내물가안정과 서민생활보호를 위해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을 사업시행주체로 삼아 석탄과 연탄의 판매가격을 고시가격으로 지정·관리하고 생산원가와 판매가격의 차액을 보전함으로써 석탄광업자와 연탄제조업자를 지원하는 보조사업이다. 이 사업은 석탄가격보조, 생산감축지원과 연탄가격보조사업으로 세분할 수 있다.

탄가안정대책사업비는 2004년을 전후해 고유가현상과 국내경기침체로 인해 석탄과 연탄 수요가 급증하면서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는 빈곤층 뿐 아니라 사무실과 중산층 등에서도 연탄을 난방에 쓰면서 연탄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연탄가격은 2002년 10% 인상한 것을 빼고는 1989년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연탄수요는 지난 동절기(2004.10~2005.3)에 전년 동기대비 44.8%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라면 2008년에는 재고탄이 모두 없어져 심각한 공급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연탄이란

국어사전에는 “땅 속에 묻힌 식물이 오랜 세월에 걸친 지압이나 지열의 영향으로 변질해서 생긴 가연성의 퇴적암”이라고 돼 있다. 주로 탄소로 이루어지며 수소와 산소, 질소와 황, 무기물이 포함돼 있다. 탄소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열을 가하면 연소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한다. 석탄은 식물이 오랜 기간 탄화작용을 받아 생성되는데 초기에는 토탄이 되었다가 시간이 더 지나면 갈탄으로 바뀐다. 그 후 역청탄(유연탄)으로 변하는데 휘발 성분이 많아 산업용으로 쓰며 제철에 필요한 코크스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유연탄이 나지 않는 한국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역청탄이 더 탄화되면 무연탄이 된다. 한국에서 나는 석탄은 거의 대부분 무연탄이다. 무연탄은 휘발성분이 거의 없어 점화가 어렵고 발열량이 적어 연료로 적당하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나는 무연탄은 탄화가 심해 흑연에 가까운 성질을 띤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나는 석탄이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석탄 중에서도 가장 연소성이 나빠 ‘불연탄’이라 부르기도 한다. 무연탄이 더 오래 탄화과정을 거치면 흑연이 된다.

연탄수요 증가는 곧바로 정부재정압박으로 이어진다. 석탄공사가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탄 한 장 값의 소비자가격 655.11원 가운데 정부지원금은 54.2%(355.11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2004년 9월에 이미 배정된 예산을 모두 소진해 지원금의 9월분 지급분 45.2%와 10월분 전액을 2005년 예산이 배정된 후에야 지급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지급분 414억원과 올해 예상소요액 2천645억원을 합한 총 3천59억원이 올해 필요하지만 현재 배정된 올해 예산은 2천11억원에 불과하다. 약 1천48억원에 이르는 올해 예산이 부족한 셈이다.

예산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전문위원은 “예산확보보다는 지원률과 보조금을 줄이는 것이 다른 에너지원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나아가 올바른 산업구조를 확립하는데 더 적합한 정책방향”이라고 주장한다. 권혁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장기적으로 수요관리 차원에서 연탄가격을 매년 10% 가량 인상해 소비를 조절하고 그에 따르는 서민부담은 사회복지대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연탄보조금 삭감과 동시에 저소득층의 주요 난방원료인 보일러용 등유에 대한 과도한 특별소비세를 인하해 연탄수요를 등유수요로 옮겨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1990년대 초 경유값을 인상하면서 정부는 서민들이 등유를 자동차 연료로 전용할 위험이 있다는 막연한 이유를 들어 등유값을 올렸다”며 “연탄수요가 늘어난 것에는 등유에 물리는 특소세에 한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건설만 하는 폐광지역 진흥

폐광지역진흥지구개발사업은 폐광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체산업유치 등에 필요한 도로개설과 환경정비 등 사회기반시설을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폐광지역이 속한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수행주체가되어 추진하는 개발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국고에서 80% 부담하고 나머지 20%는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는 형식으로 추진한다. 2004년 예산집행실적을 살펴보면 예산액 775억3천900만원 전액을 폐광지역이 속한 강원도, 경상북도, 충청남북도에 보조금으로 교부하고 집행했다.

예산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거의 전액을 도로건설에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진흥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길이 도로건설밖에 없는지 의문이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해 예산지원내역을 살펴보면 강원도 태백시는 시가지도로확장정비사업 등 3개 사업에 120억7천9백만원, 삼척시는 도계시가지도로정비사업 등 3개 사업에 91억6천8백만원, 영월군은 상동상수원확충사업 등 5개 사업에 47억9천8백만원, 정선군은 애산~덕우간도로확포장사업 등 9개 사업에 188억1백만원을 지원받았다.
 
지나친 예산지원은 부작용을 부른다. 2003년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 평균 담세액은 300만원 가량이고 지방정부 평균 1인예산은 200만원 가량이다. 하지만 태백시는 1인당 예산액이 466만원, 영월군은 369만원, 삼척군은 607만원, 정선군은 무려 839만원에 달한다. 정 전문위원은 “사업비의 대부분이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도로건설 등 각종 건설사업에 치중돼 있어 지원예산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 소장도 “지자체에 예산을 맡기다 보니 중복,과다,편중,부실 투자가 너무나 많다”고 지적한다. “왜 수백억 수천억을 쏟아 붓는지, 왜 저곳에 도로공사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이 너무나 많다”며 “제대로 된 현지조사를 통해 엄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주민을 떠나게 하는 개발은 실패한다”며 “지역주민 삶의 질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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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정보경찰 국민에겐 '최악'

문제 하나. “정치, 경제, 노정, 학원, 재야, 사회, 문화, 종교 등 각 분야에 진출해 정보를 수집하고 시책·정책자료를 작성, 국가정책 업무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관공서와 각종기관을 대상으로 정보수집도 하고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위해 노사간 갈등을 조정”하기도 하는 국가기관은 어디일까. 정답은 정보경찰이다.

양계탁기자

정보경찰은 슬프다. 정보경찰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할수록 시민사회는 정보경찰을 더 강하게 비판한다. 수사권조정이라는 경찰 60년 숙원에 맞서 검찰이 걸고 넘어지는 것도 정보경찰이다. ‘정보경찰이 최선을 다할수록 국민에겐 최악’인 ‘정보경찰의 법칙’이라 할 만한 상황이다.
 
더구나 시민사회가 부쩍 정보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정보경찰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한 정보경찰은 “진보단체한테는 공안기관에서 뭐하러 왔느냐며 박대당하고 보수단체는 우리보고 좌파정권의 앞잡이라며 손가락질한다”고 푸념한다.

정보경찰은 피곤하다. 서울지방경찰청 920여명을 포함해 전국에 걸쳐 3천8백여명이나 되는 정보경찰들은 ‘우리가 아니면 누가 삼팔선을 지키랴’는 일념으로 노심초사한다. IMF를 예견하지 못한 것조차 자신들의 탓인 양 자책한다. 일을 너무나 열심히 하다보니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만나는 경찰청장의 동정까지 파악하려 든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이 주말에 아들과 자전거를 탔던 것까지 정보보고서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될 정도다.

2003년부터 정보경찰의 방향을 ‘정책정보’로 잡으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오병두 영산대 교수는 “정책정보란 국가이익의 증대와 안전보장을 위한 정책의 결정에 지원되는 정보”라고 정의한다.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에 대해 한 경찰청 정보국 소속 경찰관은 “국가정책과 관련한 집단반발 요인에 대한 정보”라고 정정했다. 그는 “반발요인을 미리 알아서 정책부서에 알려주고, 또 반발요인은 범죄화되기 때문에 정보수집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시민의신문>과 인권실천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하는 경찰개혁 토론회 ‘경찰 정보활동에 대한 검토’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정보경찰이 참석을 거부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정보경찰의 활동은 법적 근거가 너무나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정보경찰을 대폭 개혁하지 않을 경우 경찰국가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철규 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는 “경찰이 스스로 인권경찰을 표방하고, 또 인권경찰이 되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다면 경찰의 정보활동도 더 이상 정권안보나 모호한 공익 개념 등에 복무하지 말고 개개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21일 오후 19시 4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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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찰 '유감'

지난 19일 열린 정보경찰을 다룬 5차 경찰개혁토론회는 원래 지난 5월 1차 토론회에서 하려고 했던 주제였다. 그러나 경찰청 정보국은 ‘선행연구도 없고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토론회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심지어 발제자로 예정돼 있던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부담스러워 도저히 못하겠다”며 참석약속을 취소하기도 했다. 경찰을 토론장으로 불러내는 경찰개혁토론회를 만들고 싶었던 <시민의신문>과 인권실천시민연대는 결국 정보분야를 9월로 미루고 1차 토론회로 보안경찰을 다뤘다.

정작 9월이 되자 정보국에서는 국정감사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며 10월로 연기해달라고 했다. 10월에는 경찰창설60주년기념식 준비와 검경수사권조정 등을 이유로 참여를 끝내 거절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기자의 취재마저 거부했다. 정보국 관계자는 “토론자로 참석하는 경찰대학 교수의 의견을 경찰청 정보국의 견해로 이해해도 좋다”며 “기사를 읽어보고 나서 반론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으면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권조정에 반대하면서 드는 명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 행정경찰이 사법경찰을 지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정보국 같은 부서가 수사부서의 우위에 서게 되고 경찰국가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비록 검찰이 수사권조정을 막기 위해 강변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정보경찰로서는 뼈아픈 지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숨어 버리면 수사권조정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다섯 번에 걸친 경찰개혁토론회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한 것은 보안분야와 수사분야 토론회가 전부였다. 수사분야는 수사권조정을 홍보하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오히려 시민사회가 그토록 비판해 마지 않는 경찰청 보안국 보안수사대장이 직접 1차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보안국의 입장을 대변한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고를 떠나 토론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경찰청은 경찰대학을 다룬 토론회는 경찰대학을 졸업한 대학 교수를 대신 내보내는 것으로 대신했고 전의경 역할과 인권을 다룬 4차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경비국 간부는 토론회 내내 “도살장에 끌려온 소”같은 표정으로 메모 한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며 자리만 지켰다.

10월 21일은 경찰 창설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대한민국보다도 오랜 역사를 가진 경찰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는 토론회에서 상대방과 격론을 벌이는 경찰을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21일 오후 19시 4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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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수 교수가 말하는 정보경찰 통제법

“정보경찰을 해체한다면 수사경찰의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정보경찰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분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로 생활안전경찰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도 훨씬 치밀하고 조직적이고 효과적으로 국민 일상을 감시하게 될 것입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시민사회는 이제 정보경찰 이후까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이계수 건국대 교수는 정보경찰을 주제로 한 인터뷰 내내 ‘생활안전’을 강조했다. 행정이나 복지에서 해야 할 일이 점점 경찰업무로 옮아간다고 보는 이 교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사회안전망이 해체되면 범죄증가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에 대한 대응을 사회복지가 아닌 경찰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럴 경우 경찰은 재산보호 조항을 매개로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재산보호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정보경찰은 앞으로 더욱 더 세련되고 은폐된 방식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생활안전’이 명분이 된다. 이 교수는 “경찰은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정보경찰 체계를 바꾸려 할 것”이라며 “정보경찰이 생활안전국의 외피를 쓰고 생활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보활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 교수는 특히 경찰법 제3조에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언급한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재산보호를 경찰의 임무로 설정할 경우 경찰권한이 상당히 확대될 여지가 생긴다”며 “예컨대 CCTV를 설치하는 법적 근거로 범죄예방 뿐 아니라 재산보호를 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피해자가 될 수도 있을 시민을 위해 범죄피해자가 될 수도 있을 시민들을 일상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하는 법제의 근거가 경찰법 제3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찰법 제3조의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 부분은 삭제해야 합니다.”

정보경찰은 비밀주의가 특징이다.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변변한 질문하나 없다. 이 교수는 정보경찰을 통제하는 방안에 대해 “의회통제요? 기본적으로 정보기관은 통제가 안됩니다”라고 단언한다. 시민사회통제도 말처럼 쉽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정보경찰을 그냥 놔둘수도 없는 일. 이 교수는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국민의 관점에서 정보권력을 어떻게 분립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떠한 목적으로 정보수집을 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명해야 하겠죠. 임무를 수행할 때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권한행사방식(결국은 정보수집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법 조항에 명시해야 합니다. 조항에 없는 활동은 못하게 하구요. 그러한 법구조를 만들면 그 다음 단계에서 의회통제와 국민감시가 들어가야 합니다. 국회와 별도로 통제기관을 두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민간 전문가들이 국회의원들과 함께 정보기관을 감시하는 방식이 되겠지요. 특히 이들에게 수시방문권, 불시방문권, 예산통제권을 주는 게 관건입니다. 물론 비밀준수의무를 줘야겠죠. 하지만 비밀정보기관의 비밀이라는 것은 수집한 정보에 대한 비밀이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활동방식, 조직, 인원, 예산에 대한 비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보경찰이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바뀌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 교수는 “정보는 밀행성이 있고 수사는 공개성이 있다”며 “정보와 수사가 결합해 비밀경찰로 변질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위협이 있을 때 범죄정보수집에 들어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범죄 전단계부터 정보를 수집하면 안되지요. 수사경찰도 현재 수사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에서 추상적인 위험 단계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어요. 결국 수사경찰이 정보경찰처럼 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겁니다. 정보기관과 경찰기관을 구분하기가 힘들어지는 건 사실 어느 나라든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20일 오후 20시 4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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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 역사

경찰의 정보활동은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일반정보기능 △보안기능 △외사기능 △수사기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정보기능은 경찰청 정보국, 서울지방경찰청의 정보관리부, 기타 지방청의 정보과 등이 담당하며 △일반정보활동 △신원조사 △채증활동 △집회 시위에 관한 업무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보안기능은 보안경찰, 외사기능은 외사경찰, 수사기능은 수사경찰이 그 업무수행주체로 되어 있다.

정보경찰의 기원은 일제시대 특별고등경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명 특고경찰은 비밀경찰조직으로서 치안유지법, 예비검속법 등을 통해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전시동원체제를 공고히 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 시기 특고경찰은 인간의 사상이나 이념까지도 통제하는 사상경찰 영역까지 확대되었다.

1945년 8·15 이후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은 일제시대의 경찰조직과 구성원을 대체로 유지시켰다. 미군정은 애초 특고경찰을 폐지했다가 1948년 총선거에 대비해 비합법 활동과 파괴행동을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1947년 12월 13일 관구경찰청에 정보업무를 담당하는 사찰과를 설치했다. 1950년 8월 10일에는 대통령령으로 사찰과와 수사과를 통합해 정보수사과로 개편했으며 1953년에는 치안국 정보수사과를 수사지도과와 특수정보과로 분리개편했다. 1960년 6월 1일에는 특수정보과를 정보과로 바꾸고 시도경찰국 사찰과를 정보과로, 경찰서 사찰계를 정보계로 바꾸었다.

군사독재정권에 이르러 정보부서는 꾸준히 비대해졌다. 무엇보다도 1962년 1월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에 안전가옥을 정하고 경감을 실장으로 하는 정치분실을 신설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5·16 이후 옛 정치세력과 용공혁신세력의 이면활동상황을 내사하고 반국가 음모활동을 미연에 방지해 국가안보에 이바지하기 위해 은밀한 활동을 원칙으로 하는 특수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1963년 제3공화국 출범과 함께 치안국 정보과의 사무는 △대공사찰 △외사경찰과 사찰정보의 수집·분석 △사찰범 수사지도에 관한 사항 등으로 정했다.

1974년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씨 저격사건은 정보과에게 도약의 기회를 주었다. 내무부직제개정으로 치안국은 치안본부로 승격했고 제3부장 산하에 정보과를 두었다. 정보과는 정치·경제·종교·사회·문화 등 관련 첩보를 수집 분석 평가하는 것은 물론 반국가적 범죄를 수사하고 용공세력의 활동을 내사하게 되는 등 정보과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됐다. 1976년에는 기존 치안본부 정보과를 정보1과(일반정보)와 정보2과(대공기능)로 나누었다. 특히 경제분실을 강화해 학원, 종교분야 업무를 추가담당케 했다.

1981년에는 치안본부에 제4부를 설치해 그 산하에 정보1,2,3과를 두는 체제로 개편했으며 1986년에는 치안본부 제4조정관 산하에 정보1·2부로 나누고 그 부서로 정보1~5과로 확대 개편했다. 1991년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후에는 정보국장 산하에 정보심의관을 두고 정보1~4과로 개편했으며 이 조직체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1954년 5월 20일 제3대 민의원 선거부터 본격적으로 부정선거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4·19의 도화선이 되는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선거에서 극에 달했다. 당시 최인규 내무부장관과 이강학 치안국장은 여당 후보 당선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충실히 이행할 사람으로 경찰서장·사찰과장 등을 임명하고 미덥지 못한 자는 후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뿐 아니라 1959년 말부터는 개별적으로 내무부에 호출해 부정선거를 위한 비밀지령을 내리고 지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사직서를 받아두기도 했다.

4·19 이후 집권한 민주당은 반민주행위자공민권제한법에 따라 4천5백20명이나 되는 경찰관을 반민주행위자로 간주해 정리했다. 특히 사찰경찰은 경위급 이상의 90%가 면직되고 경사·순경도 심사를 받거나 감시를 받는 등 사찰경찰의 대다수가 숙청되었다. 당시 경무관 18명, 총경 106명, 경감 258명, 경위 643명, 경사 141명, 순경 370명 등 총 3천949명이 정리되었고 총경 9명, 경감 7명, 경위 44명, 경사 141명, 순경 370명이 징계면직됐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20일 오후 20시 3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0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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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가가 말하는 정보경찰

김희수 변호사는 정보경찰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지난해 여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할 당시 주말에 아들과 함께 양재천에서 자전거를 탔던 일이 경찰 정보보고를 통해 청와대까지 올라갔던 것. “친하게 지내던 청와대 관계자가 그 얘길 하는데 무척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 사람이야 농담이었지만 나에겐 그렇게 들리지 않더라구요. 누군가 나를 몰래 들여다보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왜 내 사생활이 경찰 정보보고를 통해 청와대까지 올라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짭새’와 ‘프락치’를 연상시키던 경찰 정보과는 이제 나름대로 공개적인 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정보과는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다. 지난해 5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는 정보경찰의 기관사찰을 반대하며 ‘기관사찰 목적 정보경찰 출입금지’ 간판을 자치단체 입구에 붙여놓기도 했다.

최근 정보경찰이 ‘정책정보’ 위주로 활동방향을 정하면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정책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인터넷만 봐도 다 나오는 걸 왜 경찰이 나서서 묻느냐”고 의아해 한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사회국장은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관련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전화가 오는데 솔직히 귀찮다”고 말한다. 그는 보통 일주일에 두세번 꼴로 정보경찰의 전화를 받는다. “청와대의 요구가 있어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불쌍해 보이기도 해서 간단하게 말은 해줍니다. 종로경찰서와 서울시경 등에서 전화가 주로 오는데 동대문서에서 온 적도 있습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만 봐도 다 나오는데 왜 꼭 전화로 물어보는지 모르겠어요. 집회시위와 관련한 정보는 어차피 필요한 거니까 실무적인 선에서 얘기를 해줍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허준영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를 할 당시 충청도나 강원도 경찰청부터 본청까지 온갖 정보경찰들한테 전화가 쇄도한 적이 있었다”며 “묻는 것은 하나같이 경찰청장이 선호하는 정보였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에는 지율스님이 단식하다가 사라진 적이 있는데 경찰 전체가 비상이 걸려 서장들이 집에도 못들어가는 소동을 피운 적이 있었다”며 “경찰이 지율스님 어디 있는지 알아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오 국장은 “굉장히 많은 인력이 굉장히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어마어마한 손해”라고 강조했다. “인권연대가 매주 벌이는 화요캠페인에는 정보과에서 3명이나 나옵니다. 예방차원이라고 하는데 한명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은 “미국에서 주요인사가 한국을 방문할 때면 정보과에서 전화가 자주 온다”며 “평통사의 대응방안을 주로 묻는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홈페이지에도 다 나오는 정보를 경찰이 굳이 정보수집이라고 묻는 건 지나친 것 아니냐”며 “사민사회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회·시위와 관련한 단순사실 확인이야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단체 활동 내용까지 물어보는 것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주에 한번 정도 정보경찰의 전화를 받는다는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경찰청 문화 담당자라는데 안부인사도 하고 문화연대와 문화계 동향, 시민사회 동향 등 대중없이 물어본다”며 “특별히 잘못하지 않는 한 그냥 그러려니 한다”고 털어놨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경찰이 오만가지 사회정치정보까지 수집하고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는 건 월권”이라며 “국민여론이 그렇게 궁금하면 국정홍보처 등을 통해 여론조사를 하면 될텐데 왜 경찰을 동원하느냐”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20일 오후 20시 3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0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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